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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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한 사람이 소장님의 저서를 토대로 단식 중이다. 원래 목표인 7일을 넘어 계속한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일이다. 단식에서 오는 효과라면 건강상의 문제 외에 심리적으로 이렇게 짐작이 간다.
“포도 열 알만 먹어도 사는구나, 먹고 산다는 것에 그다지 큰 비중이나 중압감을 느낄 필요는 없을꺼야. 생계의 문제에서 조금은 홀가분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올인해도 돼. 식욕에서 벗어나 내 몸을 내가 좌지우지하는 것도 아주 새로운 경험이군. 어제의 무심한 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내가 된 느낌이야. 새로운 습관과 새로운 목표를 담을 수 있게 새롭게 태어난 내 몸이 자랑스러워.”
구태의연한 용어에는 새로운 개념을 담을 수가 없다. 따라서 새롭게 진화한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용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단식으로 새로워진 몸도 거기에 해당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전에 주로 여성운동 분야에서 이런 움직임이 있었다. 크게 보면 아버지의 성 옆에 어머니의 성을 나란히 붙여서 사용하는 것, 최근에 ‘미혼’이 아닌 ‘비혼’이나 ‘폐경’이 아닌 ‘완경’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이 범주이다. ‘미혼’이라는 말에서 오는 무엇인가 미완성된 느낌과, ‘폐경’에서 오는 쓸모없다는 느낌을 수정한 바람직한 움직임이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노인’라는 말 대신 ‘시니어 시티즌’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보통 ‘노인’이라고 하면 무엇이 연상되는가? 무능력과 무기력, 깔끔하지 못한 모습이 연상되도록 우리들은 문화적 세뇌를 당했다.
그러나 언제부터 ‘노인’이라고 하는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일률적으로 늙어가는 것도 아니며, 모든 노인이 우리의 선입견에 부합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나는 ‘노인’이라고 하는 용어 대신 ‘시니어 시티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노인’이라는 이름은 스스로 거동을 할 수 없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으며, 외부에 대한 호기심을 끊고 더 이상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없을 때, 그 때 사용해야 옳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현재 젊었든 나이가 들었든 시니어시티즌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2005년 현재 65살 이상이 437만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9.3%를 차지하고 있다. 유엔은 2050년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비가 37.3%로 세계 제일의 고령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그런데 통계청의 올 5월 고령층(55~79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20년10개월(남자 23년3개월, 여자 18년8개월)이다. 퇴직 평균 연령은 53세(남자 55세, 여자 52세)이다. 평균 수명은 78세. 결국 20년간 일하고 퇴직후 25년간을 소득없이 살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본인, 가족, 사회구성원, 국가 모두가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고령층에 대해 준비하고 연구하지 않으면 실로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이다. 그 거대한 연령집단을 일찌감치 은퇴시키고 사장시키면 온 사회의 부담이며 잠재력이 어떠하겠는가. 그래서 젊은이 한 사람이 벌어서 노년층 4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일찌감치 전폭적인 발상의 전환으로 고령층의 삶의 의미와 생산성에 대해 인정하고 지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딘지 모르게 추레하고 냄새나는 것 같은 ‘노인’이라는 단어보다, 이 사회를 일구는 데 일조하였으며 훈련된 자신감으로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시니어시티즌’이 어떤가. 새로운 단어를 접하면 새로운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래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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