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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9일 19시 21분 등록
운명(運命)은 개척할 수 있는가?

일전에 구 선생님으로부터 주역을 읽으라는 말씀에 ‘주역-하늘에 뜻을 묻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주술을 담고 있고, 점을 치는 책이라는 인식과는 달리 삼라만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예측해 놓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주역은 단순히 인간의 운명을 점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지침을 밝혀놓은 지혜의 보고라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연구원 모임에서 주역 얘기를 하면서 이에 조예가 깊은 분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아마 선생님은 그 분의 저서를 읽으셨던 모양이다. 또한 그 책을 읽은 후 주역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졌던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또한 나중에 그 분을 만나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의도 하셨다. 하지만 그 분을 만나지는 못했다. 다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분을 회사에 모셔보는 것도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미래는 인식의 대상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인식할 수 없다’라는 답을 들은 적이 있다. ‘미래는 단지 예측하거나 예상할 수 있을 뿐이다’라는 말이다. 개인으로 볼 때 자신의 미래를 알 수 있다면 그것처럼 재미없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인간의 미래가 인식할 수 있는 표상으로 다가온다면 행동에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은 뻔하다. 또한 모든 결과가 미래의 어느 시점에 나타날 것이라 확정된다면 어떤 모습으로 오늘에 머물러야 될지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치 못하는 혼돈을 맛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거창한 문제를 떠나서라도 인간은 언제나 미래를 궁금해 하고, 타고난 운명에 대한 궁금증에 귀 기울이는 모습은 여전하다. 더군다나 오늘날 급변하는 소용돌이 속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를 알 수 있는 것만큼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일도 흔치 않다는 생각을 갖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여전히 미래를 예단하고 앞날의 운명을 일러주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회사도 요즘 조직에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변화경영이니, 조직혁신이니 특히 윤리경영, 사회공헌 등 머리가 혼란할 정도로 조직구성원들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많아졌다.. 물론 이러한 변화도 조직을 보다 나은 미래로 개척해보자 취지일 것이지만 몇 십 년 동안 고착된 조직문화가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그와 유관한 전문가 초청강의도 빈번하지만 강사들에 대한 직원들의 청강수준은 보잘 것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이 번 강의에는 조직구성원들이 매우 궁금해 할 수 있는 ‘운명 예측’에 대한 강사를 초빙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건의를 들였고, 이 건의가 받아들여지자 구 선생님이 소개해준 그 분을 모시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 모시는 분이라 매우 궁금하기도 하고 주역을 오랜 기간동안 연구하셨기에 인간의 운명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알고 계시리라는 마음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제가 모신 그 분은 저 멀리 부산에서 사시는 서 대원 선생님이라는 분이셨다. 그 분의 강의 제목은 ‘주역에서 바라본 시간과 공간의 조화’였다. 이 제목에 따른 강의에 앞서 많은 궁금증을 갖게 해주었다. 과연 사람은 타고난 운명대로 살아야 하는가, 또한 운명대로 자신의 모습이 생성되는가, 바람직한 삶의 처세는 무엇인가, 자신의 미래는 불변인가 가변인가, 수많은 질문이 머리에 감돌았다.

이른 아침에 몰려든 직원들에게 들려준 강의의 논지는 내가 궁금해 한 내용보다는 주역에서 바라본 바람직한 직장생활이 화두였다. 일에 대한 처신, 직장 동료나 상사에 대한 태도, 조직에서의 금기사항이 주류여서 주역에서 바라본 본원적 운명론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아쉬웠지만, 우주의 긴 시간여행에서 일정부분 점하는 공간을 통해 인간의 삶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더구나 강의 전 몇몇 직원들에게 일러준 삶의 흔적에 대한 얘기는 대단하면서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그들이 살아온 삶의 자취를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이들의 흔적을 알 수 있을까. 이들의 운명은 타고난 것이라면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 직원들은 과거의 모습을 통해 미래의 자화상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흔적을 알고 있다면 타고난 운명 속에 미래는 결정적인가, 아니면 ‘운명은 개척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매우 궁금했을 것이다. 운명론이나 주역에 관한 이론은 알 수 없지만 운명은 개척가능하다고 본다. 운명이 결정적이라면 아마 서 선생님은 편치 않은 생활을 영위하셨을 지도 모른다. 운명결정론에 의하면 그 사람의 미래를 알 수 있었고 대부분의 미래는 과거의 예측과 맞아떨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랬을까? 그럴 리가 없었을 것이다.

