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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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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22일 23시 05분 등록


13년간 해 오던 일을 정리하고 이사를 하느라, 한 달 가까이 책을 읽지 못했다. 지난 주말 불현듯 책이 고팠다. 서울에 간 지 오래되어 큰 서점에서 직접 골라야 하는 책은 구입하지도 못하여 필독서가 많이 밀려있지만, 조금은 가볍게 책에 몰입하고 싶었다. 단식 후의 보식 과정이라고나 할까.

동네 서점에서 눈에 띄는 대로 4권의 책을 집어 들었다. 인구 3만의 소읍에 딱 두 군데 뿐인 서점치고는 뿌듯한 수확이었다.

유 경, 마흔에서 아흔까지, 서해문집
강인선, 힐러리처럼 일하고 콘디처럼 승리하라, 웅진
김 경,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생각의 나무
한승원, 시방 여그가 그 꽃자리여, 김영사

갈급하여 세 권의 책을 독파하였다. 남도문화와 풍경을 소개한 한승원의 책은 조금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주어야 할 것같다. 부자가 된 듯 흐뭇한 마음으로 포개놓은 책을 들여다 보노라니, 책 4권의 제목들이 모두 심상치 않다.

그 제목들은 스스로 자신의 향기를 뿜어내고, 책의 정체를 암시하며 독자의 시선을 붙잡고 있었다. 단지 소극적으로 선택받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앞장서서 구매자를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기선을 제압한다고나 할까. 관련분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집어들지 않고는 못 배길만큼 상징적이고 매혹적인 제목들이었다.

그런가하면, 이 책들 네 권에는 나의 관심사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시니어시티즌, 여성, 라이프스타일, 여행....

중년부터 준비하는 시니어 시티즌의 삶을 쉬운 언어로 풀어낸 책, 워싱턴 특파원 출신의 여기자가 쓴 컬럼 모음집, 개성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일구어낸 단독자들과의 인터뷰, 고향의 문화와 풍경의 속살을 깊이 읽어낸 책들. 짧은 시간에 한 번 훑어보고 골랐어도 거기에는 나의 관심사와, 시선에 부응하는 매력적인 제목들이 총망라 되어 있었다.

소비자가 책을 선택하는 기준을 알 것 같았다. 일단은 자신의 관심사가 첫째이고, 그 울타리 안에서는 제목에 대한 이끌림이 아닐까 하는 것. 처음에 이 짧은 글의 제목은 “주말 독서 메모”였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조금도 생동감이 없는, 죽은 제목이었다. 조금 멋을 부려 보았다. “책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이라고 써 보았다. 김형경 소설 제목을 본딴 것이고, 단순한 글에 어울리지 않게 과장된 제목이지만, 처음 것 보다는 낫지 않은가?
제목만 보고 기대했다가는 실망하기 딱 알맞은 내용이지만, 고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둘란다. hihi~~

IP *.105.19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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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8.23 04:08:59 *.145.125.146
드디어 이사를 마치셨군요.그동안 한선생님 글이 고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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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경
2006.08.23 08:04:01 *.252.184.251
그러셨군요. 13년 동안 하던 일을 정리하고 이사를 하고..
왜 안 보이시나 많이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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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엽
2006.08.23 11:15:59 *.153.213.49
한선생님- 바쁜일들은 정리가 다 되셨나봐요. 그간 웹상에서 안보이셔서 궁금했습니다. 책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그 이름만으로도 정말 힘이 펄펄 나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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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선장
2006.08.23 11:58:48 *.177.160.239
저 역시 제목 보고 훑어봤다가 실망한 적이 많지만, 그래도 좋은 제목에 먼저 손길이 가네요. 역시 제목은 중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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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엽
2006.08.23 12:42:31 *.153.213.49
참! 강인선 기자의 '힐러리..' 는 저도 읽었는데요, 역시 기자라 그런지 내용보다는 그 문체가 시원시원한게 여름에 읽기 딱 좋았던 것 같습니다. 톡- 쏘는 사이다의 맛이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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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6.08.23 14:15:28 *.81.20.169

딱 오늘 아침부터 찬 물이 차게 느껴지더라구요, 알게 모르게 더위가 물러가고 있는 거겠지요. 모두 별 일 없으시지요?

별 수준은 아니었지만, 쓰고 싶은 것을 글로 옮기는 데 별 지장이 없었는데, 한 달 간의 간격이 있은 지금 조금 서걱거리고 불편한 것을 느끼네요

나름대로 분석해 본 결과,

첫째는 그 사이 쓴다는 행위가 손에서 떴구나, 하는 자각, 그래서 구소장님께서 그토록 '정해진 시간과 습관'을 강조하셨구나~~ 피부로 느끼는 계기가 되었구요.

둘째는, 쓰고 싶은 게 두어 가지 떠올랐는데 상식이나 도덕, 기타 18세 이상 .. 등의 이유로 자기검열을 해야 하는 게 답답해서~~

어찌 되었든, 이제 백수가 되었으니 종전의 몇 배에 해당하는 파워로 새롭게 다가서지요, 양 속에 질이 있을지도 모르니, 다소 글이 넘쳐나더라도 이해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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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옥균
2006.08.23 21:26:39 *.62.203.200
저도 몹시 궁금 하였습니다. 한 선생님께서 자발적 백수(?)의 길을 선택 하셨다는 것은 알았지만 왜 글이 올라오지 않는지에 대하여 궁금해 하였습니다. 혹시,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겼는지? 연구원의 필독도서가 아닌, 오늘의 이런 글들이 참 정겹습니다. 늘 강건 하시고... 글 속에서나마 참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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