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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1일 10시 25분 등록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어제 춘천마라톤 풀코스를 완주 했답니다.
10대 풍광중 유일하게 달성한 것이지요.

박노진님 말씀처럼 독립군으로 연습하고, 혼자 참가해서 열심히 뛰고 왔습니다....


축하해 주세요~~~ ^^


춘천마라톤 참가후기에 올린 글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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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을의 전설 춘천마라톤을 완주하고 왔습니다.

아까 2시간 전에 집에 와서 샤워하고 점심과 저녁을 한꺼번에 먹으니 온몸이 피로함을 느낍니다. 완주기록은 5시간 30분 00초 73 입니다.

어제밤에 NLTC2 훈련을 끝내고 춘천에 도착하니 밤 1시40분. 2시에 잠들어 아침 7시에 일어났습니다.
오늘의 일정을 위해 기도드리고, 찌찌에 대일밴드 큰거를 붙이고 (속에 런닝없이 마라톤 상의를 입으니 쏠려서 껍질이 벗겨지거든요) 여기저기 바셀린을 바르고 기록측정용칩을 운동화끈에 끼우고 케토레이를 반병쯤 마시고 여관을 나섰습니다.
가정식 백반을 먹고 이리저리 찾아 주차를 하고 춘천종합운동장에 들어서니 아직 9시가 안되었습니다. 약 2만명이 대회에 참가했다고 합니다.

조선일보춘천마라톤이 60회라 역시 대회운영의 노련함이 보입니다.
개회식을 국기에 대한 경례만으로 끝을 내고 바로 케냐와 우리나라 프로선수들을 10시 정각에 출발을 시킵니다.
주최측이나 협찬사의 개회사나 구구절절한 소개도 없고, 대회 참가자들을 이렇게 저렇게 시키는 것도 없고 몸을 풀게 스트레칭시키는 것도 없습니다.
풀코스(42.195KM) 밖에 없는 이대회에 나오려면 첫 참가자라도 10키로나 하프를 여러차례 거친 사람들인 것을 인정하고 최소한의 필요한 안내만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대회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A에서 J그룹까지는 풀코스를 완주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기록순으로 배치해 놓았습니다.
K에서 N그룹까지는 풀코스의 경력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K그룹에 속해서 뛰었습니다.

K그룹은 10시 25분경 출발했습니다. 긴장도 되고 흥분도 되었습니다. 뛰기 전에 혈압을 재어보니 140 이더군요.
코스는 의암호를 한바퀴 도는 것입니다. 달리면서 보니깐 호수와 산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있습니다. 의암호 주위를 꼬리를 물고 달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생동감이 넘쳤습니다.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금년 3월20일 부터입니다. 요수카 피셔의 " 나는 달린다"라는 책에서 동기부여가 되어 그 책 뒤에 있는 10주에 10키로 달리기 프로그램으로 시작하였고, 그동안 5키로 1회, 10키로2회, 하프4회, 29키로 1회를 완주했습니다. 달리기가 48세인 저에게 설레이는 강력한 도전을 주게 될 줄이야!!

오늘 이 대회 참가를 위해서 7월10일 부터 16주간 훈련을 했습니다.(저는 서울에서 왔습니다) "마라톤풀코스16주완주프로그램"(데이빗A휫셋 지음) 책자에서 제시된 16주 프로그램을 따라 연습을 했습니다.
1주에 4일 훈련으로 총 64일 훈련중 5일을 빠져서 92%를 달성했습니다.
총누계 주행거리는 프로그램 664.4키로에서 실제 뛴 누계거리 648.4키로로 97.6%를 달성했습니다.
달리는 장소는 한강 남쪽 고수부지의 자전거도로와 가끔 남산 산책로(언덕훈련으로 최상임)를 이용했습니다.
한강고수부지는 여의도 63빌딩 앞이 마라톤 출발지점으로 0키로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강 하류와 상류 쪽으로 각1키로마다 표시판이 있어서 마라톤 연습하기에는 최적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여기에서 마라톤대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강하류 쪽으로는 행주대교까지가 끝으로 18키로가 되고, 상류쪽으로는 광진교까지 약 22키로 정도 됩니다.
여름 한철과 가을을 행주대교에서 광진교까지 한강을 훑고 다녔습니다. 달리면서 한강이 정말 좋은 강임을 느꼈답니다.
얼마나 많은 시민들에게 쉼과 활력을 주는지...코스모스는 또 얼마나 좋은지...

다시 춘천으로 돌아와서, 15키로 정도를 뛰었을 때 아주 감동적인 광경을 보았습니다.
50대 정도의 부부가 내 앞을 달리고 있었는데, 남편은 좌측 팔이 마비되어 있고 우측 팔도 온전치 않은 것 같았습니다. 좌측 발은 발목이 접혀져서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 몸으로 달리고 있다니....
그리고 그 달리는 속도도 나와 비슷한 속도 였습니다. (난 키로당 7분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보기에 묵직히 쳐진 배낭을 지고 옆에 딱 붙어서 달리고 있었습니다. 배낭에서 들리는 달그락, 떨그덕 하는 소리로 보아서 남편을 위한 여러가지가 들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남자도 저런 배낭을 메고 뛰기란 정말 어려운데 그것을 마다하지 않고 메고 뛰는 모습이 감동이었습니다.
그 부부에게서 많은 훈련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남편이 몸이 불편해지자 아내가 재활시키기 위해 남편을 마라톤으로 이끌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부부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는데 꼭 완주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달리면서 70이 가까와 보이는 분과 대화도 나누고, 어떤 자매와는 호흡과 발을 맞추어 한동안 달리기도 했습니다.
20키로가 지나면서 걷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달리기를 포기하고 회송용 버스를 타기 위해 주저앉는 사람들도 늘어났습니다. 쥐가 나서 도로에 들어누워 괴로워하는 사람들도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앰브런스가 쉴새없이 왔다 갔다 합니다.

