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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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싸이의 싸집 ‘연예인’이 나왔다. 그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뮤비의 구성이, 현실 속에서 주변머리없고 인기없는 싸이를 천사 싸이가 도와주는 설정인데, 두 명의 싸이가 너무나 모습이 달랐기 때문이다. 바가지 머리를 하고 텔레토비 옷을 입은 싸이는 정말 못생기고 둔하고 실로 걱정되는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웬걸 천사 싸이는 눈부시게 흰 양복으로 빼입고 올백으로 머리를 넘기고, 게다가 삐까번쩍한 스포츠카를 몬다. 천사 싸이는 절대로 못생기지 않고 무능해보이지도 않는다.
만약에 싸이가 지금이 아니라 조금 일찍 가수활동을 시작했더라면, 저 텔레토비 싸이처럼 대접을 못 받고 ‘완죤히 새’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자신있게 개성을 발산하는 빛나는 개인주의의 시대가 아니라, 고지식한 상식과 내숭을 더 우위로 쳐주는 시대였다면 말이다. 다행히도 싸이는 시대를 아주 잘 타고 난 행운아이다. 그는 대중의 욕구를 읽을 줄 아는 엔터테이너로서, 자신의 못 생긴 외모와 뱃살, 그럼에도 자신있게 발산해내는 끼와 뻔뻔함을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나는 아직 가 보지 못했지만, 인기만점인 그의 콘서트에서 싸이는 몸을 아끼지 않고 스스로 즐김으로써, 관객을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가는 것같다. 절대로 멋진 척 잘난 척 하지 않을 것같은 싸이, 엽기적인 솔직발랄함으로 관객의 즐거움을 이끌어내다 보니, 4집 앨범에서는 드디어 ‘나는 연예인’이라고 소리높여 정체성을 외치게끔 되었다. 솔직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자기 감정에 충실한 싸이의 특성은 어린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특징들이다.
싸이같은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보통 아티스트의 특성을 ‘어린아이의 그것’으로 풀이하는 수가 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창조적인 아티스트에게 필요한 것은 열정이다. 열정은 삶의 흐름에 왕성한 활동력을 공급하는 에너지이다. 또 열정은 일이 아니라 놀이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 열정이나 호기심, 놀이, 장난스러움, 상상력과 독창성 같은 것들은 말할 것도 없이 어린아이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서드 에이지>의 저자 윌리엄 새들러는 <내 안의 어린아이에게 손 내밀기>가 비단 아티스트 뿐만이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네 삶역시 한 편의 예술이기 때문일까. 그러고보니 인생에서 필요한 모든 덕목들이 한 편의 예술작품을 완성시키는 데 필요한 것들과 일치한다.
유치하기 그지없는 어린아이의 특성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좋으면 좋다고 하고, 싫으면 싫다고 하고, 자기 욕심에 위배되면 툴툴거리고 있는 힘을 다해서 자기 이익을 챙기는 그런 사람이다. 처음에는 그 즉물적인 태도에 실망하고 비난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10여 년 그 사람을 접하다 보니, 앞에서 이성적이고 뒤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도덕군자보다 훨씬 낫더라는 얘기이다. 시종일관 ‘자기이익에 충실한’ 그 모습에서 어린아이를 느낀 것은 물론, 공자님이 말씀하신 “늘 그 자리에 있어라”의 경지까지 느꼈으니, 솔직함과 일관성의 쾌거라고나 할까. 참고로 그 당사자는 ‘사는 것이 천국같다’고 말한다. 한 치도 어긋나지 않게 자기본능에 따르니 스트레스가 쌓일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어린애처럼 살 일이다. 사회와 문화가 정해놓은 <역할놀이>나 쯩나이에 너무 구애받지 말고 <내 안의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경청할 일이다. 윌리엄 새들러에 의하면, 내면의 어린아이에게 활기를 불어넣으며, 2차 성장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정체성 뿐만 아니라 외모에서도 팔팔한 젊음이 부각된다고 한다. 매혹적인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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