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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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니티가 담긴 한 글자(18)- 흥
흥만큼 우리 민족의 고유성을 표상하는 글자도 없을 것 같다. 그것은 흥이라는 정서를 대변할 단어가 동양을 대표하는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흥이라는 용어가 자주 쓰이지 않았고 비슷한 뜻으로 감관적인 만족을 가리키는 자미(滋味)가 쓰였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흥과 유사한 말을 들자면 ‘오카시’라는 글자를 찾을 수 있는 데 오카시는 미세한 생명현상의 관찰 결과에서 얻어지는 경이감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외면적으로 아무 제약 없이 마음껏 발산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흥과 차이가 있다.
이러한 흥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흥에는 두 가지 상이한 유형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한자계열을 살펴볼 수 있다. 흥(興)은 ‘마음이 즐겁고 좋아서 일어나는 정서’를 말한다. 흥감(興感)은 ‘마음이 움직여 느끼는 일’, 또는 ‘흥겨운 느낌’이라는 뜻이다. 흥미진진(興味津津)은 ‘흥취가 넘친다.’는 뜻인데, 한자를 보아 ‘경관이 멋들어진 나루터에 앉아 낚시를 해서 잡은 물고기를 안주 삼아 맛있게 술 한 잔하며 풍류를 즐기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또 ‘흥(興)하다’라는 말은 ‘번성해 일어나다’, ‘잘 되어가다’는 뜻으로 ‘망(亡)하다’의 반대말이다. ‘흥(興)겹다’는 ‘매우 흥취가 나서 한껏 재미가 있다’는 뜻이다.
다음은 순 우리말계열로 된 흥을 들 수 있다. 흥이라는 우리말은 ‘신이 나서 감탄하는 소리’, ‘코를 울려 내부는 소리’, ‘업신여기거나 아니꼬울 때 코로 비웃는 소리’ 등을 일컫는다. ‘흥청거리다’는 ‘흥에 겨워 마음껏 거드럭거리다’ 또는 ‘돈이나 물건 등이 흔해 아끼지 않고 함부로 쓰다’는 의미를 갖는다. ‘흥흥거리다’와 ‘흥흥대다’는 ‘흥겨워 연달아 콧소리를 치다’, ‘흥건하다’는 ‘물 같은 것이 많이 괴어 있다’는 뜻이다. ‘흥얼거리다’와 ‘흥얼대다’는 ‘흥에 겨워 입속으로 노래 부르다’는 뜻이다.
이 두 의미계열 중에서 한자어 흥(興)은 어원상 ‘마주 들다’는 뜻의 ‘여’와 ‘동’의 합성어로 이루어진 글자로, ‘힘을 합한다.’는 의미가 있다. 마주 들어서 힘을 합하려면 상대가 있어야 하므로, 흥이라는 미감은 둘 이상의 구성원이 마주쳐 상승의 힘이 솟을 때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말 흥의 경우도 기쁨의 기운이 우리 몸 전체로 들어와 울려 퍼지는 신체적 느낌을 잘 전달하고 있다. 우리말 흥은 콧바람을 불 때나 흥에 겨워 흥얼거릴 때, 소리가 코나 입 속을 맴돌아 코와 입 속에서 진동하며, 부정형적으로 빠져나가는 바람 운동의 양상을 정확하게 보여 준다.
흥이라는 우리말과 발음과 어감을 분석해 보면 더 재미있는 점이 발견된다. ‘ㅎ’과 ‘ㅇ’ 두 자음은 오행의 관점에서 보면 물에 해당해 축축하고 둥근 목구멍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이고, ‘ㅡ’는 평평한 땅을 의미하는 모음이다. 넓은 대지 위로 물이 ‘흥건하게’ 넘치듯이, 또는 대지 위로 봄기운이 솟아나듯이, 몸통을 울리면서 흥이라는 단어를 ‘내부는’ 모양새가 그 자체로 흥겹다. 또 마지막 자음 ‘o’을 계속 울리면, ‘o’ 소리가 종이 울리듯 널리 그윽하게 퍼져나가는 개방감을 불러일으킨다.
흥이라는 말은 기쁨이나 재미, 쾌감 같은 일반적 의미와는 달리 역동적이며, 즐거움이 솟구칠 때 일어나는, 신체 내부에서 외부로 넘쳐 나가는 기운의 생태학적 변화를 함축하고 있는 의미심장한 용어다.
