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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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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14일 03시 55분 등록
‘ 잠 ’

‘ 선생님! 잠이 안 오는데요,,, 어떻게 해야 되요?’
‘... ’
‘선생니~임!’
‘그럼, 자지 마라,,,’
‘사람은 피곤하면 자게 돼 있다.’
‘왜 안 오는 잠 억지로 잘려고 애쓰냐? 뒤척거리면서 잡생각하지 말고 책이나 봐라,’


잠이 안 온다는 사람이 있어서 도움이 될지 몰라서 씁니다. (상담클리닉 1139)


‘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나는 잠을 잘 잔다. 내가 생각해봐도 신기하다 못해 웃긴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왜 잘 자는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 안 해봤지만 선수들 때문에 생각을 많이 했었다. ^^) 아무튼 나는 자고 싶다고 생각하면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아무리 시끄럽든 장소가 어디든 자빠지면 잔다.^^ 나는 서서 도 자고 눈 뜨고 잔다. ㅎㅎ 믿거나 말거나...
사실 나는 똑바로 누워 자기 때문에 6시간을 넘게 자면 허리가 아프다... (똑바로 누워 자는 버릇은 어렸을 때 아버지 옆에서 잤기 때문에 생긴 습관인데 뒤척였다가는 찬바람 들어와 큰일 난다, 울 아버지 무지무지하게 무서웠거든요...한 번 쳐다 보시면 그 날 잠은 다 잔 겁니다.^^ 근데 한 번은 가위눌려 아버지 옆구리를 찻거든요... 끙~상상이 가시죠 뭔 일이 일어났을지...)

지금의 한국 펜싱 선수들은 참 잘한다. 대개 세계선수권 대회는 거의 60 개국이 나오는데 한국선수들은 8 강에 들어 갈 수 있다. 거기다 세계랭킹의 순위를 위해 점수를 부여하는 A급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선수를 가진 나라는 많지 않다.(신문이나 방송에 가끔 봤을 겁니다. 한국선수가 1등 하는거...) 겨우 50년도 안 되는 역사를 가진 우리에 비해(그것도 세계무대에 적극적으로 나선 건 88 서울올림픽 준비하면서 였지만) 길고 긴 역사를 가진 유럽의 나라들도 우승을 할 수 있는 나라는 몇 나라가 안 된다.
이미 20년이 지났지만 내가 스물 여섯의 나이에 국가대표 코치가 됐을 때, (이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지금은 국내에도 나이가 서른이 넘는 선수도 많다.)나의 밥벌이였던 국가 대표팀 코치라는 직업은 이랬다., 펜싱이라는 인기 없는 종목에다 세계수준하고 거리가 먼 수준의 운동종목의 직업, 그만 두면 그냥 길거리에 나 앉아야 하는 보장은커녕 퇴직금도 없는 직업, 새벽 훈련 부터,, 오전, 오후, 때로는 야간 훈련에. 저녁엔 선수촌에 기거해야하는 그렇게 2 주일에 한 번 집에 가는 하루 종일 일하는 직업, 시합에 이기면 선수가 잘해서 이긴거고 시합에 지면 코치가 잘못 가르쳐서 진 온갖 비난을 받는 파리 목숨 같은 직업, 토요일 일요일에는 시합을 다녀야 하고 이 나라 저 나라 이 도시 저 도시 호텔방과 여관방을 전전하며 살아야 하는 직업, 다른 소속의 선수들을 모아 놓아서 이권 다툼에 피가 튀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눈치 빨라야 하는 직업(도대체 난 이게 안돼!? 후~머리 나쁜 건 확실히 인정한다!) 훈련기간이 끝나고 다음 훈련기간이 결정되기 전에는 월급도 안 나오는 직업, 아무리 열심히 가르쳐도 자신의 제자가 아닌 그런 제자 아닌 제자를 가르치는 직업, 특히 한국에서는 오로지 이기고 일등이 되어야만 살아남는 직업,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그럴듯한 사명감과 겉보기에 화려한 그런 빛 좋은 개 살구같은 직업, 어린 아들이 아빠 집(선수촌)에 간다고 해서 집에 물건 전하러 온 사람이 딴 살림 차린 줄 알았던 직업, 엄청나게 빨리 은퇴 당하는 직업, 나는 그런 살얼음판 같은 경쟁 속에서 야전군 선봉장으로 밥벌이 하면서 20년을 살았다.

