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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뎀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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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9일 01시 27분 등록
아침부터 부산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래저래 치이는 생활에 지쳐 있을때 쯤 그들을 만났고, 저는 한달에 한번 그들을 만나러 갑니다. 오늘 모임은 상명대 근처에 있는 작은 북카페 입니다. 토요일 오후 느즈막히 만나지만, 저는 아침 9시부터 움직여야 합니다. 조금 먼 곳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북카페에는 정확히 시간 맞춰 도착했습니다. 우리 모임 11명은 의자가 하나가 모자라는 널찍한 방을 예약했습니다.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네요. 맘에 드는 자리를 골라 앉을 수 있습니다. 저는 밖이 잘 보이도록 너른 창을 마주보는 위치에 앉았습니다. 10분쯤 지나서 모두 도착했고, 그간의 생활을 이야기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오늘의 수업이 시작됩니다. 수업(-이라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그냥 그렇게 부릅니다-)은 한시간 반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늘 그렇듯, 각자가 돌아가면서 자기 얘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저는 여섯번째 차례에 발표 합니다. 세명이 발표를 했고, 아직 제 차례가 되려면 두명이 남았습니다.

문득, 창밖으로 보이는 삼거리 신호등이 켜지는 순서가 쓸데없이 궁금해 집니다. 그래서 돌아가는 순서를 눈여겨 보면서 차례차례 맞춰 봅니다. 그때쯤 우리가 있는 북카페에 어린 학생들과 우르르 몰려왔다가 나갑니다. 조금씩 산만해져 가고 있습니다. 적당히 내리는 비를 보니, 비오는날 가만가만히 바닷가까지 걸어가 의자와 우산을 펴 놓고 오랫동안 앉아있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급히 출발하느라 제대로 펴발라 지지 않은 머리위의 왁스도 살짝 신경이 쓰이기 시작합니다. 온갖가지 잡념들이 수업중인 내용들과 뒤섞여 제 머리속에 기억이 되고 또 떠오르고 있습니다.

저는 보통사람들보다 조금 산만합니다. 믿지 않으실지 모르지만, 수업을 들을 때도 귀 한쪽 눈 한쪽은 다른곳에 걸쳐두어야 오히려 더 집중이 잘 되고 안정이 됩니다. 어른이 되고 회사에 다닐때에도 회의시간이면 어김없이 회의실 내에 있는 한두명과 눈이 마주치고, 학교때에는 도서관에서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과 눈이 마주쳐 공연히 얼굴이 빨개지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제 앞에 앉은 그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제가 수업에 몰입하지 못하고 딴짓을 하고 있던게 딱 걸렸습니다. 그녀의 다음차례 사람이 발표하고 있었으므로, (한쪽 귀로 잘 집중하고 듣고 있었지만...) 그녀의 이야기도 제대로 듣지 않았음을 눈치 챘을 껍니다.  우물쭈물 뭔가를 적고 있었던듯 눈을 내리 깔려고 하는데, 그녀가 저를 보며 씨익~ 웃습니다. 3초가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저를 보며 웃어준 사람은 처음입니다. 눈이 마주친 사람들은 대부분 딱걸렸어~ 표정으로 제가 자세를 바르게 고쳐잡는 순간까지 저에게서 눈을 떼지 않습니다. 혹은, 열심히 집중하고 있는 그를 계속 훔쳐보고 있었을까봐 그 사람이 먼저 고개를 숙이고 어쩔줄을 몰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상황이 다릅니다.  어쩌면 그녀는 훨씬 전부터 두리번 거리는 저를 보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녀도 저처럼 반쯤 딴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그녀는 괜찮다고 웃어줍니다. 나도 베시시 웃었습니다. 둘다 뻘쭘하지가 않습니다. 새삼스레 반가워졌습니다. 항상 서로를 당황하게만 만들었던 눈마주침이 좋아졌습니다.

헤어지면서 저는 그녀에게 살짝 윙크를 날렸고, 그녀는 저를 와락 끌어안아 주었습니다. 그들속에서 이제, 그녀가 빛나 보입니다. 그것이 아니어도 충분히 좋은 그녀가 오늘은 더 좋아졌습니다. 어쩌면 진작에 그런걸 알아 차리고 그녀를 좋아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눈마주침 속에 짧은 웃음을 나눈 그녀는 당신입니다.
누구나 웃을수는 있지만, 누구에게나 웃어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얼굴이 익숙치 않은 사람이거나, 서로 난처한 상황일때는 더욱 그렇겠죠.
당신은 그런 사람들 속에서 나를 위해 이유없는 싱긋-  웃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당신 덕분에 반짝 빛나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오늘, 웃어줘서 고마워~


IP *.74.6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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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빈
2006.10.09 13:08:08 *.217.147.199
누군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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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뎀뵤
2006.10.09 18:56:32 *.41.24.85
담엔 오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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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10.16 10:46:47 *.145.12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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