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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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만병통치약이다. 문제를 하나 마음에 담고 걷기 시작해보라. 내 경험으로는 한 시간만 걸으면 대답이 나온다. 물론 숲길이 좋다. 정해진 코스를 꾸준히 걷는 것도 좋다. 풍경의 변화가 마음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삐죽삐죽 꽃보다 고운 새 순을 거쳐, 연녹색의 마알간 사춘기를 거쳐, 튼실한 장정같은 초록을 거쳐, 울울창창 시커먼 절정을 지나, 이맘 때 한 쪽부터 색깔들기 시작하는 계절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나무는 좋지않을 때가 없구나. 오메, 단풍드는가 했더니 잎이란 잎을 모두 떨구고 수도승처럼 서 있는 저 검은 나무들. 나무는 꼭 우리네 인생같구나. 철마다 아름답고 의연한 나무처럼, 인생이여 철마다 아름답고 의연하여라.
굳이 당면한 문제를 골똘하게 씹을 필요는 없다. 그저 두리번거리며 나무도 보고, 들꽃도 보고, 능선도 바라보며 걷다보면 내 안에 대답이 나온다. 참 신기한 일이다. 인간관계이든 경제문제이든 주로 대답은,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요’ 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비롯되었다. 너를 만난 것도 나요, 그 일을 시작한 것도 나요, 급변하는 경쟁시대에 공부하지 않은 것도 나인 것이 보인다. 산에 가서 걷다보면. 모든 인생은 나의 반영이기 때문에 모든 해답이 내 안에 있는데, 산에 가면 내가 보이기 때문이다. 저잣거리에 두고 온 문제에 어느 정도 거리가 생기면서, 그렇게 무거울 것도 그렇게 심각할 것도 없어진다.
어느 임금이 신하들에게,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옆에 두고 보면 위로가 될만한 것을 찾아오라고 했단다. 신하들이 고심 끝에 가져온 것은 반지에 새긴 경구 하나였다.
“모두 지나갈 것이다.”
산에 가서 걷는 일은 바로 이 심정을 갖는 일인 것 같다. 자꾸만 산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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