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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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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14일 09시 48분 등록
혼자 떠나는 여행.

오랫동안 바래 왔지만 행햐지 못했습니다. 남들이 행하는 것을 보고는 부러운 눈으로 바라 봤지만 막상 내게 기회가 생겨도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웠습니다.
어줍짢게 행동으로 옮겨 보기도 했지만 매번 무언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기회였을까요.
또 다시 직장을 구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그 사이에 생기는 공백 동안 여행을 다녀 오라고.. 아내가 적극 권합니다.
아예 6개월 동안 직장 구할 생각도 뒤로 미루고 그 시간을 이용해 외국에나 다녀 오라고 합니다.

말이야 듣기 좋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실질적으로 너무나도 많은 부담이 따릅니다.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임신중인 아내를 홀로 넘겨 두고 멀리 떠난다는 것, 그리고 실업급여라는 것을 받으려면 2주 내지 4주에 한번은 고용안정센터에 들러야 하는 것등이 멀리 떠나기에는 걸림돌이 적지 않았습니다.

사실 외국 여행을 주저 했던 더 큰 이유는 막상 어디로 나가야 할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 말은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다는 말이 됩니다. 아내의 경우는 핀란드나 동유럽 쪽의 여행을 오랜 시간 동안 동경해 오고 있고 만일 기회가 생긴다면 그 쪽으로 여행을 갈 것입니다. 저의 경우는 그렇게 동경하는 곳이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그렇지만 여행이라는 것, 특히 혼자서 이곳 저곳 다니는 여행은 꼭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때마침 시간도 생겼고 아내를 비롯하여 이곳에서 인연을 맺은 여러 사람들의 권유에 힘입어 혼자 훌쩍 떠날 수 있었습니다.

지난 9월 6일에 서울을 출발하여 목포에서 흑산도, 홍도를 거쳐 부산, 하동, 천안을 들러 12일에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총 6박 7일의 시간. 그 시간동안 보고 생각했던 것들을 이곳에 남겨 보려 합니다.



- 떠남 -

원래 9월 11일 정도에 여행을 시작하려 했으나 집안 일로 인해 그 일정이 늦춰졌습니다. 어느 정도 일이 정리가 되어 아내에게 13일에 떠나겠다고 말했습니다. 구선생님께서 흑산도를 추천해 주셨고 그래서 그곳부터 들러보겠노라고.
아내야 물론 잘 다녀 오라 합니다. 여행중에 되도록이면 집에 전화도 하지 말고 온전히 자신의 시간을 즐기라 합니다.

남이 들으면 정말 복 받았다 할 것 같습니다. 물론 복 받았지요. 그런데 너무 복에 겨운 상황도 생각보다 적응이 어렵습니다. 그런 것은 내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무의식 속에 박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건가 불안합니다.

그래서인지 출발하기로 한 날 당일. 계속 미적거리고 있습니다.
짐을 챙겨야 하는데 손이 잘 가질 않고 열차편도 알아봐야 하건만 몸이 움직이질 않습니다.

떠나야 하는 건가....

아직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분명히 '하고 싶어 했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건만 '해야하는 일'을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는 것은 아닌가 두려워 했나 봅니다.

나이가 들면서 한 가지 좋게 변한 것이 있다면 나 자신에게 이로운 것이 어떤 것인가 많이 생각합니다. 물론 타인에게 피해가 가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신경을 곤두 세우기는 합니다.

아내와 주위 사람들의 여행 권유는 진심이었기에.. 거기에서 힘을 얻어 떠날 수 있었습니다. 혼자였다면 또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행동이 무척 낯설었을 것이고, 더군다나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보는 여러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그렇게 미적 거리며 방황하다가 결국 저녁 7시에 목포행 기차를 탔습니다.
허둥지둥 짐을 쌌기에 뭔가 빠지지 않았나 하는 불편한 마음이 계속 가시질 않았는데 여행 중 읽으려던 책 한권을 빠드린 것을 알았습니다.
그 바람에 목포까지 가는 동안 다소 지루한 시간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용산역을 출발한지 몇 분 지나니 한강이 보였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보았는데 저녁놀이 장관입니다. 물론 가끔은 도시에서도 이런 자연미를 볼 기회가 있습니다만, 여행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바라보는 광경은 그 느낌이 사뭇 달랐습니다.

약간 망설이다가 카메라를 꺼냈습니다.
사실 전 사진 한장 찍는 데에도 무척 신중합니다. 열차는 달리고 있고 다리에 난간도 있고 해서 엄밀히 말하면 좋은 사진 찍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이 순간은 내게 특별했기에 주저 없이 셔터를 눌렀습니다.
LCD에 표시된 사진을 보며 제 식대로 해석했습니다.
하늘이 내게 여행 잘 다녀오라며 인사한고 있다고.




