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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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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10일 21시 12분 등록
풍돌이 녀석 때문에...

어떻게 하다보니

어떻게 하다보니 우리 집에 키우는 개가 다섯 마리나 되어 버렸다.
밖에서 키우는 개가 네 마리(레브라도 리트리버, 롯트 와일러, 시베리안 허스키, 풍산견)에 집안에서 키우는 개, 닥스 훈트까지 ...

시베리안 허스키 ‘똘똘이’
재홍이가 좋아 했던 종인지라 이미 집안에 개들이 넘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데려오라고 했었고 나는 녀석에게 더 애착을 가졌었다.
똘똘이라는 이름하곤 전혀 어울리지 않게 녀석은 튼튼한 다리와
무대포의 미련스런 힘으로 안 마당을 뛰어다니곤 했다.
몸집에 비해 좁고 뾰죽한 머리는 날카로운 이빨과 함께
늑대였던 과거의 야생의 기질을 가끔씩 사람들에게 보여
흠칫하게 하곤 한다. 야밤에 달을 쳐다 보고 울어대고 으르렁거리며
날카로운 앞 이빨을 드러내는 것이 그렇다. .
그러다 녀석은 일찌 감치 쫓겨나 어느 과수원으로 보내졌다.
그 날은 몹시 서운했다... 사람을 떠나 보내는 만큼은 아니지만...
이유를 모르고 차안에서 오락가락 거리며 차창으로
나를 바라보는 녀석은 .... 그랬다....

레브라도 리트리버 ‘토람이’
텔레비전에 나오던 ‘토람이’라는 맹인 인도견 드라마가 발단이 되어
매형이 데려온 어린 토람이는(역시 같은 이름을 붙였다) 일 년만에
무지하게 뚝심 좋은 놈이 되었다.
언제 보아도 순둥이지만 그저 나를 볼 때마다 꼬리를 흔들다 못해
허리가 부러질 것 같이 이리저리 궁둥이를 흔들며 머리를
내게 들이밀곤 했다.
그것이... 태생이 그래서일까...
아니면 누군가가 길들이고 또 길들여서 내리 물려 전해서일까...
이젠 녀석의 유전자 속에도 그 착함이 굳건히 자리잡았나 보다...
그렇게 녀석의 얼굴의 생김새나 표정마저도 순해보여서
사람들에게 두려움없이 손을 내밀게 한다.
큼지막히 쳐진 귓때기... 애교스럽게 봐줄만한 턱 밑에 쳐진 살이나 ..
밋밋하게 튀어나온 이마 아래로 끔벅이며 쳐다보는 눈매는
똘똘이에게는 흔적도 볼수가 없는 것이다.
하도 먹어 대는지라 짜구날까봐 일부러 밥을 많이 안 주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럴 때는 배 터지게 먹게 해야 된다나... 어쩐다나...
하여튼 결과적으로 어쩡정한 덩치와 몸매가 되어버린 토람이는
나 한테 종종 혼이 났다.
몽땅 먹고 ... 똥을 가리지 못해 되지게 혼이 나도
침을 몽땅 묻힌 테니스공을 물고 와서 나를 쳐다보며 놀잰다...
마당가로 던져지는 공을 여러번 주우러 다니다
지치면 곧 바로 내게 가져오지 않고 저만치 빙빙 돌면서 숨을 돌리고는 ...
‘이리 안 올래...너 ! ’ 하면 멀찌감치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통통한 배를 깔아 내리면서 맞을까봐 이쁜 짓 한다.
옆 집 쓰레기통에 머리를 박고 뒤적거리다가, 물 빠진 저수지 가로 떠 밀려온 죽은 붕어 물고 다니다가 ,,, 나 한테 걸려서 몇 번 뒤지게 맞은 뒤에는 ...
‘ 토람이 .. 너...! ’ 손을 들면 후다닥 안 마당으로 뛰어 돌아와
자이브를 추듯 궁딩이를 흔들면서 내게 오곤 했었다.

가을이 오는데 녀석이 떠나버린 마당가에는 침 묻은 공만 굴러다닌다...

