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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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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13일 18시 39분 등록
“작가가 인간을 좋아하지 않으면, 세상 사람들 역시 그의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카네기인간관계론 중



사람이 곧 책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길 위에서 나는 그런 책들을 읽는다. 스펙타클 서스펜스 각종 패러디 모음집인 ‘인생여정’을 .
사람들은 역시 책이다. 나는 길 위에서 도서관을 만난다. 각종 책들이 나를 유혹한다. 오늘도 나는 책을 읽기에 여념이 없다. 물론 독자에 따라 왜곡되게 읽힐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 책을 읽는 것은 나지만, 실상 책이 나를 읽는 것이다. 내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뽑아내지만, 실상 뽑아내는 건 나인지도 모르겠다.
다음은 내가 여행도중 만났던 책들의 일부이다.


#1. 24살 농부 처녀의 이야기- “마음을 따르는 길”
충청도 홍성에는 ‘풀무 전공부’란 학교가 있다. 이는 말하자면 농업전문대학교다. 공식인가는 받지 않았지만 국내최초다.
이곳에는 나와 동갑내기의 아주 당찬 아가씨가 있었다. 난 그녀를 듣고 싶었다. 왜 그나이에 그런 선택을 하게 됐을까?
그녀는 24살. 20대에서 40대까지 다양한 학생들에게 원예를 가르치고 있다. 그녀는 중학교까지 서울에서 학교를 나오고 고등학교는 이곳 풀무고에서, 대학은 풀무 전공부에서, 그리고 일본으로 원예를 공부하러 2년간 다녀왔다.
어떻게 남들이 거의 가지 않은 길을 가게 되었을까. 그녀가 조용히 그러나 힘있게 말해나갔다.

“나는 거창한 이유는 가지고 있지 않다. 생태학적으로 뭔가 하겠다, 이 분야에서 뭔가를 이루겠다, 이런 것도 아니다. 다만 이곳의 생활이 마음이 편하다. 나는 서울 가면 숨이 막힌다. 이곳에서 누리는 작은 것들- 별보는 것, 공기, 이런 세세한 것들이 좋다. 나에게 일할 기회가 주어졌고, 지금 하고 있다. 보면 알겠지만 이곳에서도 사람들이 뭐 거창하진 않다. 생태라 해도 맨날 라면 끓여먹고 사소한 걸로 싸운다. 나도 힘들 때가 있고 아쉬울 때가 있다. 그러나 내가 현재 누리고 있는 것들의 가치가 더 귀하다는 걸 느끼기 때문에 추스리면서 살아간다. 여기선 돈 없어도 하고 싶은걸 하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 그런데 도시에서는 돈 없으면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으니까….”

자신의 길을 감에 있어 그녀가 가장 강조한 것은 ‘내 마음이 편한가’였다. 타인의 인정이 무슨 소용이고, 보기 좋은 게 무슨 소용인가. 역시 하나의 짐이 되어 버릴 텐데... 무엇이 중요한가를 진심으로 느끼게 된다면 없어도 좋을 것은 자연스레 떨어져 갈 것이다. 진흙이 다 떨어져나가고 오롯이 남은 ‘황,금,부,처’ 그것이 당신이다.

만 이틀 동안 귀농학교 ‘풀무 전공부’에서 지내며, 내가 보기엔 대단한 선택인 ‘귀농, 자연’도 그들에겐 대단할 것 없는 어찌 보면 자연스런 선택이란 걸 보았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 던진 질문에 그들의 답은 지극히 펑범해서 실망스러울 정도였다. "그냥… 체질에 맞아서…, 하고 싶어서..."

어딜 가나, 무엇을 하나 ‘환상’이 있다. 건강한 환상을 하려면 현실을 제대로 보고 문제들을 품고서 살아갈 수 있어서 한다. 사람들이 없고 하는 식의 문제,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문제들이 여기도 무수히 존재했다. 어딜 가나 사는 모양만 다를 뿐이지 근본의 물음은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려움이 있지만, 그 어려움을 안고서 살아가기에 사람들과의 대화가 필요하고 술이 필요한 것처럼.
‘왜 사는가, 어떻게 하면 잘 살까?’


