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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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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5일 09시 11분 등록
최근 헐리우드 영화 두 편- 미국젊은이들을 위한 Wake-Up Call

<달콤한 백수와 사랑 만들기, Failure to Launch (2006)>,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 My Super Ex-Girlfriend(2006)>


최근에 본 두 편의 헐리우드 영화는 미국의 사회현상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를 전한다. 언뜻 보기에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는 두 편의 영화는, 현대 미국사회의 나약해져가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걱정을 호소한다.

먼저 <달콤한 백수와 사랑 만들기, Failure to Launch (2006)>와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 My Super Ex-Girlfriend(2006)> 속 주인공들은 미성숙하거나, 여성보다 지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덜 성숙한 남자가 등장한다. 먼저, <달콤한..> 에 등장하는 트립은 서른 다섯 살이나 먹었지만,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이다. 변변한 직업없이도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기에 굳이 부모의 집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겁나는..>은 한마디로 하늘을 나르고, 우주로 날아가 적을 무찌르며, 무슨 일만 나면 처리해 버리는 수퍼우먼, G걸을 여자친구로 둔 남자친구의 분투기이다.

<달콤함..>의 남자 주인공 ‘트립(매큐 메커너헤이)는 데이트와 산악자전거, 서바이벌 게임등 을 즐기지만, 부모에게서 독립해서 사는 것을 두려워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부모가 그들 ‘독립’ 시키려 ‘남자 길들이기 전문 컨설턴트’인 폴라(사라 제시카 파커)를 고용한다. 그녀를 통해 결혼을 시키고, 결국에는 그 아들을 독립시켜 미국적인 가치를 실현 시키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삶과 유사한 점이 많은 폴라에게 빠져들고, 그녀와 새로운 관계를 맺으려한다. 결국 모든 일이 폴라와 부모의 계획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되는 트립. 이 모든 것에 대해 그는 그녀가 자신의 독립만이 아닌,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면서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달콤한..>이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밟은 것에 이에 반해 <겁나는..>은 좀 더 현실적인 남성의 성향을 드러내보인다. 주인공인 매트(루크윌슨)은 자신의 여자친구 제니(우마서먼)이 똑똑한 여성인줄만 안다. 그러나 사랑에 빠진 제니는 그녀가 ‘G걸’ 임을 그에게 ‘커밍아웃’한다. 그런 그녀를 받아들이려고 하지만, 초능력을 가진 ‘수퍼휴먼’ 답지 않게 그녀는 예민하고, 집착이 심하며, 게다가 성질도 더럽다. 결국 이별을 통보하게 되는 매트. 이러한 그의 이별통고에 이제 그녀의 ‘겁나는’ 복수가 시작된다. 그녀의 쉴 새 없는 ‘복수’ 앞에 직장도, 여자친구도 잃게 된다. 그녀의 복수 앞에 처절하게 무너져버리는 매트.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짝사랑해 온 베들램 교수와 매트의 직장 동료인 한나를 이용해 예상치 못했던 해피엔딩을 만들어 낸다.

이 두 편의 영화는 현재 미국을 이끌어나가야 할 미국의 젊은이들의 나약함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들은 경제적으로 궁핍함이 없기 때문에 대학생만 되면 독립하려는 미국적 가치를 더 이상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취직을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젊은 세대를 일컫는다. 이들은 설령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 하더라도 청소와 빨래 등 생활의 도움을 그들의 부모세대들에게 청한다. 또한 대책없이 몰아치는 여자의 복수심 앞에 본인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별 고민없이 그녀의 초능력을 이용하려는 악의 세력(?)과 결탁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제껏 헐리우드 영화는 '슈퍼맨' 즉, 신의 이데올로기를 통해 영웅을 형상화 해왔다. 다만, 종교에서 말하는 절대적인 신의 모습이라기보다는 그리스 신화의 인간적인 신과 가까운 그런 모습으로 관객의 공감을 형성했다. 이렇게 형상화된 모습들이 단지 영화적 상상력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닌, 현실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적인 가치와 사고방식은 점점 국내에서도 전세계적으로도 더 이상 공감을 형성하기 어렵다. 미국이 전 세계의 안보를 책임진다는 명분은 사라진지 오래고, 경제적으로 풍족한 미국사회의 젊은이들은 턱없이 나약해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그들의 모습을 이 영화들은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 이다. 그들은 말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돈’을 써서라도 ‘독립심’은 반드시 키워야하고, ‘초능력’을 소유하기 위해 비록 단기적으로나마 악의 세력과 결탁한 하더라도, 후에 내편으로 끌어들이면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 그런 ‘아메리칸 이데올로기’의 형상화에 성공한 자들만이 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음을, 이 영화들은 역설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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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나
2006.09.06 19:06:12 *.55.105.14
정재엽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두 영화를 다 보았지만 전 그저 재밌다고만 생각 했네요. 어쩜 저런 생각을 하셨을까 놀랍네요. 혹시 재엽님은 영화를 전공하신 분이신가요? 쓰신 글이 쉬우면서도 깊이 있는 것 같아서요. 특히 요즘 영화에 대한 글을 많이 쓰신것 같아서 여쭈어봅니다. 전 저런 생각은 꿈도 못꾸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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