인간이 타고난 운명이 결정적이라면 인간은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다. 잘난 미래를 담보로 태어난 사람은 살아남을 것이고, 보잘 것 없는 미래를 등에 업고 태어난 사람은 조기에 사자져야 될 것이다. 또한 인간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가 팽배할 것이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구분이 가능하여 나쁜 사람은 가차 없는 멸시와 구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또한 미래도 인식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질 것이다. 나쁜 사람을 제거하면 인간이 바라는 미래의 가상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망상으로 가득 찰 것이고,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예측은 가능한 미래를 인식할 수 있다는 사고로 이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세상이 나타날 것 같지 않다. 과거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맞았다는 신기함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맞히는 일은 결코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운명은 개척 가능한 것이다’라는 명제를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운명이 다분히 타고난 것이라고 하더라도 긴 시간의 여행 속에서 인간의 의지여하에 따라 바뀔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간의 사고가 운명결정론을 폐기케 만든다. 운명은 결코 결정적이지 못하다. 만약 우리가 결정된 운명대로 살고 우리의 앞날이 확정적이라면 미래에 대한 우리의 삶이 얼마나 보잘 것 없겠는가.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의 거만함과 못 먹고 못사는 사람의 비참함을 미리 본다는 것만큼 역겹고 힘든 일은 없다. 그래서 ‘운명은 개척 할 수 있는가’의 물음에 ‘그렇다’라고 말하면서 손을 높이 치켜드는 것이다.
IP *.57.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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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간디
2006.11.10 14:03:30 *.200.97.235
서대원 선생을 모셨군요. 점보는 분들의 역할은 그 사람의 운명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 사람이 원하는 길에 힘과 에너지를 주어 강한 모티프를 만들어 주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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草阿
2006.11.18 19:14:02 *.115.16.102
주역(周易)의 역(易) 바뀐다, 변화한다는 뜻입니다. 세상도변하고 사람도 변합니다.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의 지혜를 가르친 것이 주역의 큰 줄기이며 대체적인 내용입니다.

주역은 변화 경영의 철학서입니다.

명(命)에는 노력해서 이룰 수 있는 운명적인 것과, 노력해도 이루지 못하는 숙명적인 것으로 나누어 집니다. 이루지 못하는 것을 꿈꾸고 허상에 사로잡혀있는 사람들에게 자기의 발견의 지혜와, 노력하면 충분히 이룰 수 있는데도 나아가지 않는 자를 움직일수 있도록 가르침이 주역의 목적입니다.
"운명는 개척하고 노력하면 모든 것을 이룰수 있다는 것은 교육자의 노랫소리일 뿐입니다."
개척하여 이루어지는 것과 노력하여도 성취하지못하는 일을 구분하여 가르치는 것이 주역의 중한 내용입니다.
이를 역경(易經)에서 리섭대천(利涉大川)과 과섭멸정(過涉滅頂)이라 합니다.
누구나 주역을 읽고 깨달으면 과거와 미래를 알수있습니다. 정확함은 그의 수행과 신앙에서 좌우할 뿐입니다. 그러나 과거를 알고 재미있어하는 것은 일종의 놀이이고 유희일뿐, 진정한 진리는 아닙니다. 성찬을 대접하면서 질문하면, 나는 군자요 외치면서 공자 왈 못하는것은, 아마도 세속적인 인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간의 흐름속에 일정한 공간을 점유하고 사는 것이 인간의 삶입니다. 시공(時空)의 조화를 설명하고 현상과 삶의 지혜를 가르친 책이 주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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