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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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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7일 09시 51분 등록

소문에 의하면 여자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나이는 서른이라고 한다. 살아보니 서른처럼 아름답고 결정적인 시기가 없는데, 정작 서른즈음에 처한 사람들이 그걸 모른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다뎀뵤가 친구와 즐기는 일탈에 대한 글을 올렸을 때, 나는 이성욱의 “김추자, 선데이서울 게다가 긴급조치”를 읽고 있었다. 하필 저자의 性的 성장기에 대한 내용을 읽고있던 터라, 남녀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머리 한 구석에 밀쳐두었는데, 오늘 갑자기 이 제목으로 글을 쓰고 싶어졌다.



이성욱은 성에 관한 지식의 출발을 싸구려 백과사전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에 이미 ‘선데이서울’을 숙독한다. 헌책방에서 성에 관한 특집을 엮은 ‘여성중앙’의 별책을 훔치기도 한다. 책값이 없어서가 아니라, 부끄러움 때문에 공공연히 내놓고 살 수가 없었던 것이다. 동시상영관과 성인만화, 무협지를 거쳐, 빨간 책에의 순례가 한동안 계속되었다고 한다.



화성과 금성으로 표현되는 남녀의 차이는, 성적 접근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것 같다. 김형경의 자전적 소설 ‘세월’에는, 글을 쓰려면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며 남자기자들의 순례에 김형경을 끼워주는 얘기가 나온다. 일반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내용이다. 그러나 결혼에 대한 남녀의 접근을 비교하기에는 충분한 내용이었다.


여자가 서른 살즈음에 느끼는 혼란은 아무래도 ‘결혼’이라는 빅카드 때문일 것이다. 나역시 그즈음에 결혼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학교 졸업 후 살짝 지칠 정도로 사회생활을 했고, 결혼한 사람만을 성인으로 인정해주는 사회분위기에 밀렸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살아보면 곧 알게 된다. 결혼은 절대로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시작이며, 결혼은 여전히 여자에게 더 부담스럽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그토록 젊고 아름다운 서른을 왜 그렇게 벗어던지지 못해서 안달이었을까 의아한 생각이 든다. 나이는 상대적인 것이고 심리적인 것이다. 생각해보라. 우리가 초등학교 때는 군인아저씨라고 불렀다. 지금 보니 군인들이 아저씨는 커녕 애기 중에서도 큰 애기 아닌가. 또한 칠순의 내 어머니가 보기에, 내 나이는 얼마나 젊은 것인가. 나이에 대한 통념에서 벗어나라. 나는 너무 상식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을 보면 답답하다. 한 대 때려주고 싶다.



첫째, 서른의 전략적 의미를 깨달아라


인생에 있어 여자나이 서른이란, 대한민국 공인 라이프사이클을 수용할 것인가 아니면 내식대로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나이이다. 결혼으로 대표되는 주류문화에 편입하느냐 않느냐의 문제. 인생에 대한 관점이 비슷하고, 서로 존중하며 평생을 함께 살고싶은 사람이 있으면 결정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결혼에 대한 강박관념을 말끔히 털어버려라.



왜냐하면, 결혼을 하든 안하든 서른은 충분히 아름다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풋내나는 20대가 지났지만 여전히 젊고, 사회에 대해서도 조금은 아는 원숙함이 어우러지는 절정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 인생에 대해서 총체적인 점검을 해 보고,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다. 이제 사람과 돈, 시간같은 인생의 소품들에 대해 조금은 의견이 생겼고, 내 인생을 내식대로 디자인할 수 있는 자신감과 판단력이 있다.



그런 장점들을 멀리한 채, 심리적인 슬럼프에 빠져있기에는, 서른은 너무 아까운 나이이다. 몇 년만 지나도 알게된다. 아아, 그 때 내가 얼마나 젊고 팔팔했는지! 오늘자 행복숲 컬럼에서 김용규님이 쓴 것처럼, 시간이란 단 일분도 편집할 수 없는 것이라, 매순간 의미를 찾아 호흡할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른은 그 어느 순간보다 여유있게 마이웨이를 가기에 최적인 나이이다. 서른을 향유하라, 서른을 감정적으로 낭비하지 말라.



둘째, 결혼은 옵션이다.



