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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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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17일 23시 42분 등록

앞일을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가진 특권 중의 하나다. ‘겪은 바에 의하면 이러이러할 것이다’ 라고 짐작할 수 있다. 동물들도 아주 원초적인 의미에서의 학습 능력은 가지고 있는 듯 하나, 직접 겪지 않은 일을 보거나 들어서 배우게 되는 인간에 비할 바는 아니다. 무언가를 또 누군가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능력이 조금 모자란 편인 것 같다. 특히나 사람을 보고 미루어 판단하는 일에는 더욱 그러하다.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리 좋지 못한 평을 듣고 있었다. 평만 좋지 않은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으나 그 이후로도 결국에는 좋지 않은 일들로 관계를 정리하고 말았으니 내가 잘못 본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이렇게 느낀다면 진작에 사람 보는 눈을 키워볼 법도 한데, 그게 잘해 보겠다고 잘되는 일은 아닌가 보다. 여전히 나는 어제의 인상 좋은 사람이 오늘도 좋고 내일도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가 또 한 번 ‘어이쿠!’ 하고 만다.


회사에 새로운 사장님이 오셨다. 이야기를 좋아하시는지 몇 차례 얘기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옛날 이야기 비슷한 일화들을 들려 주면서 하고 싶은 얘기들을 꺼내곤 하였다. 한 번은 사무실에 찾아 와서 이런 얘기를 하였다.

“교육팀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하면 어떤 점이 좋은 줄 아십니까? 자기계발도 하고 보람도 있으니까 좋지요? 물론 그것도 좋지만 나는 이랬습니다. 나는 직장생활을 영업에서 1/3, 인사업무에서 1/3, 교육에서 1/3을 보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먼저 있었던 곳이 교육팀이었어요……그 곳에서 있을 때는 잘 몰랐어요. 그런데 다른 부서로 가고 난 후, 내가 교육팀에서 소중한 것을 가져왔음을 알게 됐지요. 다른 부서의 사람들은 교육팀원에 대해 아주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어요.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전하는 사람들, 바르고 정돈되고 원칙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가지고 있더군요. 이 인상은 그 후에 내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참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나는 이런 식의 이야기들이 좋았다. 영업부서에 가서는 영업을 아주 잘했던 사람을 만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콜센터에 가서는 또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이야기를 통해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방법, 푸근하게 다가오지만 무엇을 말하려는지 분명하게 전달하는 방법이 나에겐 참 좋아 보였다.

방법만 좋았던 것은 아니다. 논리도 좋았다. 사실 논리랄 것도 없었다. 새로 온 입장에서 특별히 내세울 말이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으나, 취임사에서 밝힌 회사의 운영방침은 아주 상식적이지만 이제껏 그러지 못했던 것들을 담고 있었다. 나는 이러한 얘기들을 들으며 앞으로 이 회사가 변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신뢰할 수는 없지만, 다소 성급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희망이 하나 머리 속에 들어 앉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누군가에게도 나와 같은 느낌이 전해졌으리라 생각하지만 잘 모르겠다. 이미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움직임도 더러 보이는 듯하다. 변화에 대한 사람의 반응은 정말 제각각이다. 변화를 느끼고 설레는 사람, 변화 보다는 그것을 불러온 사람에게 벌써 다가가려는 사람, 처음에는 좀 다르지만 두고 보면 다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사람, 이도저도 관심 없이 여전히 제 할 일만 하는 사람……

이미 왜곡도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주로 윗사람과 ‘코드’를 맞추겠다는 사람들에게서부터 비롯되는 듯 하다. 새로 온 사장님은 한문을 섞어 쓰는 것을 좋아 한다며 열심히 한자를 찾아대기도 하고, 한 장 짜리 보고서를 만들라고 했다며 두 세 장 분량의 내용을 어떻게든 줄여보려고 ‘여러 시간’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또, 얘기하다가 한 두 번 나온 단어를 용케 듣고 “이것이 사장님의 뜻이다” 라며 여기저기에 무용담 얘기하듯 퍼트리고 다니기도 한다. 차라리 이런 일들이 그들만의 해프닝으로 끝나면 다행일 텐데, 오히려 꼬리를 물고 반복되어 실제처럼 둔갑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대다수는 한동안 이 웃지 못할 관행을 따를 수 밖에 없다. 현명한 리더라면 이런 일들이 더 커지기 전에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확보해 두는 것이 더 좋을 성 싶다. (사실 더 걱정되는 것은 그들의 짐작이 행여나 맞아 떨어져 버리는 것이다. 오 마이 갓!)

사장님이 새로 오시고 한 달이 지났다. 긍정적인 변화도 많았고 눈치를 보는 사람도 많았고 오해도 많았고 짐작도 많았다. 나는 좋은 인상을 받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나의 느낌은 3류 타자의 타율만도 못하기에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그래도 나는 그 느낌을 따라가 보련다. 지켜보고 따라가 봐야 답이 나올 테니.

회사라는 곳에서 진정한 리더를 한 번 만나보고 싶다.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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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선장
2006.08.18 22:54:01 *.177.160.239
혹시 알아요? 간만에 터진 안타가 홈런이 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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