#2. 한 평생 무도를 닦아온 고수 이야기; 무엇에든 고수가 되는 길
“내 것을 찾아야 돼. 지혜의 문을 여는 것이 좋은공부야.”

계룡산을 찾은 건 별 이유가 없었다. 여행 중 경로가 비슷했고, 색다른 삶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그저 일정에 넣었을 뿐, 어떠한 계획은 없었다. 마침 내가 하고 있는 기천문의 문주님이 그곳에 계셔서 잠시 묵어갈 생각이었다. 지내다 보니 하루의 일정이 무려 4일로 늘어났다.

계룡산 본문에 기거하고 계신분은 박사규 문주님이다.(주; 문주는 한 문파의 대표자를 일컫는 말이다. 장문인과도 동일하다.) 평생을 무도에 몸바쳤다. 60세에나 산에 들어올 계획이었지만, 10년 먼저 산에 들어오게 되었다. 자그마한 키, 수염, 볼그레한 볼, 동안, 특유의 맑고 평안한 눈빛이 흘러나와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짐작케 할뿐, 그 이상은 무언가를 추정하기엔 힘들다.
어떤 공부를하든 자신을 밝혀주는 공부를 해야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하는 것. 소크라테스가 몇천년을 외치고 있었는데도 나 자신을 아는 건 참 힘이 든다. 그래서 나도 이 고생을 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박문주님은 기천이 아주 넓고도 깊은 공부라는 것을 강조했다. 기천은 무예이기 보다 세상을 밝히는 도구이다. 단지 사람들이 몸을 닦는데만 그걸 활용할 뿐이다. 예컨대 다양한 목적에 따라 다양한 쓰임이 있다. 같은 기천을 수련하더라도 힘을 기르고 싶은 자는 건강법으로, 남보다 우세해지고 싶은 사람은 무술로, 예술적 아름다움을 본 자를 예술로, 사람들을 구원해주고 싶은 이는 활명으로. 그러나 근본은 ‘나를 밝혀서 세상을 밝히는 것’에 있다.
사람은 무릇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자신의 쓰임을 알아야 한다. 고난은 하늘이 내려준 것. 그것을 이기고 일어서는 자만이 큰 쓰임을 받는 것이다. 근데 기천은 그 자체가 이미 고행이다. 힘든 가운데 ‘자신의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기천의 일부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활용할 것.
나는 이를 자신이 가진 재료가 무엇인가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것들을 활용해 멋진 요리를 만들어 스스로는 물론 세계에도 맛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몸이 아파본 사람은 아픈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아픈 것을 스스로 털어내본 경험이있는 사람에겐 그에게 아팠다는 것은 대단한 강점인 셈이다..
박사규 문주님은 매일 단배공이란 수련법으로 하루를 열며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고 했다. 보아라.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냐. 세상을 바로 보려면 지혜의 문을 열어야 하는 법이니라.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계룡산으로 올라가 수련 하는 그는 수십 년의 엄격한 수련 끝에 진리는 단순한 것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번 생에서 내가 표현할 것은 무엇인가? 다른 것을 바라보지 말고, 내 자신을 보자. 그 안에 모든 해답이 있나니…

2시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우주를 얻은 기분으로 그의 책을보았다.

(자세한 녹취록 파일은 제 위의 블로그에 올려져있습니다.
혹시 보길 원하시는 분은 '서로이웃맺기'를 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3. 26살의 시한부를 이기다; 나의 역전
“하면 할수록 쉬워진다.”

제주출신, 그는 80년생이란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이처럼 작은 체구와 정리되지 않은 외모의 소유자였다. 사람들에게 굉장한낯설음을보이며쭈삣거리는 그에게 좋은 첫인상을가질리 만무했다. 무엇을 물어도 대답하지 않거나 한참 후에야 그에 대해 말해주곤 했다. 그와 보낸 시간은 3일이었다. 과연 그와 말이 통할까 생각했지만 그는 마음을 열어주었다. 그마음안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지혜로운 샘이있었다. 나는즉시 그가 좋아졌다.
그렇지, 첫인상이다는 아니지!

