- 김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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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선택은 다음순간을 만들어 낸다.
어제 같은 경우
서점을 간다. 밥을 먹고 간다. 교보문고를 간다. 주역을 고른다
이 몇가지 선택 덕분에
2006년 7월 11일 오후 7시 반, 한 명의 기인을 만났다.
주역은 큰 서점에서 2시간은 퍼질러 앉아 자신에게 맞는 책을
'직접' 골라야 한다는 사부님의 조언이 있었기에
수업을 마치고 저녁무렵 교보로 갔다..
여러 종류의 '주역'이 꽂힌 서가를 찾아내
일단 그 앞에 앉긴 앉았는데... 이건 뭐, 도무지 감이 안온다.
책을 뽑아봐도사부님의 말씀대로 49괘를 봐도
흰건 종이요, 까만건 글자라. 전혀 비교가 안된다.
책을 두고 이렇게 난감했던 적은 없었다.
어디 도움을 청할 때가 없을까?
두리번 거리던 중,
나의 레이더 망에 걸려든 사람이 있었으니...
저 쪽에서 후줄그레한 차림, 그러나 심상찮은 기운을 뿜고 있는
몇 십년을 책만 보셨을 것 같은,
이미 옆 서가에서 어떤 분에게
동양 철학에 대해 열심히 강의중 할아버지가 포착됐다.
말씀이 끝나길 기다려, 도움을 요청했다.
"제가 주역을 보려는데, 어떤걸 봐야할지 도무지 모르겠네요.
제 수준에서 볼만한 책이 있을까요?"
할아버지는 갑자기 내 옆에 퍼질러 앉으시더니,
주역에 대해 강의하시기 시작하신다.
주역은 해설집이 워낙 많고 저자마다 해설이 달라 헷갈리니
처음에 기본을 봐야 기준이 있게 된다며
기본서부터 보라고 하셨다.
(추천: 주역인해/ 대유학당)
그러면서 주역의 기본원리를 설명해주시려는 듯,
남녀와 음양, 사랑과 우주, 건곤의 의미, 점치는 법....
끝 없이 이야기 해 주신다.
갑자기 내 얼굴을 보시더니,
" 학생은 기운은 강하지만, 기력이 막혀서 일이 잘 안풀려.
그걸 풀어줘야해."
덜컥 겁이 났다.
'이 할아버지가 내 기력이 막혔다는 걸 빌미삼아
이상한 걸 시키려는 게 아닐까.'
그러나 할아버지가 말해준 기력 풀기 비법은 다음과 같았다.
손을 자주 비벼줄 것,
몸을 자유롭게 풀어 줄 것.
조용한 음악을 틀고 마음가는 대로 몸을 놓아둔다.
그리고 매화리인가? 어디서 나는 쌀엿을 먹어보라는 것이었다.
겸언쩍은 마음에 열심히 추천책과 위 방법을 받아적었다.
할아버지는 품속에서 꼬깃꼬깃 접은
쪼콜릿을 하나 권하시며,
"음식이 매우 중하네.
먹을 때 몸이 열리기 때문이지. 좋은 사람이 주는 건 좋은 기가 담겨져서
도움이 되지."
과연, 받아먹은 쪼콜릿은 매우 소화가 잘 되었다.
"자네 술 먹나? 하루에 포도주 한잔 정도는 좋지.
진로와인 싸잖은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밥을 먹으면서 포도주 같은 반주를 곁들이리고 말해주지. 막힌 기력을 푸는데 좋거든.
그리고 더 심해질 경우는 살풀이를 해 줘야해.
살풀이란 게 별거 아니거든. 노래방가서 좋은 가사가 실린 노래를 신명나게 부르는 것도 살풀이고, 마음가는 대로 몸을 흔드는 것도살풀이야."
한 삼십분 이야기 했나보다.
뒤에 누군가 서있는 느낌이 들어
눈을 들어보다, 깜짝 놀랏다.
내 뒤에 경빈오빠가 여자친구와 있었던 것.
오늘 연구원 중 한명을 만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맞았다.
나에게 점 칠만한 기본이 되어 있는 건 아닐까.
마지막으로 할아버지가 가면서 그러신다.
"말을 조심하게,
말은 천지의 기운을 빨아들여 그대로 행해게 하는 힘이 있어.
그럼 다음에 또 보자구."
결국 목표였던 '주역'은 고르지 못했다.
대신 선택이 준 순간으로
중요한 것을 배웠다.
"우린 우리가 만든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기억하라.
마법이 풀리는 열쇠는 이미 가지고 있다는 걸."