결혼에도 적성이 필요하다. 우주까지 확대된 이 넓은 세상을 내 가족 울타리로 축소할 생각이 없다거나, 다른 사람을 보조하는데 만족할 수 없다거나, 10년 이상 변화를 꿈꿀 수 없게 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결혼은 최선이 아니다.
심지어 결혼생활을 최선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조차 결혼은 종착역이 아니고, 해결사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80세까지 연장된 수명과, 여성의 자기실현에 대한 욕구, 갈수록 넘쳐나는 자극과 선택의 기회, 경제난.... 같은 것들은 “한 쌍의 어울리는 바퀴벌레”의 입지를 갈수록 좁혀온다.



결혼을 하든 안하든, 나의 캐리어와 브랜드는 여전히 내 것이다. 그리고 싱글로 하고 싶은 일 다 해보고 느지막히 하는 결혼도 괜찮을 것 같다. 인간관계나 결혼을 키워나갈 수 있는 능력이 훨씬 신장되어 있을 때, 만나서 백년해로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던 최미선, 신석교 부부는 2003년 9월에 결혼하면서 프리랜서로 전환했다. 부인은 글을 쓰고, 남편은 사진을 찍는 여행작가로 벌써 10여 권의 책을 펴냈다. 부부의 이름을 따서 ‘초이와 돌다리의 색깔있는 여행’이라는 브랜드까지 사용한다. 그런데 초이는 딸이 있는 42세의 재혼이었고, 돌다리는 40세의 초혼이었다. 사회의 통념을 이중으로 돌파하며 사는 그들, 이런 투사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



셋째, 야심을 가져라



이래서 기성세대가 필요한가보다. 살아보니까 인생이 무지무지하게 길다. 서른의 나이에 지치고 안주하려는 것은 죄악이다. 나역시 후줄근하게 지쳐서, 안일무사하게 결혼이라는 제도 안으로 들어갔다. 아아! 그 때, 나는 왜 공부할 생각을 안했을까. 가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나의 작은 깨달음 역시 살아본 뒤에 얻은 것이지만, 지금 서른을 관통하고 있다면 그대, 야심을 가져라.



마침 12월이다. 무엇인가를 정리하고 새롭게 출발하기에 적합한 시점이다. 내가 살아온 날과 내가 원하는 것을 곰곰이 정리하여, 내가 가고싶은 이상향을 향해 첫 발을 떼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고 해서, 그 길을 따라가지 말라.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이 시대에 섣불리 나의 조건을 제한하지 말라. 나는 백수가 된 지 3개월 하고 1주일이 지났는데, 너무 좋다. 책을 쓰고 있는데 1부를 끝내니, 이미 어제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계속해서 생각하고 글을 읽고 쓰며, 이미지로 그리는 작업이 나를 신천지로 밀고 나간다.



종잣돈을 모아 유학을 떠나라. 나 자신에게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고 공부하면서 꾸준히 모색하면 나의 길이 좁혀질 것이다. 그리하여 나만의 브랜드와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라. 내가 시대이다. 나의 시대를 만들어라. 21세기가 그대를 원하고 있다.



IP *.81.16.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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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6.12.07 10:31:54 *.145.80.18
한명석님!
주역께나 읽은 나에게도 엄청 큰 걱정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34세된 큰딸이 결혼하질 않고 직장에 다니면서 홀로 살고 있습니다. 이태리유학으로 현재는 페턴사입니다. 키도 크고 얼굴도 예쁜편인데 남자와의 관계는 좋지 않습니다. 그건 그애의 성격인지 운인지를 나도 판단키 어렵습니다.
오늘이야 명석님의 글을 읽고 다시 유학을 보낼 생각을 하였습니다.
고리한 나의 머리에 싱그러움을 주는 혜박한 글입니다.
아직도 글속에 힘찬 기운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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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수
2006.12.07 11:08:32 *.57.36.34
한선생님 잘 들어갔지요?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움으로 새롭게 단장해가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사람의 깨달음은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서른의 나이에 인간경험이 깨달음으로
인도하기에는 부족한가 봅니다.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혼은 자유의 무덤이란 말이 있지만
어떨 때는 구속이 자유보다 못하지는 않다는 생각입니다.
인간은 스스로 부족한 존재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부족함을 메꿔주는 구속이라면
상대에게 자신을 맡겨보는 것도 괜찮다고 봅니다.

저도 나이에 구속되지 않습니다.
나이는 그저 외양일 뿐입니다.
그러나 깨달음이 나이와 무관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이상하리만큼
우리는 일정한 나이에 이르러서야
자신이 무엇인지를 알게 됩니다.

