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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여러분이

  • 김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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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27일 23시 34분 등록
지금껏 나는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의 3분법을 철썩같이 믿어왔다.
어제는 과거로 끝났고, 오늘은 오늘이다. 그리고 내일은 영원히 오지 않을 미래이다. 우리에겐 내일은 없다......고.
그런데 살다보니 그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제일 맏형은 거기에 없어. 이제 막 집으로 오고 있어.
둘째형은 거기에 없어. 그는 벌써 나가버렸어.
다만 세째만이 거기에 있어.
사실 막내가 없으면 다른 둘도 있을 수가 없어.
그런데도 문제가 되고있는 세째의 존재 이유는,
오로지 첫째가 둘째로 변화하는데 있어.
사실 막내를 보려고 하면 우리는 언제나 다른 둘 중의 하나를 볼 뿐인거야.
이 세형제는 어쩌면 하나일까?
아니면 둘 뿐일까? 또는 결국... 아무도 없는걸까?
이 형제들의 이름을 맞출 수 있다면, 셋의 막강한 지배자를 알아 맞추는 셈이다.그들은 같이 한 커다란 왕국을 다스리고 있어.
동시에 그들 자신이 왕국인거야. 그 왕국에서 그들은 꼭 같애.
세 형제가 살고 있는 집은?
(출처 : '미하엘 엔데의 모모)>


가만히 보면 인간처럼 재밌는 동물도 흔치 않다.
우리는 내일조차 확신할 수 없으면서, 5개년 계획, 10개년 계획을 세워둔다.
언젠가는 -내일이 될 수도 있고, 50년후가 될수도 있다-죽을 걸 뻔히 알면서도 나는 죽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오늘을 살면서도, 마음은 늘 내일 저편 혹은 어제의 어느 한 귀퉁이를 헤매기 일쑤다.

시간의 뒤섞임의 혼동 속에 내가 '미래'를 잡아온 이야기를 하나 할까 한다. 이것은 내가 하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놀이 중 하나인데 바로 '타임머신'놀이다. 이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릴 적 만화와 책에서 얻었는데,
실행에 옮긴 것은 98년11월 1일이었다. 나는 이 날을 '미래의 날'로 선포하고,
현재의 일상 중 얼마간을 뽑아내어 유리상자에 넣고 땅에 묻었다.

타임머신 놀이의 원칙으로 정한 것이 몇개 있다.
1. 5년마다 한번씩 개봉하되, 그 날짜는 11월 1일로 한다.
2. 3편의 글을 쓴다.
하나는 과거의 나의 물음에 답하는 것이요,
둘은 현재의 나에 대한 기술이요,
셋은 미래의 나를 불러들이는 편지다.
3. 경건한 마음으로 나의 과거, 현재, 미래를 마주 대한 후, 다시 경건한 의식을 치룬 후, 다시 땅에 묻는다.

지루한 일상에 젖어 있을 때면, 나는 '타임머신'을 생각하곤 하는데, 활력을 되찾는데 효과 만점이다. 생각하는 순간, 몸이 근질근질해지고, 매 순간을 꽉꽉 밟고 싶은 욕망에 젖어든다.
98년에 묻고선 2002년에 딱 한 번 개봉하였는데(눈치 빠른 사람은 알겠지만, 시간계산을 잘못하여 1년 빨리 개봉한 것이다.) 5년전의 내가 5년 후의 나를 그리며 써둔 편지를 현재의 내가 읽는 기분이란...이루 말할 수 없이 요상하다. 더불어 내 삶에 대한 의욕 혹은 책임감이 마구 마구 샘솟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음 개봉은 2007년인데 벌써 좀이 쑤셔 미치겠다. 5년 마다 고등학생이었다가, 대학생으로, 사회인으로 신분의 대 이동을 겪고 있다. 신분만 변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얼마나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까이 가고 있는 가를 체크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미래는 예정된 오늘, 내 앞에 이미 와 있는 과거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왔다갔다 하다보니, 시간의 개념이 모호해져 버린다. 미하엘 엔데의 말처럼 삼형제가 왔다갔다 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타임머신을 통해 적어도 미래와 소통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된다.
나는 언젠가 가족과 친구들의 타임머신도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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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일
2006.08.28 08:16:22 *.103.178.195
미래를 만드는 방법을 잘 알고 계십니다.
미래 결정의 확실한 뿌리는 지금 이 순간들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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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
2006.08.29 09:34:41 *.75.166.117
미래,현재, 과거의 삼형제가 함께 있는 곳은 '일상'이다.
그리고 그 일상을 지배하는 것은 '성실'이다.

'성실'이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것은 항상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데
사실은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스승님이 그러셨다.
미래의 꿈이란 해야만 되는 그런 책임이나 의무감이 아니라
하고 싶고 즐거운 일이라고...
그래서 스승님께서는 항상 '일상의 황홀함'을
멀리있는 사람에게는 글로서 전하고
가까이 있는 우리에게는 행함으로서일깨워 주신다

유럽에 다녀 오셔서 어떠셨어요?
스승님께서 그러셨다.
' 응! 괜찮았어! ' ^^
여느 일상처럼... 그렇게..답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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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8.29 11:54:36 *.145.125.146
와......
미래 과거 현재가 있는 곳은 일상이라..
제 머리를 한 번 내려침과 동시에 미소짓게 만드는...전혀 생각지 못했던 답이네요. 감사합니다. 성렬님, 늘 멋지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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