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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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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18일 03시 03분 등록
싸움?!

1.
30년동안 밥만 먹으면 한 짓이 싸움이었으니까....
이런 이야기거리도 생겼다.


‘야! 열심히 하냐? 그래.. 열심히 해야 돼!’
‘예 ...’
‘애들은 요즘 어떠냐? 열심히 하냐? ’
‘예...’
‘근데 말이야... 내가 대한민국 최고지 ... 그렇지? ’
‘예..’
‘정말로?,, 진짜..? ’
‘예, 선생님은 대한민국 최곱니다.’
‘ 그러면 너는 뭐냐?..’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애들이 왜 내 말을 안듣냐? 그리고 너를 잘 따르냐? ’
‘그렇지 않습니다...’
‘예의가 없어!... 도대체 말을 안들어......’
‘.... '
' 야! 우리는 우리지? 누가 뭐래도 우리지? 그렇지? 너 혼자 잘 날 수 없다.
세상은 독불장군이 없는거야... 알지... 우리! 우리! ‘
‘예’
‘야, 애들이 나를 존경하게 좀 해라... 니가 하란말야...’
‘...’
‘내가 누구냐,,, 대한민국 최고 아니냐?’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존경을 안 해... 그건 네가 잘못한거야... 알았어!’
‘...’
‘왜, 뭐가 잘못됐냐?’
‘ 존경이나 사랑 같은 것은 강요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스스로 하는 겁니다.‘
‘너는 할 수 있쟎아 ! ...니가 만들면 되쟎아! ’
‘제왕의 법도를 지키시면 됩니다.’
‘뭐라고... ’
‘선생님은 대한민국 최고가 아닙니까? 그러니 최고의 법도를 지키셔야죠...’
‘야,,, 어려운 소리하지 말고... 니가 만들어봐... 알았지... 너랑 나랑은 우리쟎아.. 응...’
‘노력하겠습니다.’
‘ 음,... 그래 너, 고생이 많다. 고생이 많은지 아는데 말야...쉬어가면서 해랴...
야!근데말야... 너는 누구 목을 베불라고 그렇게 칼을 갈고 있냐? ’
‘.... ’
‘누군데... 응, ’
‘제 상대는 유럽에 있습니다... ’
‘그래,,, 진짜로..?. 말해봐~아 ,,,솔직하게 이야기해봐...’
‘선생님은 칼을 갈 때, 누군가를 베려고 칼을 갈았는가 보죠?,
제가 칼을 가는 이유는 제 자신을 지키고 제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힘이 없으면 아무리 바르게 생각해도 그것들을 지킬 수가 없거든요...‘
‘... ’
‘ 그러나 누군가 정당한 이유 없이 부당하게 내목에 칼을 겨누면 나는 방어만 하지는 않을 겁니다. 나는 싸울 때면 목숨을 겁니다. 나는 죽음 앞에 초연하게 목을 내놓는 도 닦는 선사가 아니라 죽든지 살아남든 둘 중 하나인 비열한 아수라장의 야전군 선봉장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든 나와 싸움을 할려면 그도 목숨을 걸어야 될 것입니다. ’
‘ 누구 겁주는 거냐? ’
‘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저한테 적대시 할만한 일을 하셨습니까? 우리라고 하시지 않았던가요?’
‘그렇다고 목숨까지 걸고 싸울 필요가 있냐? 사소한 일에... ’
‘저는 목숨을 걸고 장난삼아 던지는 돌맹이를 피해다니는 불쌍한 개구리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알았어... 미안하다이..그래, 나 간다... 근데 술도 한 잔 했고.... 일 때문에 했다 알지... 사람들 만나고 잘 해야되지 않냐~아. 나는 내일.아침 훈련, 안 나간다... 알아서 해라... .’
‘알겠습니다. 주무세요!...’

선수촌에서 날 마다 늦은 밤까지 훈련에 관한 방법이나 계획에 매달리고 있을 때의 일이다. 그는 술이 취하면 늦은 밤, 내게 와서 주정(?!)을 부리곤 했었다.
나는 그로인해서 원증회고를 ( ‘怨憎會苦 :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과의 만남’) 왜 부처님께서 인간의 여덟가지 고통중의 하나로 이르셨는지 알게 됐다.
그 시절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몇 마디를 해야만 했다. 새벽훈련을 해야 되기 때문이고 그래도 두 세 시간은 자야만 하기 때문이다. 후일에 깨달았다. . 그가 늦은 밤, 2-3시간씩 했던 말들은 심심풀이로 툭툭 돌멩이 던져본 것이었고 어쩔수 없이 대답하는 나의 몇 마디는 자존심 상한 그가 비수에 찔린듯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는 것을...

