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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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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20일 08시 11분 등록
요즘 회사에서 문화캠페인을 합니다.
회사 문화바꾸기 차원에서 매월 주제를 바꿔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 달 주제는 '독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주제를 보자마자, 뭐가 불끈 하고 솟았습니다.
성격상 회사 게시판 같은 곳에 글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매일 얼굴 부딪히는 사람들인데, 많이 민망할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회사는 이 곳과 달리 면학의 분위기가 별로 조성 되어있지 않아서, 괜스레 튀어 보일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글은 써집디다.-_-
그냥 마음 가는대로 써지길래, '모르겠다, 일단 써지니까 쓰고보자' 했습니다.

이번엔 인트라넷에 올리는 것이 망설여졌습니다.
써놓고 하루정도 못올렸습니다. 회사에 바쁜 일이 생겼는데, 이런 글 올렸다가 '요새 한가한가부지?' 이런 얘기나 들을 것 같아서 참았습니다.
그 틈에 여자친구에게 검증 한번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밤, 퇴근하기 전에 올리고 튀었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_-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아침에 와서 보니, 선후배들의 격려글이 많이 달렸습니다. 좋아하는 분들이 거의 다 한마디씩 해주셨더군요.
내가 몰라서 그렇지 회사에도 꿈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걸 배웠습니다.

누가 조교아니랄까봐 사부님께 배운 내용들로 가득하네요.^^;;
그 글을 여기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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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문화캠페인에 즈음하여 후배님들께^^


" 일년에 1백권 정도 읽으면 아주 많이 읽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독서광이다.
50권 정도 읽으면 일주일에 한권을 읽는 것이니 꽤 많이 읽는 편이다.
24권정도 읽으면 2주일에 한 권을 읽는 것이니 적당하다. 보통 사람도 그 정도는 읽을 수 있다.
12권을 읽으면 적게 읽는 편이고, 그보다 더 적게 읽는 사람이 있다면 배우는데 게으른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얻을 것이 없다."
- 주자어류 中에서 -


멀리 있어 자주 보진 못하지만 종종 생각나는 후배님들께...


책 많이 보시나요.
한달에 얼마나 읽으시나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참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은 신입사원들은 여기저기 쫓아다닐데가 많아 더욱 쉽지 않을거에요.
회사안에서의 일도 많지만, 밖에서의 부름도 많지요? 친구도 만나야 하고 연애도 해야 하니까요.

회사에 빨리 적응을 하려면, 여기저기서 바쁘게 지내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직원들과도 빨리 친해지고 업무도 금방 손에 익습니다.
그러면, '똘망똘망한 신입사원이 들어왔구나!', 이런 얘기도 들을 수 있습니다.^^

저는 발령받고 나서 한달 안에 우리부서와 인근부서에 경조사가 4~5건 정도 있었답니다.
막내다 보니 상가집에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일을 거들게 되었는데, 그 덕분에 많은 분들과 일찍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 계기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뛰어 들어 보세요.


후배님들도 아마 이러저러한 일들로 바쁘게 1~2년을 보내게 될겁니다.
바쁘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바쁘다는 것은 일이 많다는 것이고, 우리는 한동안 그 속에 머리를 묻고 몰두하며 지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바쁨'에 관성을 붙여 생활하다 보면 아주 위험해 질 수 있습니다.
'허무함 속의 달리기', 그것이 될 수 있는거죠.
바쁘지만 하루하루가 허무하다면 조금 비참하겠죠? 이건 경계해야할 일입니다.

그리되면,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는 동력을 잃게 되고, 출근하기가 싫어집니다.
매일 하는 일이 하찮아 보일 수도 있고, 왜 내가 이곳에 있게 되었나 반문할지도 모릅니다.
그 시기가 아마 2~3년째쯤 찾아 올 것입니다. 저도 그런 적이 있었기에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굳이 이런 얘기를 드리는 이유는, 10월 문화캠페인에 즈음하여 '책읽기 수련'을 권해볼까 싶어서입니다.
책읽기를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면 직장인들의 이런 허무함을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보너스들도 얻을 수 있게 되지요. 그 얘기를 조금 해드리고 싶군요.


