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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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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1일 18시 26분 등록
수축 문화를 지켜보며....


얼마 전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게 되었다. 평소 영화를 좋아하는 나였지만 최근에 대작이니, 명작이니 하는 영화가 눈에 뛰지 않아 몇 개월을 영화와 멀리하고 있던 차,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영화가 있다면서 아내가 보채길 레 그동안 소원했던 영화와의 간격도 좁힐 겸해서 관람한 영화가 ‘타짜’이다.

본시 한국영화에 그리 눈을 돌리지 않는 편이다. 한국영화가 보여주는 현실감이 매우 부정적일 뿐만 아니라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도 일천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모든 부분에서 맞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영화의 전반에 이러한 요소들이 점철되어 있다는 것만은 진실이다.

이 번에 관람한 ‘타짜’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이 영화의 중심주제는 ‘인생무상’이다. 한 젊은이 삶의 타락한 모습을 통해 인생의 허무와 무상을 가득히 그리고 있다. 그리고 간간히 비쳐주는 그릇된 사회상을 고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야할 삶의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님을 리얼하게 비쳐주고 있다.

감독과 제작진의 의도는 명확하다. 화투라는 도박행위가 얼마나 쓰라린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심도 있게 그리면서 사랑과 음모, 반전이라는 영화의 극적인 요소를 가미해 관객들로부터 사행심의 종말이 이렇구나 알린 점이 눈을 끈다.

그러나 한국영화 대부분의 흥행작이 그렇듯이 이 영화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창조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어야 할 영화조차도 과거 지향적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수축적 사고(안 된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부정적 사고를 나는 이렇게 부른다)에 길들어져 있다. ‘안된다’가 전부인 양 모든 곳에 이런 사고가 만연되어 있다. 이 영화도 그 주제는 ‘안된다’이다. 즉 도박하면 안 되니 더 이상 이런 세상에 빠져들지 말라고 경고한다.

몇 년간 그나마 흥행의 기록의 남긴 수작(한국에서의 평가?)들이 대부분은 이런 사고를 갖고 있다. 「말죽거리 잔혹사」, 「살인의 추억」, 「괴물」등이 사회고발영화이며, 이러면 안된다로 점철되어 있다. 이것은 모든 사고의 기준을 움추러들이게 한다. 왜 우리는 이런 사고에 길들어져야 하며 노출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영화 전체가 흐르는 폭력성을 고발하지 않을 수 없다. 도시 이면에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난투극 아니면 패싸움이 늘 우리 영화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더구나 그런 싸움에 튀어나오는 거친 용어들은 차라리 무성으로 들려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기에 족하다.

과정의 순수성과 진실성이 버려진 사랑싸움도 가히 요지경이다. 왜 서로를 죽이고 총질인가. 정상적인 삶을 추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벌이고 있는 비이성적 발로이기에 그리 표현했다면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인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래서 한국영화에 대한 호감이 낮아지고 있는지 모른다. 영화가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없지만 이제 한국 영화도 새로운 시각을 갖고 전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짧은 기간동안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성장을 이루고, 동방의 조그만 나라가 이제 어엿한 IT강국으로 어른스런 발돋움을 하였으며, 영상의 첨단화와 자본력도 갖게 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영화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했으면 한다.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며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폭력’과 ‘안된다’는 사고를 가져도 괜찮다는 오늘의 한국영상은 서서히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옳다. 세계의 일정부분을 책임지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긍정적 사고로 가득 찬 미래지향적 영화들이 제작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내 뒤를 이을 우리 자손이 ‘안된다’는 사고를 갖게 하는 '수축 문화'에 길들여진다면 언제 우리가 세계를 선도하고 세상을 밝히는 데 우뚝 설 수 있다는 말인가.
IP *.57.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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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뎀뵤
2006.11.02 21:29:06 *.91.54.146
한참 댓글 썼는데. 못 올립니다... 왜냐면, 저는 영화를 잘 모르거든요. ㅠ 제 댓글에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댓글중 한줄만 남긴다면,
<라디오스타>를 한번 봐 주세요. 1인자가 아닌 2인자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할수있다'는 나름 짠~한 감동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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