흥은 한자어로는 어원상 공동참여에서 오는 즐거움과 즐거움의 운동양태를 지칭하는 단어며, 우리말의 흥은 매우 광범하게 기쁨의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면서 미묘한 생태학적 감흥을 함께 표현한다. 때문에 흥은 의미론적으로 그 자체가 매우 탄력성이 높은 구조를 지닌다. 이런 점에서 흥의 미감은 한반도의 자연 속에 형성된 우리 전통문화의 기본 미감이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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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만큼 우리 민족의 고유성을 표상하는 글자도 없을 것 같다. 그것은 흥이라는 정서를 대변할 단어가 동양을 대표하는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흥이라는 용어가 자주 쓰이지 않았고 비슷한 뜻으로 감관적인 만족을 가리키는 자미(滋味)가 쓰였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흥과 유사한 말을 들자면 ‘오카시’라는 글자를 찾을 수 있는 데 오카시는 미세한 생명현상의 관찰 결과에서 얻어지는 경이감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외면적으로 아무 제약 없이 마음껏 발산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흥과 차이가 있다.
이러한 흥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흥에는 두 가지 상이한 유형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한자계열을 살펴볼 수 있다. 흥(興)은 ‘마음이 즐겁고 좋아서 일어나는 정서’를 말한다. 흥감(興感)은 ‘마음이 움직여 느끼는 일’, 또는 ‘흥겨운 느낌’이라는 뜻이다. 흥미진진(興味津津)은 ‘흥취가 넘친다.’는 뜻인데, 한자를 보아 ‘경관이 멋들어진 나루터에 앉아 낚시를 해서 잡은 물고기를 안주 삼아 맛있게 술 한 잔하며 풍류를 즐기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또 ‘흥(興)하다’라는 말은 ‘번성해 일어나다’, ‘잘 되어가다’는 뜻으로 ‘망(亡)하다’의 반대말이다. ‘흥(興)겹다’는 ‘매우 흥취가 나서 한껏 재미가 있다’는 뜻이다.
다음은 순 우리말계열로 된 흥을 들 수 있다. 흥이라는 우리말은 ‘신이 나서 감탄하는 소리’, ‘코를 울려 내부는 소리’, ‘업신여기거나 아니꼬울 때 코로 비웃는 소리’ 등을 일컫는다. ‘흥청거리다’는 ‘흥에 겨워 마음껏 거드럭거리다’ 또는 ‘돈이나 물건 등이 흔해 아끼지 않고 함부로 쓰다’는 의미를 갖는다. ‘흥흥거리다’와 ‘흥흥대다’는 ‘흥겨워 연달아 콧소리를 치다’, ‘흥건하다’는 ‘물 같은 것이 많이 괴어 있다’는 뜻이다. ‘흥얼거리다’와 ‘흥얼대다’는 ‘흥에 겨워 입속으로 노래 부르다’는 뜻이다.
이 두 의미계열 중에서 한자어 흥(興)은 어원상 ‘마주 들다’는 뜻의 ‘여’와 ‘동’의 합성어로 이루어진 글자로, ‘힘을 합한다.’는 의미가 있다. 마주 들어서 힘을 합하려면 상대가 있어야 하므로, 흥이라는 미감은 둘 이상의 구성원이 마주쳐 상승의 힘이 솟을 때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말 흥의 경우도 기쁨의 기운이 우리 몸 전체로 들어와 울려 퍼지는 신체적 느낌을 잘 전달하고 있다. 우리말 흥은 콧바람을 불 때나 흥에 겨워 흥얼거릴 때, 소리가 코나 입 속을 맴돌아 코와 입 속에서 진동하며, 부정형적으로 빠져나가는 바람 운동의 양상을 정확하게 보여 준다.
흥이라는 우리말과 발음과 어감을 분석해 보면 더 재미있는 점이 발견된다. ‘ㅎ’과 ‘ㅇ’ 두 자음은 오행의 관점에서 보면 물에 해당해 축축하고 둥근 목구멍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이고, ‘ㅡ’는 평평한 땅을 의미하는 모음이다. 넓은 대지 위로 물이 ‘흥건하게’ 넘치듯이, 또는 대지 위로 봄기운이 솟아나듯이, 몸통을 울리면서 흥이라는 단어를 ‘내부는’ 모양새가 그 자체로 흥겹다. 또 마지막 자음 ‘o’을 계속 울리면, ‘o’ 소리가 종이 울리듯 널리 그윽하게 퍼져나가는 개방감을 불러일으킨다.
흥이라는 말은 기쁨이나 재미, 쾌감 같은 일반적 의미와는 달리 역동적이며, 즐거움이 솟구칠 때 일어나는, 신체 내부에서 외부로 넘쳐 나가는 기운의 생태학적 변화를 함축하고 있는 의미심장한 용어다.
흥은 한자어로는 어원상 공동참여에서 오는 즐거움과 즐거움의 운동양태를 지칭하는 단어며, 우리말의 흥은 매우 광범하게 기쁨의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면서 미묘한 생태학적 감흥을 함께 표현한다. 때문에 흥은 의미론적으로 그 자체가 매우 탄력성이 높은 구조를 지닌다. 이런 점에서 흥의 미감은 한반도의 자연 속에 형성된 우리 전통문화의 기본 미감이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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