* 책읽기는 여행입니다.

여행 좋아하실 겁니다. 여행은 훌쩍 떠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참 매력적인 일이지요.
책 읽기도 이와 비슷합니다. 책을 한권 집어듦으로 해서 어디든 떠날 수가 있으니까요.

여행서적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유형의 책이든, 지금 내가 있는 곳과는 사뭇 다른 곳으로 나를 데려가 이것저것 구경을 시켜줍니다.
어떤 장르나 좋습니다. 역사서적, 경영서적, 철학서적, 문학, 자기계발서, 예술서적 등등...
최대한 다양하게 읽는 것이 좋습니다.

직장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경영서적이나 자기계발서같은 것들을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그런 부담감도 버리는것이 좋아요.
비슷한 서적을 계속해서 읽다보면 책의 내용을 확실하게 알 수는 있겠지만, 스스로의 상상력을 키우기는 어렵습니다.
특히나 자기계발서의 중독은 피하도록 하세요. 자기계발서는, 괜찮은 책 한두권만 보면 됩니다.
나머지는 거의 비슷한 내용인 경우가 많아요.
오히려 역사책이나 소설에서 생각지도 않게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곳에서 찾은 아이디어는 남들이 좀처럼 생각하기 어려운 색다른 것들이지요.
그러니 책을 다양하게 읽도록 해보세요.

그리고 너무 쉬운 책도 고르지 마세요.
아무래도 책에 몰두하기가 어렵다보니, 쉽게 쉽게 넘어가는 책을 고르게 되는데,
책을 통해 스스로를 단련해 볼 생각이 있다면, 조금 어렵고 두께도 있고 내용이 차있는 책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쉬운 책들만 읽다보면 그런 책을 고르기 어려울 겁니다.
짐이 되더라도 내용이 있는 책들을 참으며 읽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책을 10권 정도 소개해 드리고 싶네요.

- 경제학을 쉽게 깨우치고 싶다면 ☞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토드 부크홀츠)
- 하루하루 삶의 의미를 깨치고 싶다면 ☞ 일상의 황홀,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구본형), 생활의 발견(임어당)
- 역사속의 위인들을 한번에 만나고 싶다면 ☞ 역사속의 영웅들(윌 듀란트)
- 과거 한국의 미치광이들을 만나고 싶다면 ☞ 미쳐야 미친다(정민)
- 쉽고 명확한 살아있는 경영을 듣고 싶다면 ☞ 위대한 승리(잭웰치)
- 조금 어렵지만 니체는 알아야 한다 ☞ 니체,천개의 눈 천개의 길(고병권)
- 리더십 대가의 작품 ☞ 워렌베니스, 버트나누스의 책 중 하나
- 직원이 살아있는 경영을 보고 싶다면 ☞ 숨겨진 힘 사람, 휴먼이퀘이션 (제프리 페퍼)
- 인간과 과학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 ☞ 대담 (도정일,최재천)
- 자유 그 자체 ☞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 아무래도 남직원에게 권함)

위에 있는 책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검증받은 좋은 책들입니다.
어려운 책들도 있고, 쉬운 책들도 있습니다.
어떤 책을 읽어도 괜찮을 것이니, 가장 눈에 들어오는 하나를 골라서 읽어보세요.


*책읽는 시간

사실 책읽기가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어요. 다만 시간이 없어서 못읽는 경우가 가장 많을 거에요.
그런데 제 경험으로 봤을때, 책읽기 습관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조금 희생이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면, 책을 사고 하루이틀도 채 지나지 않아 책장 구석에 처박아 놓고 말거에요.

여가시간의 최우선순위에 책을 놓는 것이 좋습니다.
술보다 앞에, 잠보다 앞에, 연속극이나 웃찾사보다도 앞에, 스포츠신문보다 앞에, 휴대폰게임이나 DMB보다도 앞에,
간혹 친구들 보다도 앞에 두어야 책읽기 습관을 제대로 붙일 수 있습니다.

