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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뎀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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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10일 22시 31분 등록
옆에 누워있는 언니의 숨소리에 신경이 쓰여 잠을 자지 못할정도로 극심한 예민상태다. 열흘이 채 못되는 사이에 너무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견뎌내기 힘들 정도로 몰아치고 있다. 그렇다. 몰아친다는 표현이 적합한것 같다.

친척 중 내가 가장 아끼는 사촌동생을 하늘로 보냈다. 군대 장교로 있던 동생은 스물네살이다. 교통사고였다. 검은 리본이 매여진 동생의 영정사진을 보면서도 나는 동생의 죽음이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하지만, 자려고 누우면 동생의 얼굴이 수없이 떠오르고 베개가 젖도록 눈물이 흐르는걸 보면, 내가 받아들이지는 못했지만 동생에게 무슨일인가 생기긴 한것 같다. 크게 입을 벌리고 웃지 않으면서도 혀를 내밀어 이빨을 가리는 동생의 수줍은 웃음을 사랑한다. 이제 그 웃음을 더이상 볼 수 없다는 것. 그게 어떤 의미인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매일 불을 켜고 잠이 든다.

서울로 발령이 났다. 내년 1월부터는 서울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너무도 잘 된 일이다. 하지만, 그 때가 '지금'이라 너무 힘들다. 준비 해야할 것들이 많다. 이곳의 일들을 정리해야 하고, 만나봐야 할 사람들도 많다. 마음이 심하게 산만한 상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살 집을 구해야 하는 것이다. 조만간 서울에 가서 발품을 팔면서 좀 찾아봐야겠다. 서초구 양재 근처에 좋은 하숙집이나 전세 매물이 있으면 소개 좀 시켜 주세요. 건대쪽으로도 괜찮아요... 플리쥬~

친구 세명이 결혼을 했고, 다른 두명이 아기를 낳았다. 이제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그들의 행복이 부럽다기 보다는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이렇게 다니고 있어 다음주를 어떻게 견뎌내야 하나 하는 걱정이 먼저 든다.

이런 심난한 상태와 빡빡한 스케줄로 아침마다 코피가 흐른다. 일주일 새에 쌍코피가 이틀, 왼쪽에만 삼일, 오른쪽만 하루... 좀처럼 코피를 흘리지 않았었는데, 최근에 버거웠는지 매일같이 코피가 터진다. 지난 토요일에는 머리가 어지럽고 구토가 올라올것 같은 피곤이 몰려오기도 했다. 병원에 다녀왔더니 다행히 몸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몸이 힘든것보다 마음이 힘든게 더 피곤한 일인것 같다.

글에서도 보이겠지만, 지금 내 상태가 하루에도 백세가지 상태와 기분이 번갈아 교차하고 있다. 둔하디 둔한 내가 너무도 예민해져서, 이 상황들을 하나하나 신경쓰면서 받아들이자니 너무 힘이 든다. 그래서 당분간은 그냥 '모르겠음' 상태로 있어야지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게 마음같지가 않아 이런 저런 마음이 소리가 시끄러워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며칠간 현실에 적응하는 것도 버거워 긱긱 거리느라 그 어떤 글도 읽지도 쓰지도 못했다.
그런데 오늘 한선생님의 글을 읽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힘들지만 이 또한 하나의 과정이라면 잘 견뎌내야 한다. 어떠한 일이 나에게 벌어지고 있건 내가 지금 내 인생의 어딘가를 가고 있다면 나는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잘해야지! ^-^


ps. 급마무리한 느낌이다. 정리가 안 된다. 무슨말을 하고 싶어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기억이 없다.

IP *.74.1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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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자
2006.12.10 23:32:49 *.102.144.120
오마이갓.
못본사이에 언니에게 폭풍우가몰아쳤군요...
코피가 연이어 흐른다니, 심난하다니 마음이 아프네요.
그가운데서도 이를 인생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려는 언니가
대견스러워요~
언니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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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동
2006.12.10 23:43:31 *.142.145.9
2006년이 지나면 완전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겠네.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만 하나하나 정리해가다보면 어느새 자리가 잡혀있지 않을까 싶네. 이럴 때일수록 몸관리 소홀하지 않도록 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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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6.12.11 07:37:24 *.81.93.143
미영씨, 너무 힘들 때는 꼭 해야할 일 빼고는 과감하게 미루거나 잘라버려요. 몸은 물론이고 마음에서도 추방시켜버려요. 책상 앞에 딱 세 가지의 상자를 두었다는 사람처럼요.
'할 일', '도움받을 일', '버릴 일' ... 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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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6.12.11 13:18:13 *.70.72.121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다뎀뇨님 기운 차리시길 바래요.

좀 비싸지 않을 까요? 우선 벼룩시장이랑 조인스랜드등에서 시세 살펴보고 근무처랑 거리살피면서 해야겠네요. 혹시 서울에 별로 아시는 분 마땅찮으시면 재동님께 연락해서 제게 전화 주셔요, 제 메일로 주시던가요. 가능함 도와 드릴께요. 힘들어도 우린 잘 살아나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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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동 오빠
2006.12.11 13:35:20 *.248.117.3
양재동으로 출퇴근하는 병곤 오빠다.
상심이 크겠구나.
예민모드일 수 밖에 없지.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이 아주 크게, 깊이 다가온다.
내 경우에도 그랬다.
어떤 일이 생기면 폭풍우처럼 몰아치더구나.
나는 하느님한테 따졌다.
'고통을 주시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나 왜 몰아치기로 주시냐고요???'
어느 날은 또 혼자 자위했다.
'인생 뭐 있어. 그냥 그렇게 사는거지.'
공수레 공수거를 떠올리며 김국환의 '타타타'를 ?슷떱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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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
2006.12.11 18:49:09 *.244.218.8
언니~힘내라고 그림문자 보내려고 했더니 안간다...이런 거 안하고 살았더니 활용도 못하네--;
힘내고... 나도 할머니상 치를때... 몇 년 동안 뵙지도 못했던 분인데도 타격이 오더라...생각치 못한 정도로....
스트레스 받지 말고..지금은 마음을 좀 놓아둬...편하게.

난 교통사고 싫어서 차 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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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2006.12.12 07:41:21 *.210.111.168
다뎀뵤, 힘내요!
시간이 답을 주는 일들이 있어요.
잘 견디길 기도할게요.
서울에 오는군요.
나도 도움되는 일이 있으면 좋겠어요.
찾아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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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경
2006.12.12 14:04:22 *.76.71.103
저는 그랬던 것 같아요...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니 그때는 그냥 가만히 상처를 식혀주는 것... 있는 그대로 가만히 있는것... 그렇게 시간이 흐러 가도록 가만히 나를 내려 놓는 것 밖엔 없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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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
2006.12.13 01:14:27 *.75.166.98
아픈 글을 보면 ?D 번이고 들락날락 하면서 댓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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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
2006.12.13 23:19:43 *.103.178.61
휴식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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