‘토토는 롯트 와일러.
토람이 온 뒤로 두 어달 쯤 뒤에 데려왔는데...
튀어오르는 데는 상당한 재주가 있는 놈이다.
게다가 녀석은 좀 우멍한 데가 있고 그 까만 피부에
눈이 조금은 멍한 듯한데 소리없이 웅크리고 있다가
순식간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확 덥쳐서...
나이 살 먹은 어른들도 털부덕 그 자리에 주저앉게 하는 고 놈,,,,
얼떨결에 본능처럼 비켜서면서
나도 모르게 왼 손으로 목줄을 갈겨서...
녀석은 나한테는 절대로 안 뎀빈다...
어슬렁 어슬렁 걸어 다니는 녀석이라 토람이랑 풍돌이하고는
공놀이경쟁에 상대가 안되서 내가 별도로 던져주는 공을 주우러 갈 때나
깡충거리며 신나서 뛰어가는 녀석이 토토다. 녀석은 느긋하다.
히틑러의 침대 밑에서도 그랬겠지...
소나무 숲을 산책할 때도 항상 내 뒤에서 소리없이 따라오곤 했다...
즐거운 바람에 신이나서 앞 발 들어올려 나를 밀었다가
순식간에 뒷다리 채이고 옆구리 한 대 맞은지라 ...
녀석이 불거진 이마를 뒤로 무게 중심을 제끼며
튀어 오를려고 하다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비켜 째리게 되는
나와 마주치면 슬그머니 힘을 풀고서 저 쪽 저수지 가의
풀 섶 쪽으로 고개로 내게 돌려 경계하면서 어슬렁거리며
가다가 가짜 뼈다귀 보게되면 앞 발로 치고 물면서 노느라 나를 잊는다.
꿈벅이는 녀석의 눈꼽을 떼어주면 너석은 항상 쪼그려 앉아있는
내 무릎사이로 머리를 밀고 들어온다.. 징그럽게시리...

녀석은 어디가도 사람들이 함부로 못할걸... 하도 우멍한 놈이라....

풍산개 ‘풍돌이’
토종이라 토돌이라고 부르기로 했는데 자꾸 토토하고 헤갈려서
어느 날부터 자연스럽게 풍돌이로 부르게 됐다.
허스키 똘똘이도 수놈이지만 풍돌이도 수놈인데 아마 똘똘이랑
같이 있었으면 내가 덜 이뻐 했을지도 모르겟지만,,,
풍돌이는 사람 손을 잘 타지 않고 항상 뒷 다리 하나 비켜 버티고
고개를 똑바로 들고 서는 녀석은 좋아하기엔 충분한 놈이다.
풍돌이는 등치도 그렇게 크지 않고 사료를 많이 주어도
밥그릇에 남겨 놓고 먹지 않고 항상 날렵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토람이는 물론이고 등치 좋은 토토도,
그리고 싸납고 등빨이 두 배나 되는 앞 짚 허스키도 쪽을 못 쓴다.
녀석의 전투력은 투지뿐 아니라 아주 머리 좋은 전략적 선택과
적절하게 움직이는 민첩한 몸을 가지고 있다.
등치 큰 녀석이 까불자 앞으로 목을 한 번 확 공격해서 기세를 잡고
상대의 주의를 돌린 뒤에 민첩하게 두 다리를 찍으면서 튕기듯
돌아 쏠려있는 뒷다리 허벅지를 물어재껴 한 방에 끝내버린다.
그리고는 딱 버티고 서서 뭔 일이 있었냐는 듯이 처벅처벅 걸어와서
나 한테 머리 한 번 만지게 하고는 휘 돌아서 뛰어가 버린다.
그래도 녀석은 절대로 지 집옆에 똥을 싸지 않고 마려우면
온 밤을 낑낑 대서라도 나를 깨워서 멀리 가서 볼일을
보고 돌아 온다...
토토가 배란기가 되자 녀석이 나랑 토람이는 아예 신경도 안쓰고
맨 날 토토만 따라다니고 토토하고만 논다.
풀어주기만 하면 토토 겉을 오락가락 하다가 기회만 되면 올라타는데...
잡종이 나오면 안된다고...막가지 들고 쫓아 대는 누나랑 매형이랑 조카는 탐탁치 않지만 나는 냅 뒀다.
그러니 녀석이 날 좋아 할 수 밖에... 나는 냅 두거든...
토토도 그렇게 싫지는 않은 것 같은데... 녀석이 궁합을 못 마춘다...
며칠을 기회를 주니라 토람이 삐칠까봐 공을 가지고 놀아 주었는데도 말이다...
조카랑 매형은 잘 됐다는데... 나는 풍돌이 몰래 데려다 놓고 핀잔을 주었다. ‘ 남자는 자슥아! 쌈만 잘한다고 되는게 아냐, 임마! 알어...너... ’
‘ 어그 빙신아... 그것도 못하냐! ’ 그날 날 멀뚱멀뚱 쳐다보더니 ... 녀석이 궁합을 맞췄다.
허허..참...
지금쯤 토토가 새끼를 낳았을 텐데... 매끈한 은 빛 털을 세우는 풍돌이를 닮은 녀석이 더 이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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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돌이 녀석 땜시...