슬픈 일이었다. 대장 잘못 만나면 죽은 목숨이라더니...

후일에 3년간 회사에서 일 할 때도 그랬다. 그 때 사장님에게 한 말도 같다.
‘예전에 생사여탈권을 가진 제왕도 충신이 “폐하! 아니 되옵니다.”하면 마음대로 못했습니다. 요즈음이 어떤 시대라는 거, 아시죠... 통옹촉하시옵소서...’
그랬더니 그 사장님도 그러시더군요
‘본부장, 누구 겁주나...’
‘저는 목을 걸고 있는 겁니다. 사장님!’
‘알았네... 이 사람아,,, 내가 주의함세...’

행복한 일이다. 좋은 상사를 만난다는 것은...

세상일이란 ... 참...
사는 것, 살아가는 방식은 달라도 매양 한 가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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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싸움은 심심해서 재미 삼아 하는 놀이가 아니다. 어설픈 용기나 빛 좋은 개살구 같은 명분으로 혹은 객기 같은 정의감에 해서도 안 된다. 왜냐고,? 장난이었을 때는 쪽 팔리고, 어설픈 용기는 개망신을 당하게 되고 가치 없는 정의감에는 목숨을 담보로 해야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소한 논쟁에서 아무리 위대한 명분의 모든 것을 건 싸움이라도 싸움은 싸운다는 그 자체로 이미 옳지 않다. 싸움이 시작되면 반드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그 어떤 사람도 지길 원하는 싸움을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정신에 관한 한 더욱 그렇다. 그래서 싸움은 더욱 더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이 정신적인 충격이든, 신체적인 고통이든, 물질적인 손실이든 관계의 단절이든 대가는 항상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움을 피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많은 것을 놓고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하겠지만, 싸움을 해야 될지 말아야 될지는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진실한 존경심이 있을 때는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긴 세월동안 공식적인 일을 제외하고는 훈련에 빠진 적이 없으며 아파도 훈련에 지장을 주지 않을 만큼만 아프다. 술도 안 마시는 것이지 못 마시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술마시고 하는 이야기 맨 정신에 다 해서 그런지 몰라도 별로 마시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과 잘 지낸다. 사람들처럼 즐겁고 재미나게는 살지 못해도 특별히 다투거나 싸우지 않고 생활도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사실 나는 재미나 즐거움보다는 그냥 좋았다 아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다가 운이 좋아서 선수들의 성적도 좋았다. 생활에 관한 것들, 그리고 일에 관한 것들은 대부분의 자신의 생각이나 시야를 약간만 바꾸면 ‘절대로 안돼,’ 나 ‘반드시 이렇게 해야 돼’ 라는 말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묻지도 않는다. 대부분 다 알아서 하기 때문이다. 훈련이나 시합이라는 것이 특별한 것이 없다. 그것들은 성실하게 그리고 약간의 지혜를 가지면 되기 때문이다.
간혹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하시죠..’ ‘그렇게 하고 싶으세요? ’라는 문제가 생기면 더 좋은 방법을 버리고 원하는 방법을 위해 더 부지런히 행동하고 신경을 더 곤두세워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흔히 말하는 ‘알아서 기겠지...’라는 평소의 태도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가끔씩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한다. 그것도 생각난 김에 이것도 더 해달라는 이야기일 경우가 태반이다. 그리고 당연히 ‘재는 어떻게 해 서라도 하는 놈이니까, 알아서 해 주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러다가 ‘안 되면 말고..’ 라는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식이다.
그래서 노력하면 노력 할수록 더 힘들었던 시간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내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 나는 그것들이 남을 이끌고 있는 사람이 가장 주의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혹시 나도 그러고 있는 것은 아닌가? ’ 라는 생각이 들게 됐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교훈들을 자꾸 되새김질 하며 확인하고 또 확인하곤 했었다.. 다행인것은 남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은 어디가나 있기 때문에 따로 수업료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죽을 힘을 다하고 있는 선수에 ‘조금만 더!’ 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며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고 있는 데 ‘반드시 이겨야 돼! ’라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그럴 때 ‘ 잘 하고 있다..!’ 라고 말하거나 ‘ 우리 같이 열심히 했쟎아? 하고 싶은 것을 해라.. 책임은 내가 지마 ! ’라고 말한다.