대회에 출전하면서 완주만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걷지 않고 천천히라도 계속해서 뛸 것과 5시간내 완주할 것을 기대했습니다.
25-26키로 지점에서 오르막인 춘천댐을 만났습니다. 어려운 코스로 알려져있는데 여지껏 페이스를 잘 지켜왔기 때문에 무난히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걸어갔지만 저는 계속해서 뛰어서 오르막을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남산에서의 훈련덕을 보았고, 또 오르막 훈련중 "짧게..짧게..짧게.." 라는 내 나름대로의 구호를 외웠던 것이 실전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30키로가 지나자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슴을 느꼈습니다. 이미 3시간 반 이상을 달렸습니다.
30키로 지점에서 파워바를 두번째로 먹고, 주최측에서 제공한 바나나를 먹고 잠시 스트레칭을 하였습니다.
35키로 지점까지 만이라도 걷지 않고 뛰겠다고 다시 결심했습니다.
결심대로 35키로까지는 걷지 않고 뛰었습니다. 정말 어려움은 35키로가 지나면서 부터 왔습니다. 38키로 지점에서는 잠시 앉아서 푹 쉬기도 했습니다. 이후 걷다가 또 뛰다가 했습니다.
이렇게 41키로 지점까지 기진해서 뛰다가 41키로를 지나면서 다시 생기를 찾아 마지막까지 달렸고, 춘천종합운동장에 들어와 트랙을 돌 때에는 마지막 피치를 올리면서 달릴 수 있었습니다.

달리는 주로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도로변에서 응원해 주던 춘천 시민들, 군악대들, 자원봉사하는 학생들,
참가자들을 따라나온 가족들과 그들이 들고 있던 응원패킷, 소양강처녀 동상 등등 많은 광경들이 눈앞을 스쳐갑니다.

저는 홀로와서 사진찍어 주는 사람도 없고 응원해 주는 사람도 없고 외로왔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즐거웠답니다.

건강을 주셔서 달리는 기쁨을 알게 해주신 하나님...할렐루야!!

같이 달렸던 모든 분들과 대회를 위해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IP *.97.14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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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일
2006.10.30 14:31:30 *.103.178.222
축하합니다. 풍광을 이루셨군요.
스포츠가 충분히 즐겁다는 자신감 하나면 못 이룰 것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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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호기원
2006.10.30 18:46:12 *.190.172.207
삶에 있어서 큰 획을 만드셨군요.
축하드려요. 이것은 또다른 꿈을 이루기위한 하드트레이닝이겠지요?
또다른 멋진 꿈이 이루워지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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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6.10.30 19:45:42 *.116.34.156
겹치지 않았다면 모두 문경에서 만났을 텐데...

소정이독감으로 불참하고, 미영이 과용으로 불참하고 나리가 분주하여 효정이 홀로 외로왔지요. guest 였던 영훈이 있어 위로가 되었겠지만.
하나의 꿈이 이루어 지고 계속되니 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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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
2006.10.30 23:20:11 *.141.32.190
어부님!ㅋㅋ 오랜만에 불러보는 이름이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아! 저도 더 열심히 살아야 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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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6.10.31 09:26:14 *.152.82.31
드디어 풀코스 동문이 생겼군요.
축하합니다.
참가했던 동우회 횐님들한테 들으니 이번 대회는 유달리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마라톤 첫 해에 풀코스를 완주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그것도 독립군이 되어 고독을 씹으며 자신과의 투쟁을 벌이는 과정은 시도해보지 않은 이는 알지 못하는 우리들만의 어떤 것이지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짝짝짝!!!
11월 하순 경에 하프를 한번 달려시면 아주 좋습니다.
한해 마라톤을 마감하는 의미도 있고 아마 하프가 이렇게 가벼운 산책일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함 뵈야겠습니다.
내년엔 울트라도 함 뛰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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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6.11.04 22:00:35 *.70.72.121
역시 멋진분들이 계셨군요. 아! 무지 부럽다.
언제 만나뵙고 조언 받아야지. 카운셀링 해 주실테죠?
꿈을 향한 무서운 사나이들의 질주는 쭈욱~ 계속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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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
2006.11.15 17:40:12 *.152.91.122
가치와 의미있는 달리기를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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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
2006.11.20 09:54:34 *.97.149.71
자로님 감사합니다. 말씀대로 하프를 한번 뛰었습니다.
11월18일 한강에서 열린 구세군마라톤대회 하프를 뛰었고,
기록은 2시간 18분...종전기록보다 12분 단축했습니다.~~~

이제 풀코스 4시간 완주를 위해 6개월 훈련 프로그램을 짜고 있답니다. 조언이 있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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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6.12.23 21:23:30 *.145.231.158
제가 게을러서 내년 초 동아마라톤 신청을 놓쳤습니다.
풀코스는 일년에 두 번이나 세 번 정도가 좋다고 합니다.
시기적으로 보면 동아마라톤(3월), 5월 정도 1회, 그리고 춘천마라톤 정도면 더 없이 좋겠습니다.
저는 내년에 진짜 울트라 함 뛰려고 합니다.
15시간 완주의 꿈을 안고 내년 봄부터 준비할라구요.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우리들을 위하여 화이팅!!!
건강한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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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
2007.01.31 14:06:36 *.97.149.71
자로님 감사합니다.
동아마라톤(3월) 신청했답니다.
울트라~~ 15시간의 대장정~~ 정말 대단하십니다.

앞서 가시는 분이 있으니, 뒤에 따라가는 사람이 용기를 얻습니다.
멋진 나날이 연속되시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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