운 좋게 나는 거기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서 제 발로 걸어 나왔고 훌륭한 선수들 덕분에 전설 같은 이야기를 (선수들 말에 의하면) 몇 개 남겨 놓았다.
내가 거기서 살아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광기어린 나의 집념도 일조를 했겠지만(사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진짜 이유는 항상 운 좋게 훌륭한 스승들을 많이 만났다는 것이다.
스포츠과학연구원의 원장님과 연구원 선생님들, 그리고 물리치료실의 선생님들,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던 다른 종목의 코치 감독님들, 또 외국의 훌륭한 지도자와 친구들, 그리고 특별강연을 하러오던 여러 학자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내게 길이 없는 길을 갈 수 있는 생각들을 나누어 주었고 나는 그들의 그늘 속에서 꿈꾸며 간절히 소원하며 자랐기 때문에 피 튀기는 아수라장 같은 싸움판에서 칼침 맞아 죽지 않고 살아서 걸어 나왔다. 그래서 나는 항상 스승 같은 그들의 지혜에 감사하고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별로 대범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특별히 운동에 소질도 없는 나로서는 그 삶이 얼마나 무거운가를 이야기하려다 보니 사설이 길어졌다. 아무튼 이렇게 살벌한 동네에서 잠이 안오면 심각하다. 더구나 옆에 코고는 사람하고 같이 잠을 자야한다면... 끙~!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끔직한 일이다. 물론 나는 별 문제없다. 코 고는 소리 아니라 건물이 엿가락처럼 휘청거리고 책상이 왔다 갔다 하는 강도 5.5의 지진에도 아침에 ‘어제 괜찮았습니까? 놀라지 않으셨어요? ' 하는 질문에 ’ 뭔 일 있었데요 ?!" 라고 물으니까...

언젠가 잠이 오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잠을 잘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흠~ 맞아, 무~지하게 어려운 책을 읽는 거야, ’ 왜, 책보면 안오던 잠도 잘 오쟎아! ’
무슨책이 어렵냐? 그래, 이론 물리학! 이렇게 해서 보기 시작한 책이 물리학에 관한 책이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어려운 책도 아니지만 운동을 하는 나로서는 머리 골 깨지는 책이었다.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 프리초프 카프라, 이성범,김용정 역, 범양사))
나는 속독을 못하기 때문에 이해가 조금이라도 돼야지 진도가 나간다. 얼마동안은 잠을 잘 잤다. ^^ 부끄러운 이야기질지 모르지만 책에다 침 많이 흘렸지 않나 싶다.
그런데 나중엔 그것도 별로 도움이 안 되었다. 오히려 그 책 때문에 밤을 새게 되니... 원...
이것은 한 참 뒤의 이야기이고, 초기에는 그랬다.
끙~ 지금 생각해보면 우스운 일이지만 그 때, 나는 비행기를 탈 때마다 창밖의 김포평야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곤 했었다.
‘이 번에 이기지 못하면 다시 이 자리에 앉을 수 없다....’
그러니, 잠 잘 때야, 별의 별 생각 다했지 않았겠는가? 시합을 다니던 중의 중요한 시합 전 날 잠을 잘 때 가끔씩 나에게 스스로 묻고 답하곤 했다.
‘내일 시합... 어찌고 저찌고... 만약에 지금 잠들어 내일 일어날 수 없다면 후회할 일은 없나?...
’ 난 죽을 힘을 다했다... 난, 사나이다 .. 허!허!허! 후회도 없고 미련도 없다!.’ 그러고 잤다. 사는게 폭폭해서 그랬는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는 잘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아무튼 상당히 ‘폼’ 나는 것 같았나보다. ^^

그러던 어느 날,,

‘만약에 내일 깨어날 수 없다면 ,,, 후회하지 않을 수 있나? ‘

‘어이그, 지랄하고 있네... 야! 씨잘데기 없는 소리 말고 잠이나 자라! ’ ^_^

훌륭한 장수가 비극적인 운명으로 비탄과 고통으로 긴세월을 방랑하다 스님 곁에서 지내던 추운 겨울 어느 날 한 밤중에 스님 주무시는데 문 열고 들어가 마루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스님 !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이게 다 제 허영탓입니다.'

하자.

고승께서 하시는 말씀이 그러셨다.
' 이놈아! 추워야 . 문이나 닫혀라,

그러시면서 돌아 누우시며
' 지랄하고 있네 ! 밥먹을 때 밥먹고 잠 잘 때는 잠이나 자라.'

그러셨다는데 아마 나도 이 스님 영향을 받았나보죠?

*** 생각에 쫓겨 잠을 못 자는 사람들에게... ***

대개 잠을 못자는 이유가 몇 가지가 있는데...
1. ‘알 수 없는 내일을 걱정하고 잘 못된 생각으로 꼬리를 물 때’
2. ‘자신의 생각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일 때’
3. ‘과거를 돌이켜 보고 자신을 반성하고 있을 때’

나의 쬐그만 해답은 그렇다.

1. ‘ 니가 점쟁이냐? 내일 일은 하느님 밖에 몰라! 씨잘데기 없는 생각하지 말고 잠이나 자라!’
(성경책인가? 아무튼 어딘가에 그렇게 써있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라’고)
2. ‘ 생각의 결론이 안나? ... 허~, 그러면 엿장수 맘이쟌아...! ’
(나중에 보니까 드러커의 책 표지에도 그렇게 써 있데... ‘분석이 안되서 예측이 곤란할 때는... 그러면 결정하라!’ 라고)
3. ‘이런 건 밤을 새워도 괜찮다, 그래도 다음 날 새벽공기가 상쾌하다... 그~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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