하루에 두시간만 빼서 책을 읽어보세요.
새벽도 좋고, 밤시간도 좋습니다. 집이 멀면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도 됩니다.
우선순위에 둘수 없다보니 시간이 없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이지, 결코 자기에게 하루의 두시간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주로 새벽 두시간을 활용합니다. 5시부터 7시까지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두시간을 가지는 것이지요.

이러한 시간들을 후배님들의 R&D시간으로 생각하세요.
기업도 늘 10%이상은 투자를 해야하는데, 사람 역시 24시간 중의 2시간을 투자해야 하지 않겠어요?
만약 이 습관을 만들 수 있다면, 이 하루의 두시간 만큼 소중한 시간도 없게 될겁니다.

처음에는 조금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습관이 되려면 최소 한달 이상은 꾸준히 해야 합니다.
일주일에 한권을 읽기로 했다면 한달동안 해서 네 권이상 읽어내야 하고
이주일에 한권을 읽기로 했다면 석달은 꾸준히 해서 여섯권 정도는 읽어내야 비로소 어느정도 자리가 잡힐 겁니다.

뭐든지 꾸준히 해내는 사람을 이길 사람은 없습니다.



*책읽는 방법

책을 읽을 때는 펜을 하나 들고 읽으세요. 그리고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인정사정없이 줄을 긋거나 표시를 해두세요.
책을 돌려 보기 위해서, 아니면 성격상 책을 깨끗이 보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염려를 버리고, 일단 자기 돈으로 책을 사서 시원시원하게 줄을 그어보세요.
그리고 그 책을 다 읽고 난 후 그 부분만 찾아서 다시 읽어보세요. 그러면 왜 줄을 치게 되는지 알게 될것입니다.

저는 줄 친 부분들을 하나하나 워드로 옮겨쳐 놓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라 주말에 하곤 하는데, 이렇게 모아진 나만의 자료들이 종종 위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아마 처음엔 줄을 많이 치게 되서, 축적하는 시간도 많이 걸리겠지만, 차츰 줄치는 요령이 생길 것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서평을 한번 써보도록 하세요.
그리고 그 서평을 누군가가 볼 수 있는 블로그나 싸이에 올려놓는 것도 자극이 될겁니다.
우리 회사의 맞춤형 교육 실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시간이 된다면, 저자에 대한 자료도 인터넷에서 찾아보세요. 그러면 책을 한결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긴 글이 되어버렸네요. 책을 읽는 기쁨을 후배님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어 간단하게 쓰고 싶었는데,
막상 쓰고 나니 길어졌습니다. 괜스레 눈을 피로하게 한건 아닌지...^^


책 읽기 좋은 계절입니다.
제대로만 할 수 있다면, 독서는 그 어떤 자기계발 도구보다도 더 위력적입니다.
그러니, 지금 시작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IP *.148.19.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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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동
2006.10.20 09:32:27 *.142.145.9
글 읽다보니 내가 경빈의 후배가 된 듯한 기분.
좋은 글 고마워요. 경빈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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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
2006.10.20 13:34:36 *.56.151.105
저도 어려운 책은 애써 피하는 편인데.. 훗..적어주신 책 목록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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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
2006.10.20 20:12:43 *.244.218.8
ㅋㅋ 아는 책 많이 나오니까 뭔가 뿌듯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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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6.10.20 20:55:25 *.190.172.207
그회사는 좋겠다.
이렇게 훌륭한 사원이면서 배려깊은 선배가 있으니
글 잘 읽고 마음깊이 간직하고 싶어요.
참 편안하고 쉽게 내용을 잘 전달하는 글입니다.
경빈님 화이팅
이렇게 좋은 글 올리고 튈필요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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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6.10.21 23:09:04 *.178.220.202
내가 경빈 회사의 직원이라면 참 좋은 글이어서 감탄할 일인데,
전후 상황을 떠올리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회사 생활 어떻게 하는지 안봐도 비디오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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