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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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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22일 12시 44분 등록
언제나 창 밖의 세상은 아침 햇빛이 가득 차
이스트를 잔뜩 넣은 흰빵처럼 부풀어오른다.

나는 수줍은 새신부같이 아미를 숙이고 책상 위의 습작노트를 본다.
나의 우주를 차지하고 있는 너를 본다. 그럴 때마다
마음은 무심한데 난데없이 눈물이 주르륵 흐를 때도 있다.
세상에, 이룰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나는 그렇게 느낀다. 어떻게 저 한 줄기 햇빛은 저 무수한 햇빛 속에서 끝내 길을 잃지않고 내 창 아래 사뿐하게 앉을 수 있었을까.
모를 일이다. 오는 길마다 행여 돌아올 길 잃을까 남몰래 '희망'을 떨어뜨리고 있는지 모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야말로 생각하면 생의 마지막 비의이다.
우리는 돌아올 길 있어 꿈꾸는 것일까.
돌아올 길 있어, 그 때문에 꿈을 버리는 것일까.
나는 저 햇빛 속에서 오늘, 제 꿈 때문에 길을 잃고 마침내 돌아오지 못할런지도 모른다.

그럼 나는 혼자남아 생을 마감하겠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겐 아직 사랑에의 먼 꿈이 남아 있다.
이 아침 나는 아무도 몰래 그걸 본다.
많이 타버린, 그러나 속깊이 숨겨져있는 짚불 속의 붉은 불씨를.
나는 비명을 지를 듯 입을 쩍 벌리고 책상 위에 엎드린다.
아아,나의 가슴이 여전히 이리 뜨겁다.

뜨겁고, 아프다
삶은 이토록 뜨겁고 아프다.


2006년 8월 22일 김종원作-

IP *.187.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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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2006.08.22 12:46:40 *.187.39.56
구본형 소장님을 처음 뵙고 참 기분이 좋았었습니다
그 순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어느 누군가를 만나서 가슴이 떨리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며 아직 그래도 살아 있구나, 라는 심장의 떨림을 느낄 수 있는 순간입니다
그 순간을 기억하며 제 글을 하나 두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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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8.24 20:57:52 *.145.125.146
한편의 시 같네요.
날이 밝아져 오는 풍경이 흰빵이 부풀어오르는 것과 같다는 표현이 참 좋습니다. 종원님의 가슴이 뜨겁고, 삶이 뜨겁다면....내놓으십시오.
품고 있으면 뜨거울 뿐이지만, 내놓으면 고구마를 굽든 누구를 따스히 해주든...어딘가에 긴히 소용이 되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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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2006.08.25 01:46:02 *.61.247.110
귀한자식님 반갑습니다^^
뜨거운 가슴, 마땅히 내려 놓을 곳이 없어 찾고 있습니다
결국엔 제자리로 찾아 돌아가는 그 무언가처럼
삶이라는 것이 내가 쓰일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 생각해봅니다
귀한자식님의 덧글이 더 시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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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2006.08.25 21:57:32 *.116.34.219
글 하나가 남아 있군요. 뜨거운 청년 하나 남아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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