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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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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16일 13시 05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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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관찰하다보면.
개인마다 자주쓰는 '특정'말이 있다.

내가 아는 선배는 말끝마다 "걍(그냥) 그렇게 하죠..걍 하다보면.." 을 붙였고,
한 친구는 말끝마다 "그니까" 를 반복한다.
어떤 친구는 "그치?" 동의를 구하고,
심지어 어떤 친구는 욕을 문장마다 붙였다. "내가 그랬는데, 씨팔, 그게 아닌거래,, 씨팔"... 어떤 이들은 "그건 아니고," "아, 근데" "참" "거기".....등등
그 말들이 무척 다양하다.
어떤 말들은 애교로 봐줄 수 있지만, 귀에 거슬리는 말들도 있다.
그리고 어떤 말들은 기분좋기도 한다.
나같은 경우는 가끔 사람들과의 인터뷰나 대화를 녹음해서 듣는 경우가 있는데
"~~하는데, 그러면. 그러면 어떻게 하는거에요? 어떻게 된거죠? 그러면.." 식으로 '그러면'을 많이 쓴다.
이유는 모르겠다. 질문하는 것이 어색해서 나름대로 어색함을 융화시키고자 덧붙이는 사족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지금껏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특정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였다.
이말을 쓰는 사람이 딱 2사람을 보았는데,
무슨 말을 하든지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을 꼭 끼워썼다.
이 말의 매직효과는
어떤 의견 뒤에라도 이 말을 붙여쓰게 되면
반전의 효과가 생기는데, 그 반전이 매우 긍정적이란 것이었다.
긴 토론 끝이라도, 격렬한 말씨름이라도
이말이 덧붙여지면 왠지모르게 분위기가 부드러워 지는걸 여러번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좋아질거라고 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렇게 할거란 거지."

##
말은 참 요상스런 도구다.
우리의 생각과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란 설이 가장 유력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우리의 생각을 제한하고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한 마디의 말이 천냥 빚을 갚기도 하고,
한마디의 말이 살인을 부르기도 한다.
한마디의 말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고, 파멸로 이끌기도 한다.
그 한마디의 말.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자주 쓰는 말.
그 말들이
나도 모르게 나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말로 치면, 나는 낙제점이다.
내 생각을 조리있게 발표할 수 있지만 개인적인 상황에선
사람들을 당기기 보다,
퉁겨나가게 하기 일쑤다.
마음은 그렇지 않는데, 표현하는 것이 서투르다.

8일동안 수십명의 사람과 합숙하며 기행하면서
말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가 많았다.
어느절을 들렸을 때
스님이 이런 말을 해주셨다.
"말이란 것이 말이여, 무서운 것이제.
남을 기분나쁘게 만들 말이면 아예 안하는 것이 나응께."

가는 절마다 '묵언'수행이 꼭 있다.
황희정승이 길을 가다 두 소를 이끌고 밭가는 농부에게
"여보, 어느 말이 더 일을 잘하오?"
하자 농부가 일을 멈추고 다가와 귓속말로
이야기 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고보면,
한 마디의 말을 할 때도 무척 조심스럽다.

그래도 주위에 아무 뜻없이 내뱉는 말로 상처주는 사람들이 있다.
마음에 스크래치가 박박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한마디의 말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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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선장
2006.08.16 20:21:58 *.177.160.239
언젠가 인터넷에서 '세상은 And가 아니라 But에 주목한다'란 글을 봤는데, 역시 긍정적인 자세와 말이 갖는 힘은 대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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