보통 사람들이 시비를 걸거나 싸움을 하는 것을 보면 만만해 보이거나, 한 번 해 볼만 한데... 라고 생각할 때가 대부분이다. 그런 잘못된 판단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툭하면 자신과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타인을 향해 손가락질 한다. 감정들은 기복이 심하다. 중요한 시합에 나가면 이런 사람들은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괜챦아,! 이길 수 있어,,, 긴장하지 말고 절대로 서두르지말고 침착하게...알았지? 자신있게... '
깝깝한 노릇이다. 선수를 더 긴장시키고 뒤켠에 서있을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려고 한다. 하긴 어떨 때는 말도 더듬지만...
그동안 노력한 자신을 존중할지 모르기 때문이고 선수를 사랑할 줄 모르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밖에 달리 생각이 안든다.
여유로운 마음은 자신감이라는 것이 만드는데 그런 왕년에 한 가락한 어설픈 배짱이나 약간의 재주 가지고는급박한 상황이 주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 시합할 때는 그런 이상한 말은 한 적이 없다. 그런 이야기는 연습때나 하는거라고 생각하기때문이다. 시합 땐 무지하게 간단하다.. 자신만만하게 버티어 서있기만 하면 선수가 다 알아서 한다. 가끔씩 선수가 돌아보면 두 눈 똑바로 뜨고 목에 힘주면 된다. 그러고 화이팅 해주면 된다.
훈련을 할 때야 그런 말을 하죠..... '그런 건 긴장이 아니라 흥분이다. 한 번 붙어서 열심히 한 것 어떤가 앞고 싶은 그런 것 말이다. 그러고 싶지 않냐? 그래, 흥분이 안되면 싸움이 아니지, . 국민학교 동생하고 싸우고 이겼다고 할거냐? 머리털이 팍팍서고 오줌이 찔금찔금 마려운 그런 싸움을 이겨야 이긴거 갖지 않냐? 힘들지 당연히 힘들지? 그럴 땐 소리를 쳐라... 그래서 죽도록 훈련하는 것 아니냐?

가끔 씩 존경심이 절로 나는 멋진 싸움을 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의 싸움은 항상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싸움은 어느 누구와 싸울 때 보다도 더 냉혹하고 비정했다. 무대위에서도 그랬고 무대 밖에서도 그랬다.
신체적인 고통과 심리적인 불안과 싸우기 위해 단 하루도 빠지지 않는 자신과의 성실한 투쟁을 하는 선수들을 보면 그렇다. 해결되지 않는 난제를 풀기위해 고뇌하며 긴 밤을 지새며 잠못이루는 연구자들이 그렇다.
너무도 부당하고 비열한 상대 앞에서 냉철한 판단과 지혜로운 태도로 자신의 마음속의 분노와 격정과 싸우는 협상가들이 그렇다.
가장 힘든 싸움은 가상하기도 힘든 보이지 않는 상대와 싸우는 것이다.
아무도 묻지 않는, 그리고 강요하지 않는 길을 찾아 고행과 고뇌에 찬 수행을 하는 이들이 그렇다. (그중의 한 분이 스승님이시다.^^)

그들은 타인과 다투거나 비장한 경쟁을 하지 않고 승리하는 단하나의 지혜를 내게 가르쳐주곤 했다.

‘ 타인에게 진정으로 자비로울 수 있으려면 자신에게 엄격하라.‘

IP *.75.16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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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6.08.20 13:43:40 *.145.231.208
글, 맘에 듭니다.
연재하는 에세이처럼 읽고 싶은 욕심이 들어요.
"장난이었을 때는 쪽 팔리고, 어설픈 용기는 개망신을 당하게 되고 가치 없는 정의감에는 목숨을 담보로 해야 되기 때문"인 것으로 인해
싸움을 두려워하고 멀리했었지요.
근데,
마흔이 넘고보니 항상 피할 수 만은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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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
2006.08.20 16:53:11 *.75.166.94
자로님! 이제 준비가 된 것 같군요!
긴 세월을 인내하고 준비했으니 정면돌파할 용맹도
우회와 기습을 할 수 있는 지략도 겸비되신 것 같습니다.

활인검의 기개가 높이 서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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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8.27 22:30:55 *.145.125.146
가장 멋진 싸움을 하는 사람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멋진말입니다.
지난 주말 성렬님의 어록 중, 다음이 떠오르네요.^^

"되도록 싸우지 말 것이나,
일단 싸우게 되었다면 죽을만큼의 각오로 최선을 다해라.
그게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다."

그 상대는 나 자신이 되었건, 다른 사람이 되었건 마찬가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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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
2006.08.28 23:50:59 *.75.166.117

타인과 싸우지 않고 살려고 자신의 태만과 안일과 싸워야 한다.
자신의 안일과 태만과 싸우고 싶지 않다면 성실하고 일관된 생활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항상 아침 일찍 일어나면 늦잠 자고 싶은 자신과 싸우지 않아도 된다.
그에겐 그게 당연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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