그 날 슬리퍼를 신지 않고 허리가 조금만 덜 아팠더라면 오른 쪽 계단 언덕배기 가로질러가서 녀석을 잡을 수 있었는데... 슬리퍼 벗겨지는 바람에 한걸음 늦었는데...
잽 싸게 도망간 녀석은 내친 김에 동네를 갈고 다니다가 지겨워 진 뒤에 사 슬그머니 지 집 옆에 앉아 있더니 그 뒤로 사람들이 풀어놓고 잠깐 놓치면 동네 마실을 떠나곤 했다.
영리해서 잽혀가거나 맞을까봐 걱정되지는 않지만 불길한 예감... 풍돌이 녀석... 문제 일으킬 것 같더니...
매형이 아침 나절에 풀어주고 울타리를 넘으려는 녀석을 부르는데 멀찌 감치서 어정쩡하게 서 있는 것에 화를 내자 녀석이 튀어버렸다.
이 번에 튄 김에 동네 닭 몇 마리 물어죽이고 ... 몽둥이 들고 쫒아오는 사람들 피해서 앞 산으로 숨어버렸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매형이 안 하던 욕까지 해 대면서 ... 저녁 나절에 공장식당 아저씨한테 ‘ 끌고 가버려...’ ‘저 놈의 새끼가 오라고 하면 안 오고 말썽만 피워가지고 ...에이 ,, 저것들 전부 다, 당장에 실어 가버려... 보기도 싫어... 이놈의 개새끼들... ’

화를 가라 앉힌 매형이 아무것도 묻지 않는 나 한테 자초지종을 이야기한 것은 사흘이 지난 뒤였다

그렇게 저녁나절 돌아온 내게, 녀석들의 빈집만 덩그렁 남아 있었다.

엄격함과 자애로움

‘두려워하는 것과 존경하는 것은 다르다.’

‘삼촌이 개들 혼내는 것 보면은 무서워요, ’
그러던 조카는 부쩍부쩍 커가는 개들한테 얄캉한 몸매 때문에 밀려서 넘어졌었는데... 어느 날 창가로 쳐다보니까 ... 녀석들을 앞에 앉혀놓고... 왼 손을 허리에 개켜 받치고 오른 손으로 엎드리고 있는 녀석들을 가리키면서...
‘ 니네들 말 안들으면 삼촌한테 이를거야... 삼촌 무서운지 알지?... 너,.. 너,,, 너,,, 토람이 너 왜 그러는거야... 까불면 카만 안둘거야.....칵... ’
‘ ^^ ’

짐승들을 가르치는데는 상당한 인내심과 냉정하고 일관된 태도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그들이 인과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개들에게는 나쁜 일이지만 우리가 정한 규칙을 그들에게 인식 시키는데는 처벌강도나 기세가 강하고 즉각적일수록 효과적이다.
녀석들이 말을 안 듣기 전에 숲길을 가로질러 쫓아가거나 저수지 가의 쌓아올린 바위들을 가로질러서 녀석들을 앞질러가 의지를 무너뜨리고 기선을 잡아야만 더 큰 말썽이 일어나지 않고 울타리 안에서만이라도 조금은 더 자유롭게 지낼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 두지 않으면 녀석들은 두 세 발 자욱도 갈 수 없는 개 줄에 묶여 지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기분 좋아서 덜렁대면서 내게 오는 이유는
아니면 그렇게 무섭게 혼을 내더라도 그들을 부르면 내 앞에 배를 깔고
기어오는 것은 맞을까봐 두려워서가 아니다.
내가 가능한 한 밥 때를 거르지 않고, 아침마다 풀어주고
지들끼리 잘못 없이 놀다가 쳐다보면 함께 눈을 맞추며
잘 쓰다듬어 주고 이뻐하고 기뻐해 주기 때문이다.
깊은 밤에 낑낑대면 귀찮아도 나가서 줄을 풀어주고 기다려주기 때문이다.
잘못을 저질렀어도 시간이 지난 뒤에 잡아다 묶어놓고
때리지 않기 때문이다.

자비롭지 못한 힘은 두려움을 부를 뿐이다.
그러나 애정이 있는 힘은 마음으로부터 존경받는다.
짐승들은 사람보다 훨씬 더 민감하다 그리고 아주 단순하게 구별해 내고
정확하게 반응한다.
그런 그들은 올바로 가르치면 잘 못할 때보다 잘 할 때가 더 많고
나무랄 때 보다 함께 조용한 시간을 지내거나 앞 마당에서 공놀이하며
노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

그렇게 되면 그들의 앞날이 보신탕 집에서 훨씬 더 멀어질 수 있고
배 부르고 느긋한 시간이나 신나게 뛰어다닐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들도 내가 길들이는 재미나 사람들 앞에서 폼 잡을려고
그러는 거 아니라는 거 안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는 기회가 주어질 때
힘과 사랑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명확하게 보여 준다.
비록 말은 못해도... 사람들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한참 뒤에 조카가 그런다.
‘공장식당 아저씨 아줌마 만났는데 그러시는 거예요..’
‘ 아니 어떻게 키웠길래, 손 만 번쩍 들면 바닥에 쫙 엎드려서 얌전해지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이뻐죽겠어요.. 첨에는 등치들 때문에 워낙 등치가 있어서 무서웠거든요...‘

’어쨌든 다행이다. 다른 곳에 가서도...
그렇게 조금은 더 나은 시간, 개 팔자를 가질 수 있겠지...





어떤 자가 사랑받느냐?

‘힘 있는 자가 겁주지 않을 때 사랑받습니다.’

-풀르타크 영웅전 한니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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