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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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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26일 17시 41분 등록
방송작가 김수현의 이상적 가족형태는 ‘완벽한 가부장제에 기초한 대가족’으로 보인다. ‘목욕탕집 남자들’이나 ‘내 사랑 누굴까’의 틀을 이루고 있는 것은 대가족을 넘어선 확대가족에 가깝다. ‘내 사랑 누굴까’에서는 일가족 3대 외에, 고모할머니의 자녀까지 모두 14명이 4층 건물을 점령하고 산다. 가족의 중심에는 근검성실하면서도 합리적이며, 경제력과 배려심을 갖춘 할아버지가 있다. 그는 완벽한 권위를 지닌 판관으로서 가족 내의 사랑과 질서를 진두지휘한다. 모든 구성원은 할아버지의 권위에 기꺼이 복종하여, 대가족 특유의 사랑과 소속감을 향유한다. 전업주부의 노동가치에 대한 보상만 이루어진다면, 저 형태도 괜찮겠다 싶어진다.


그런데 현실사회에서는 왜 빠른 속도로 핵가족도 아닌 독신가정으로까지 분화가 이루어지는 것일까. 사회학적 검증을 하자는 글이 아니므로, 나는 조심스럽게 ‘가족 간의 거리’를 제시해 본다. 우리네 혈연사회에서 가족 상호간에 쏟아지는 과도한 기대치는 거의 ‘소유’의 단계까지 비화한 것이 아닐까. 독립과 자유에의 의지가 극대화한 개인주의의 시대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쏟아지는 속박과 의무가 너무 과중하지는 않았을까. 요컨대 너무 가깝기를 기대하는데서 오는 부작용이었다면, 이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데서 그 해결책을 찾아보아도 좋지 않을까.


혈연가족과 단절하고 살자는 것이 아니다. 단지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얽혀 살기에는, 사회가 너무 복잡다양하고 수명 또한 길어졌다는 것이다. 혈연가족 한 가지에 목을 매지 말고, 선택의 다양성을 갖자는 말이다. 자유롭게 개인적인 생활을 영위하되, 모여사는 이점 또한 놓치지 말자는 얘기이다. 혈연가족을 기초로 한 복합단위도 가능하다.


음악동호회에서 만난 일곱 가정이 오랜 준비기간 끝에 나란히 일곱 채의 펜션을 지었다는 신문기사에 나는 끌린다. 그들은 모여있기 때문에 악기박물관이나, 음악감상회같은 그들의 이상을 구현할 수 있다.


휴양림이나 펜션단지에서 인공적으로 조성해놓은 마을을 보면 내 가슴은 뛴다. 아마도 나는 혈연에 기초한 가족중심주의를 조금 답답해 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생활 속에 사회적 가치를 살짝 이식시키고 싶어하는 이상주의자이기도 하다.


‘선택한 가족’ - 이 말은 누군가 ‘친구’를 지칭한 표현이다. 나는 이 글에서는 공통의 이상을 실험하기 위해, 가까운 거리에 모여사는 동지라는 뜻으로 사용했다. 취미가 같은 친구끼리, 배짱이 맞는 동료끼리 이웃해서 살면서 기존가족의 한계를 보완하고, 외연을 넓히고 싶다.


막연하게 이런 생각을 한지는 오래 되었지만, 현실에서 실험할 기회가 없었으므로, 다분히 관념적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이미 실험에 들어간 사례를 찾아보고 싶다. 할 수 있으면 나도 ‘선택한 가족’ 안에서 살아보고 싶다. 막상 살다보면, 혈연가족 이상의 문제가 마구 터져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대화로 해결할 정도의 의지와 성숙도가 있다면, 문제없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실제로 폐교를 임대하여 서너가족이 함께 예술작업을 하는 곳도 꽤 있다. 충남 서천엔가는 귀농인구만으로 한 마을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언어와 지향점이 같은 그룹이 조성하는 마을이라~~생각만 해도 그립다. 내가 생각하는 인간관계의 적정거리는 10분 거리이다.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10분 이내의 거리에 존재한다면, 자유와 공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10분 거리’에 모여 살면서, 개인과 전체가 공존하는 형태, 일상을 넘어선 꿈이 있는 삶, 서로의 말을 잘 알아듣는 귀 밝은 동지들과 ‘생활혁명’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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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뎀뵤
2006.11.02 07:27:23 *.91.54.146
선택한 가족이라는 것을 솔직히는 알듯알듯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고 하면, 그건 이미 '가족'이 아닌게 될것 같은데. 단순히 마음 맞고 함께 살고 싶은 사람들과 가까이 산다고 그들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낼 수는 있을지.
내가 그런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게 되었을때. 나의 가족처럼 보듬어 낼 수 있을지도 자신할 수 없구요.

어차피 쌩판모르는 남녀가 만나 이루어 내는게 가족이라 본다면, 가능할것 같기도 하다가. 점점 생각이 깊어질수록 갸우뚱하게 됩니다.

근데요. 이렇게 자꾸 묶어 나가다 보면 정말 지구촌 가족이 실현될수도 있겠단 생각에 신이납니다. (쌩뚱~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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