IP *.145.125.146
어제 같은 경우
서점을 간다. 밥을 먹고 간다. 교보문고를 간다. 주역을 고른다
이 몇가지 선택 덕분에
2006년 7월 11일 오후 7시 반, 한 명의 기인을 만났다.
주역은 큰 서점에서 2시간은 퍼질러 앉아 자신에게 맞는 책을
'직접' 골라야 한다는 사부님의 조언이 있었기에
수업을 마치고 저녁무렵 교보로 갔다..
여러 종류의 '주역'이 꽂힌 서가를 찾아내
일단 그 앞에 앉긴 앉았는데... 이건 뭐, 도무지 감이 안온다.
책을 뽑아봐도사부님의 말씀대로 49괘를 봐도
흰건 종이요, 까만건 글자라. 전혀 비교가 안된다.
책을 두고 이렇게 난감했던 적은 없었다.
어디 도움을 청할 때가 없을까?
두리번 거리던 중,
나의 레이더 망에 걸려든 사람이 있었으니...
저 쪽에서 후줄그레한 차림, 그러나 심상찮은 기운을 뿜고 있는
몇 십년을 책만 보셨을 것 같은,
이미 옆 서가에서 어떤 분에게
동양 철학에 대해 열심히 강의중 할아버지가 포착됐다.
말씀이 끝나길 기다려, 도움을 요청했다.
"제가 주역을 보려는데, 어떤걸 봐야할지 도무지 모르겠네요.
제 수준에서 볼만한 책이 있을까요?"
할아버지는 갑자기 내 옆에 퍼질러 앉으시더니,
주역에 대해 강의하시기 시작하신다.
주역은 해설집이 워낙 많고 저자마다 해설이 달라 헷갈리니
처음에 기본을 봐야 기준이 있게 된다며
기본서부터 보라고 하셨다.
(추천: 주역인해/ 대유학당)
그러면서 주역의 기본원리를 설명해주시려는 듯,
남녀와 음양, 사랑과 우주, 건곤의 의미, 점치는 법....
끝 없이 이야기 해 주신다.
갑자기 내 얼굴을 보시더니,
" 학생은 기운은 강하지만, 기력이 막혀서 일이 잘 안풀려.
그걸 풀어줘야해."
덜컥 겁이 났다.
'이 할아버지가 내 기력이 막혔다는 걸 빌미삼아
이상한 걸 시키려는 게 아닐까.'
그러나 할아버지가 말해준 기력 풀기 비법은 다음과 같았다.
손을 자주 비벼줄 것,
몸을 자유롭게 풀어 줄 것.
조용한 음악을 틀고 마음가는 대로 몸을 놓아둔다.
그리고 매화리인가? 어디서 나는 쌀엿을 먹어보라는 것이었다.
겸언쩍은 마음에 열심히 추천책과 위 방법을 받아적었다.
할아버지는 품속에서 꼬깃꼬깃 접은
쪼콜릿을 하나 권하시며,
"음식이 매우 중하네.
먹을 때 몸이 열리기 때문이지. 좋은 사람이 주는 건 좋은 기가 담겨져서
도움이 되지."
과연, 받아먹은 쪼콜릿은 매우 소화가 잘 되었다.
"자네 술 먹나? 하루에 포도주 한잔 정도는 좋지.
진로와인 싸잖은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밥을 먹으면서 포도주 같은 반주를 곁들이리고 말해주지. 막힌 기력을 푸는데 좋거든.
그리고 더 심해질 경우는 살풀이를 해 줘야해.
살풀이란 게 별거 아니거든. 노래방가서 좋은 가사가 실린 노래를 신명나게 부르는 것도 살풀이고, 마음가는 대로 몸을 흔드는 것도살풀이야."
한 삼십분 이야기 했나보다.
뒤에 누군가 서있는 느낌이 들어
눈을 들어보다, 깜짝 놀랏다.
내 뒤에 경빈오빠가 여자친구와 있었던 것.
오늘 연구원 중 한명을 만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맞았다.
나에게 점 칠만한 기본이 되어 있는 건 아닐까.
마지막으로 할아버지가 가면서 그러신다.
"말을 조심하게,
말은 천지의 기운을 빨아들여 그대로 행해게 하는 힘이 있어.
그럼 다음에 또 보자구."
결국 목표였던 '주역'은 고르지 못했다.
대신 선택이 준 순간으로
중요한 것을 배웠다.
"우린 우리가 만든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기억하라.
마법이 풀리는 열쇠는 이미 가지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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