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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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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2일 22시 16분 등록
송수명(松樹命)

전화가 왔다. 내게 생월생시를 묻더니 날 더러 송수명(松樹命) 이란다....
한 참이나 내게 들려주었던 말들은 벌써 기억에 가물거리고,
대신에 저 만치 있는 쓰러져 누운 소나무와 나누던 대화가 기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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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조그만 언덕배기에는 큼직한 소나무들이 살고 있다.
나는 그 사이로 갈지자로 길을 내 놓고
동이 트기 전이나 깊은 밤에 녀석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곤 했다.
터를 닦아 평평해진 마당가 쪽 언덕배기에 위태롭게 자라던 한 녀석이
옆 녀석과 키 재기를 하다가 비바람이 몹시 치던 날,
바람과 비에 힘겨워 몸을 누여버렸다.
족히 50척은 되는 녀석은 언덕배기와 마당 사이의 주차장으로 내어놓은
비탈진 산책로를 가로 질러 쓰러져
허연 속살을 내어 놓고
송진으로 몽올 몽올한 눈물을 흘렸었다.

사람들이 베어버리자는 것을
나는 머리를 받쳐 디귿자 모양의 아크를 만들어 두게 했었다.

연구실에 앉아 모니터를 쳐다보다 고개를 들면,
창문 밖에서 녀석이 날 쳐다보고 있다.

‘아프나?’

‘...’

‘ 내가 머리 받쳐 줬쟎아... 사람들이 너 폼 난다더라...’

‘ ^^ ... ’

‘시간이 조금 지나면 바람과 새벽의 이슬이 너의 속살에 옷을 입혀주고
여름날의 뜨거운 햇볕이 너의 상처에 예쁜 물을 들여줄거야... ’

‘(끄덕 끄덕)’

‘가을이 오면 사람들이 너를 사진 속으로 데리고 갈거다....
그러니 넌 의연하게 있으면 돼 알았지... ‘

‘ ^^... ( 옆에 서있는 녀석들도 잎을 흔들어 끄덕였다)’

‘^^ 나, 공부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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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운명을 타고 났던 그것이 걷게 했던 길이 어떠했으면 어떠리...
돌이켜보고 신기해하며 신 앞에 경외함만 더하면 무슨 소용이 있으리...

까마귀들을 떠나 산중에서 세상을 한탄하는 것보다는
때 묻은 몸을 씻고 신 앞에 경건하게 예를 갖추는 기도도 아름답다.

쓰러져 누운 소나무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신과 사람들에게 공양을 하듯
회중이 떠난 단상 위에서 열심히 공을 굴리는 난장이의 진지한 얼굴에 맺히는 땀방울도
신께서는 소중한 예물로 여겨 주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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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께서 그러셨다

‘꿈이란 해야만 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며 즐거운 일이어야 한다.‘


과거를 되짚어 보고 반성을 하는 것은
그래서 도리(道理)를 알고 분수(分數)를 알려고 노력하는 것은
미래에 일어날 실천으로서 행함의 근본(덕(德))을
바르게 하려는 것이지 않을까?

그것이
억울함의 증거를 찾고 명분을 찾은 증오심으로
내일을 지옥의 전쟁터로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어야 되지 않을까?

시퍼런 칼날의 예리함에는 정의가 없다.
정의와 불의란 칼날을 다루는 자의 마음과 태도에 있다.
나는 마음속에 타고 있는 원한의 불길을 잠재우는데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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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가는 하늘 아래서 기도한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있게 하신 신에게...
내 눈 속의 세상을 열게 하신 배움의 스승들에게...
내 몸을 있게 하신 부모님과 조상님께...

‘가고자 하는 길이 바른 길이 되게 이끌어 주소서’

드러누운 송수,
구름없이 열린 하늘...

일렁이는 물 속에서 파란 불 꽃이 타고 있다.
IP *.75.166.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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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연 설명
2006.09.03 22:36:03 *.116.34.142

안성 금광 저수지에 반 쯤 누운 소나무를 보았다. 김선생의 연구실 창문 넘어 아마 그 소나무가 잘 보일 것이다. 그날 아침 나는 데크에서 그 소나무를 보고 그 자태에 혹해 저수지 물가로 나갔었다.

소나무가 쓰러지지 않게 허리 아래 쯤에 나무를 받쳐 괴어 놓은 곳에 송진이 흥건한 것도 보았다. 그건 상처를 감싸는 딱지 같은 것이었지만 계속 나와 아픔을 멈추게 하고 있었다. 홀로 서 있지 못하는 의존의 아픔퍼럼 보였다, 그러나 그 소나무는 그 소나무를 사랑하고 말을 건네주는 사람에 의해 그곳에 누운 듯 서 있었다. 그것은 춤추는 자의 자세처럼 한 순간의 절묘한 균형으로 굳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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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6.09.04 11:00:20 *.81.22.242
안성 금광 저수지라면, 제가 좋아하는 작가 장석주의 거처가 있는 곳이네요. 그 곳에 살며 쓴 산문집 '추억의 속도'와 '마음의 황금정원'을 빨려들듯이 읽은 기억이 나요.

성렬님의 글에서는 '도인이 된 무인', '다시 아이로 돌아간 도인'의 모습이 보입니다. 게다가 이제는 문인의 모습까지 보이니, 참 무궁무진한 분인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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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
2006.09.04 11:16:37 *.75.166.117
스승님!, 한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격려해주셔서....
^^
세상에서 참 행복할 때가
사랑받고 싶은 사람에게서 오는 관심의 눈 빛을 받을 때죠.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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