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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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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3일 14시 20분 등록
운전면허를 얻은지 10년이 되었다. 면허증을 새로 갱신하라는 우편물이 온 것을 보고 마감 날짜가 다 되어서야 사진을 찾아서 경찰서를 다녀왔다.
그러고 보니 내 차도 10년째가 되었다.
십년동안 같은 차를 , 그것도 800cc 경차를 말이다.
처음 면허증을 따고 새차를 구입했을 당시만 해도 친구들중에 운전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우리는 아주 즐겁고 유쾌하게 시승식을 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림살이를 별로 늘이지 못하고 살아가면서 차는 점점 낡아졌다.
딸아이가 다니는 국립어린이집은 부모가 아침마다 아이를 어린이집까지 등원시켜주어야 하기 때문에 누구엄마는 무슨 차를 누구 아빠는 어떤 차를 타고 온다는 걸 서로 다 알게 된다. 일곱 살난 딸아이의 친구들을 차에 태워 집에 데리고 오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아이에게 점점 우리차가 작아지게 되었다.
아홉명쯤 탈 수 있는, 아이의 표현대로하면 앉는 곳이 세칸이 되는 차로 우리도 바꾸면 안 되느냐고 말할 때가 많아졌다.
그러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어느저녁 하루
솔직하게 내가 가진 차에 대한 생각을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우리 차는 아주 오래되었긴 하지만 아직 탈 수 있고, 우리가 이 차를 타지 않게 되면 이 차는 폐차라는 걸 해야 한다 그러면 엄마는 아주 마음이 아프겠다... 넌 어떠냐
작은 차이긴 하지만 우리 세 식구가 타기에는 알맞다고 생각한다
낡긴 했지만 그동안 이 차를 타고 아침마다 어린이집엘 갈 수 있었고 마트에도 갔단다.
네 가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는 이 차를 운전했단다.......
아이는 아주 진지하게 내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는 차를 바꾸자는 이야기를 안 하고 있다^^

방문학습지 교사인 내게 차는 생계수단이기도 하다.
차 수리비가 가끔 턱없이 나오기도 하고 장거리 여행은 포기했지만, 이 차를 언제까지 탈 수 있은건가.... 나도 궁금하다.
내가 가난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 십년 사이에 차를 바꾸고 싶은 욕망을 아주 크게 가졌을 것이다. 가난한 덕분에 자동차를 욕망하지는 않고 괜찮은 자전거를 사려고 지금 한창 별루구 있는 중이다.

“지금 세계를 파괴하고 있는 악마적인 과정을 중단시키기 위한 유일한 대안은 고르게 가난한 사회로 가는 것”
녹색평론의 김종철 선생님이 하신 이야기다.
오래전에 읽은 그의 글에서는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았다고 했다.
나도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면 자전거타고 내 일터로 가고 싶다.
작가 김훈처럼 자전거 레이서가 되진 못해도 장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를 온천천에서 신나게 타고 싶다.

내 삶이 자발적 가난함을 선택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고, 오히려 경제 관념이 아주 없 는 현대생활 부적응자에 가깝지만... 요사이 나는 가난함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고 있다.
오늘 김종철 선생님의 예전글 “가난의 옹호”를 읽었다.
요사이 내가 느꼈던 것들이 그 글속에 있었다.
아이 친구 엄마들 몇몇과 가끔 품앗이로 아이들을 돌봐 주기도 하고 토요일에는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나들이도 가곤 하는 가족이 몇 있다.
어린이집의 다른 부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난”하다.
김종철 선생님의 글속에 “가장 단순한 차원에서 생각해 보더라도 가난해져야 우리가 서로서로 돕고 상부상조할 필요성이 생겨난다는 것은 분명한 진실이다”라는 구절이 있었다.
나는 가장 단순한 차원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공동체”를 꿈꾸면서 ... 아쉬운 것이 없는 사람들은 함께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확인했고, 그래서 혼자 서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고 , 돈을 버는데 더 많은 시간을 바쳐야 한다. 그래서 행복한가? ...

나는 넉넉한 집안에서 자라지는 못했지만, 큰 어려움없이 부모님 덕분에 학교를 마쳤고
결혼생활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고생을 했다.
그 경제적 어려움이 내게는 큰 약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시련이 없었다면 나는 다른 많은 이들과 다르게 살지 않았을 것이다.
두갈래의 길이 있었다.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내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 바쳐서 돈을 버는 것을 따라가지 않은 것이 내가 “정말 잘 한 결정”이었다.
큰 돈을 벌진 못한 대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아 그러고 보니 오래전 읽은 소장님의 책 첫 구절에 공자가 했다는 말
부유함이란 것이 쫒아간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열심히 쫒아가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나는 내 맘에 드는 길을 가겠다.... 기억난다.

이년전 외가쪽 어른 한 분이 자신의 밑에 들어와서 일을 배워라고 한 적이 있다.
아주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서 경제적으로 일가를 이룬 분이다.
두가지 말씀을 하셨다.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내 모습을 보고
경제적인 성공이 얼마나 삶을 윤택하게 하는지 너는 모른다. 그리고 아직은 니가 주류의 삶에 끼여들 “문”이 열려 있다. 하지만 그 문이 곧 닫힌다...
자기 밑에 들어와서 사오년 일을 배우면 평생 먹고 살 것은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내게 조언을 해 준 많은 사람들은 “가서 배워서 우리도 가르쳐주”라고 했다.

참 잘한 결정..
메일을 보고 내 인생에서 내가 참 잘한 결정은 무엇이 있나를 생각해 보았다.
별루 없었다... 앞으로 잘해야 겠다.. 생각하면서
그 이년전의 일이 떠 올랐다.
잘한 결정이다.

아직 나는 가난하다.
처음 가난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가난해진다는 것이 결코 나쁜 일이 아니라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다.
“가난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일이든 무엇이든 남들과 나누어 갖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에 닿을 수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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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
2006.12.03 17:00:17 *.75.166.98
마음에 닿는 이야기 감사합니다
참된 가난함을 지키려는 것이 더불어 함께 나누기 위한 것일때
오만한 가진 자들은 결코 열수없는 문을 열어줍니다.
경계심, 삭막함, 외로움, 그런 것들,,,, 돈으로는 결코 열 수 없는
따듯한 가슴으로 열 수 있는 문.... 말입니다....
지금, 님이 선택한 것은 가난이 아니고 소박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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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6.12.04 15:53:00 *.55.54.71
글이 마음에 와 닿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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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2006.12.04 21:04:59 *.240.191.120
안빈낙도로 편안하게 가려면
소유보다는 존재의 가치에 무게를 둘때
물질적으로 조금 가질 수록 자유로울 수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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