이제 한선생님도 그것을 알게 된것입니다.
늦은것이 이른것이라는 말은 그래서 진리입니다.

좋은 결실이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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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6.12.09 11:32:51 *.81.18.43
부자유와 불평등, 불합리에 유독 예민한데다 인내심까지 없는 나의 기질이 참 민망할 때가 있어요. 그야말로 아웃사이더 이지요.

게다가 조화롭고 슬기롭게 살아가는 분들에게 공격처럼 비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네요. 그저 내 생각을 말하고 있을 뿐인데...

그래서 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습니다. 첫번 째 책이 만 부만 팔려준다면, 그것을 디딤돌삼아 구소장님의 모든 방법론을 다 따라 해 볼 것입니다. 작가라는 직업에서는 나의 기질에 컴플렉스를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매력을 느낍니다.

슬기롭고 지혜롭게 현실의 장을 헤쳐나가는 분들은,
남자분들이 기꺼이 배우자와 역할을 바꿔
평생을 살아도 될 정도로 평등수치를 높여주시면
기꺼이 부러워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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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2006.12.09 18:41:31 *.103.132.90
한명석님. 저의 꿈의 첫페이지에 좋은글을 남겨주셔서 마음에 새겨진 이름.^^ 안녕하세요.~~ 또한번 마음에 새겨지는 글을 읽게 되어 흔적남깁니다. 언젠가 뵙고 이야기 나누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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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6.12.10 08:29:52 *.81.17.118
다시 한 번 소라님의 '꿈의 첫 페이지'를 읽어보았어요. 여전히 감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글이네요. 지금 어디쯤 가고 있어요?

운동부족의 뿌드드한 몸이지만, 춤에 무언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요.
내가 처음으로 춤을 춘 시점도 기억하고 있는걸요.
중2 소풍지였어요. 그 때는 노는 애들만 춤을 추던 시절이었지요.
야전에서 클리프 리처드의 Big Ship이 돌아가고 있는데, 쭈삣거리느라 아무도 나서지 않고 있었어요. 나는 그 머뭇거림이 싫었어요.
그래서 둥근 원 속으로 나아가 팔다리를 움직였지요.

요즘은 자꾸 팔 다리를 휘젓고 싶어지네요. 많이 갑갑하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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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2006.12.10 23:38:13 *.103.132.90
미탄님이라 부르면 되나요?^^ 많이 답답하여 자꾸 팔다리를 휘젖고 싶으세요? 왠지 미탄님을 모모의 세션에 초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머지않아 곧 열릴 춤세션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초대하고 싶어요. 이젠 팔다리가 그저 자유롭게 휘저을 수 있도록 미탄님이 허락하기만 하는 그 때가 오고 있는거 아닐까요? ^____^

누군가 나의 꿈을 읽어준다는건 엄청난 우주의 에너지가 저에게로 집중되어지는거 같아요. 그래서 오늘 유난히 힘이 나고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나 봐요.ㅎㅎ
고마워요. 미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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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6.12.11 07:50:04 *.81.93.143
꼭 알려주세요. 가 보고 싶네요.
내 메일주소 : dschool7@hanmail.net
오늘도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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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2006.12.12 13:56:57 *.111.247.32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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好瀞
2006.12.13 22:59:04 *.142.242.188
한명석 님.
두어 번 뵈었지요 ? ^^
글을 보니, 그 밝고 온화하신 웃음 뒤에 있는 강한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서른을 갓 넘긴 저에게 잠자던 화두를 던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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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6.12.14 07:46:31 *.81.94.5
마침 가수 이 적의 어머니 글을 읽고 있었어요. 여성학자 박혜란인데, 마흔에 여성학을 새로 공부하기 시작했어도 그 뒤로 충분히 활동하고 유명해질 시간이 있더라구요.
멋모르고 한시절 살았어도, 아직도 창창하게 남아있는 시간들...
정말 앞으로는 multi lives를 살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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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6.12.15 02:12:30 *.70.72.121
너무 공감해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답니다. 여행내내 찾았답니다.
아마 알았더라면 찾아 갖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아직 준비가 덜 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근접하기에 조금 겁이나거든요, 쥐어 박힐까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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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즈
2006.12.17 03:53:16 *.57.237.56
님 글 살짝 퍼갑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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