서울을 떠난지 한참 후에 창밖으로 목포 톨게이트가 보였고 그때쯤 노트와 펜을 꺼냈습니다.
'쓰면서 배운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구선생님이나 병곤형에게서 가끔씩 듣는 얘기입니다. 나는 무엇을 쓰면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싶습니다.
나를 도우라 하셨던 말씀. 내가 돕고 있는 그 한 사람만을 생각해야 몇 사람이라도 도울 수 있고 그 몇 사람 중에 반드시 먼저 자신을 포함시키라는 말씀이 떠올랐고 그대로 노트에 적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지 않고 출발 했기에 슬슬 몸에 신호가 왔습니다. 내리면 일단 무언가 먹어야겠다 싶었습니다.

밤 12시가 다 되어 목포역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찜질방에서 자고 싶은데....
좀 걷다 보면 보이겠지 했는데 영 찾기가 어렵습니다.

길도 낯설고 내 모습도 낯설고 사람들도 낯설고. 여행을 하고 있다는 설레임 한편으로 그런 불편한 마음이 계속 따라 다녔습니다. 보통 때 같으면 이 시간에 집에서 편히 쉴 때인데.. 지금은 쉴 곳을 찾아 힘든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배낭 메고 낯선 거리에 둘러싸인 기분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한참을 걷다 길가에서 떡뽁이룰 사 먹는데 맛이 괜찮았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그냥 별말 없이 계산하고 갈길을 갔을텐데 모처럼 한 마디 했습니다.

"참 맛나네요"

그런데 아주머니는 제대로 못들으셨나 봅니다. 2000원이라시네요.

어색한 마음에 크게 말하지 못해 생긴 현상입니다. 일상에서도 종종 이런 경우를 겪습니다.

다시 길을 걷는데 아무래도 찜질방은 보이지 않습니다. 근처 PC방에 들어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목포에는 찜질방이 별로 없다 합니다. 그나마 버스 터미널 근처에 몇 곳이 있는데 다음날 아침에 가고자 하는 여객 터미널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합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여객 터미널 쪽으로 발길을 옮겨 그곳에 거처를 잡았습니다.
그나마 좀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이제 내일 아침에 흑산도로 떠납니다. 7시 경에 배가 있다 하니 물론 그 전에 일어나야 합니다. 혹시 늦잠자면 어떡하나 약간 걱정하며 잠자리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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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2006.09.14 10:22:11 *.94.41.89
저도 7년전에 비슷한 상황으로 유럽여행을 떠났던 기억이 생각나네요, 혼자서 떠나는 막막함, 여행중 내내 마음이 불편 했거던요.
좋은시간 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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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6.09.14 11:16:57 *.81.19.184
아들애는 1월에 입대예정이고, 딸애는 수험생활이 끝나므로 올 12월 기필코 여행을 가리라, 다짐하는 내게 좋은 정보가 될 것같네요. 우선 눈요기부터 하게 사진도 많이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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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6.09.15 07:40:14 *.118.67.80
떠남과 만남 2.

그대의 진한 마음이 담겨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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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아이드잭
2006.09.15 15:43:32 *.140.145.80
이상하게 여행을 그닥 즐기지 않는 원잭. 싸부님 표현대로
상상으로 하는 여행을 좋아해서 그런가보다. 그래도 가끔은
머리나 가슴말고 온 몸으로 부대끼며 낯선 풍경에 섞여보는게
그리워질 때가 있다.

무엇을 느낄지, 무엇을 얻을지 아직 모른다는거.
부정적인 관점에서는 불확실성이라 하겠고 긍정적인
관점에서는 얻을 것과 느낄 것이 무궁무진하고 신비롭다고
표현할 수 있겠지.

좋은 여행 하시고 이 기간동안은 자신의 소망과 욕구를 충실히
이행하시길 기원함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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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6.09.15 19:36:54 *.190.84.195
재동님 사진잘 감상했습니다.
찍사쪽에 특별한 재능이 있나봅니다.

사람들은 이상하지요?
자신이 원하고 원하던 것을 이루거나
그 상황을 맞이하면 당황하게되나 봅니다.
좋은기회 행운이 가득한 여행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여행하면서 좋은 것 보면 태어날 아이와 아내와 함께 보듯이 감상해보셔요.
이심전심 일심동체.... 상상하면서요.
선이님이 대단하네요.
떠남은 만남을 전제로할때 최고의 여정이 되는 것같아요.
철저하게 잘 즐기다 좋은 것있으면 이렇게 글도 올려주셔요.
늘 건강하고 안녕이 함께하기를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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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
2006.09.16 00:30:04 *.75.166.117
낯선 곳에서는 낯선 아침이 있기 마련이라 생각됩니다.
모든 익숙한 것이 그렇게 시작되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
건강하게 다녀오세요
아내에게 구식으로 엽서 한 장을 써서 부치는 것도
괜찮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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