그에대해 간단히 정리해보자.
나와같은성균관대를다니고있으며, 간이좋지않아 병원이포기한상태에서 지난해 계룡산으로들어왔다. 가족병력이’간암’이었다. 아버지역시간암으로돌아가시고지금은 어미니홀로 계신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의 ‘서사구조’에 열광한다. 그런 이야기를 짜고만들어내는 이야기꾼이되고싶어한다.
숫기는없으나 무언가에 끌리면 파고드는 것이강하다. 대답도느리고말도잘 하지 않지만 자신이좋아하는 분야에 대해선쉴새없이이야기 한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어머니이다.

여기서그의어머니이야기를 할까한다. 그의 유전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어머니를 빼 놓을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의어머니는 그 인생자체가 드라마였다. 그의어머니는 어릴때부모와헤어져고모할머니 밑에서 자라났다. 고모할머니의 독특한 훈육방식덕택에 매우 강하게 자라나셨다. 결혼 직후 신장이상으로 3개월시한부 를 선고받았으나, 이겨냈다. 아들이고등학교때까지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내시다 갑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투신하셨다. 첫번째는 ‘민요’였다. 많은 전공자들이 당신은 죽었다 깨나도 못할거라고 말렸지만, 그녀는 정말로 죽어다 깨어나보자는 마음가짐으로 5년을 정진한 끝에 고수 수준으로 높은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 연극 생활도하시고, 시나리오도 쓰신다.
도전해서 안될 것 없다는 마음으로 매우 활기차게 자신의 후반부를 꾸려가시는 그의 어머니를 나는 이미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점찍었다. 자신의 뜻대로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누구에게나 넘어야 할 벽이 있고, 내야할 세금이 있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이해했다.



#4. 내가 찾을, 찾은 물음들

나는 늘 좋은 답을 찾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좋은 답은 좋은질문을 던져야 나오는 법.
이틀전 오*곤 연구원으로부터 들었던 멋진 말이다.
그래, 아직 시간은 많다.
나에게 있어 지금의 시간은 조급히 답을 찾아야 할 때가아니라,
좋은 질문을 찾아야할 때라는 생각이들었다.


나는 앞으로 뭘 하면서 먹고 살아갈까?
졸업이 내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게 잘 살아가는 것일까?
내면의 소리를 잘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꿈을 찾아가는걸까?
나는 무엇일까?......................................................

앞으로의 여정에서
많은 질문을 찾아가고 싶다.


IP *.102.14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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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6.11.13 21:51:36 *.55.54.201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것이니,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
(마, 7:7, 7:13~14)

바르게 질문하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것.
이미 2천년을 이어 왔던 사실이라는 것이 놀랍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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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
2006.11.13 22:34:38 *.141.32.190
아,, 잘 읽었어요.
앞으로 계속 많이 올려줄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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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
2006.11.13 23:21:05 *.75.166.98
날씨가 추워진다. 운동은 보약이다. 건강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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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놈
2006.11.13 23:40:09 *.111.223.89
아주 멋지게 원행을 보내고 있군요.^^
추위가 제법이니 옷깃 단단히 여미고 좋은 공부의 시간 되시길.

오전님의 고행의 기쁨이 묻어나는 글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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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11.14 07:10:26 *.219.142.186
네~^^
모두들 감사합니다.
부지런히 기록하야, 모두 많은 리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옹박, 소정, 김성렬, 아름다운 놈 님..
그리고 꿈을 찾아가는 모든 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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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6.11.14 18:23:56 *.99.82.60
대전하고 홍성은 내 생활 근거지인데,,근거지인 나도 가보지 못한길을 찾아다니고 있네요ㅠ.ㅠ. 건강 유의하고 좋은 여행되길 바래요.
억새속에서 한송이 들꽃내음이 나는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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