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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 김성렬
  • 조회 수 1598
  • 댓글 수 5
  • 추천 수 0
2006년 10월 26일 01시 04분 등록
뭐라고 해야 되나, .. 거시기..
1

이 가을날에,
책 속의 글자만 읽는다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나아닌 나로 가득 찬 이상한 나겠지...

이 가을날에,
책 속의 의미만을 읽는다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표절로 가득 찬
기워놓은 걸레 조각 같은 생각뿐이겠지...

이 가을날에,
개념이 아니고 의미가 아닌
그 뒤에 숨겨진
삶의 주인들을 청할 수만 있다면
선선한 새벽녘에 물을 건너 다가오는 여명 속에서
넋을 놓고 멍하니 서 있을 수 있겠지...

그래도 그 나는
나아닌 나는 아닐 것이다.

마치,
보이는 것은 다 사라지고
이해하던 것들은 가물거리지만
깨달았던 것은 내 몸 속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내 하루 속에 무쳐져 있듯이,

그 나는
보지 못하던 것을 보고
같은 것 속에서 다른 것을 보고
본 것 속에서 새로운 것을 볼 수 있겠지..

그래서
빈 허공 속에 가득한 모습이 있고
밀려오는 바람 속엔 향기가 있고
그냥 서 있는 나의 느낌이 새로운거겠지...




2

날마다
살고 싶어 하는
나의 죽어가는 모습들을 바라보고

날마다
죽어간 나의 살고 싶어 하던
모습들과 만난다.

바쁜 나도 죽고
한가로운 나도 죽는다.

바쁜 나는 연민과 회한 속에서 죽고
한가로운 나는 외로움과 염세 속에서 죽는다.


내 안에,
이름 있는 나는
보이지도 않는 시간 속에서
끝없이 삶과 죽음을 오가지만

내 안에,
이름 없는 나는
하늘 아래 땅위의 생생한 공간 속에서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다.

이름 없는 나는
바쁘지도 않고 한가롭지도 않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거기에 있다.

바쁘지도 않고
한가롭지도 않으면
나는 죽지 않을까?

아니,
바쁘기도 하고
한가롭기도 해야
내가 살고 있는 거겠지!

3

'몰입'

그래, 부족하진 않지만
넘치지 않는 그 공간에...

슬픔을 느끼지만
기쁘기도한 그 시간에...

조금도 의식하지 않지만
더 할 수 없이 확실한
그 이름 없는 내가 사는...

이 가을날에...
그 여유로운 시공...

뭐라고 해야 되나...

거시기...

있잖아요, 거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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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6.10.26 07:08:03 *.116.34.135
바다로 가자. 하루 밤 망망 대해 바다 위에 띄워 놓은 땟목 위에서 밤새 바다를 보자. 낚시 드려 놓고 술도 한 잔 하자. 가을이 익는구나. 거시기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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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
2006.10.26 10:11:22 *.75.166.117
먹는 일을 핑계로 사는 일을 소홀히 하다가
스승님이 걱정하신다.
'부지깽이'가 글자 속에서 튀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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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6.11.02 11:04:36 *.81.18.223
조금 다듬어서 다시 써보고 싶을 정도로
지은이의 마음짓이 짚이는 글,
아주 좋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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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성렬
2006.11.02 14:16:08 *.75.166.117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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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2006.11.07 17:58:46 *.75.166.98
내가 깨달았다고 이름 지을 때 이미 내 곁에 없는 나... 참으로 거시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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