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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d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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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14일 18시 48분 등록
컴퓨터앞에 앉은 개운한 주말아침이다.
창밖으로 집주인아주머니가 정성껏 심은 이름모를 흰 꽃들이 아직 피어있다. 어제밤 맡아본 그 향기가 떠올라 마당으로 나가 향기를 맡아본다.
귀뒤에서 정수리쪽으로 어떤 기운같은 것이 느껴지며 머리가 상쾌해 진다.
마당에 심겨진 식물들과 덩달아 새똥이 남기고 간 씨에서 태어난 잡풀들도
귀엽다. 심지도 않았는데 흔히 볼 수 있는 오이풀은 노란 꽃을 피우고
마치 오이같은 열매를 짓는다. 그 오이의 크기는 내 새끼 손톱의 1/3만하다.
나중에 그 클로버같은 그 잎이 단풍이 드는데 무지개빛이다.
언젠가 낙산성터아래서 발견해서 책갈피에 꽂았다가 친구에게 준 일이 있다.

주인집 마당에 씩씩한 저 은행나무 암그루, 자칫 그 기세가 압도되기
쉬울 정도다. 은행나무의 저 당당함과 씩씩함을 배우고 싶다.
이 은행나무는 매일매일 상당한 양의 누렇게 뜬 잎새들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인지 나무에는 늘 싱싱하고 이파리가 엄청 큰 잎들이 가지를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

그 아래 선물받은 네 개의 작은 화분이 아침햇빛을 기분좋게
쏘이고 있다.
'와아! 그런데.. 이게 뭐야.. 아니 죽은줄로 알았던 멕시코 소철에
새 순이 돋았네. 신난당'

방으로 들어가 상에 놓인 신랑 카메라를 들고 와서 혼자 신이나 설쳐본다.
'멕시코 소철, 오늘은 네가 주인공이야'

소철에게 생명의 기운을 북돋운 그 모든 것에 감사해서 마땅을 쓸고
대문밖을 쓸기 시작한다. 회색음식쓰레기통도 깨끗이 닦아 뚜껑을
열어 볕이 잘 들도록 눕혀둔다.

여름아침은 별로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땀을 내게 한다.
성곽으로 운동하러 가려다 말고 쌀을 압력솥에 앉히고 계란말이할 궁리를
한다.

상쾌한 이 기분이란.
피가로의 결혼을 크게 틀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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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안
2006.08.13 23:09:01 *.222.39.208
왠지 읽고 있으니, 흐뭇하고 기분좋은 웃음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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