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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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일상. 일상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반갑게 들리는 날이 다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차례 커다란 폭풍우가 몰아치고 난 후 술을 마셔보기도 하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어 보기도 하고, 또 침묵을 지켜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딱히 내 마음을 다스릴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대학 후배와 메신저로 채팅을 하게 되었다. 그 후배는 대학 때부터 줄곧 방송부에 있었고, 방송이나 영화 쪽 일을 희망헀었고, 아니나다를까 지금 유명 영화사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충무로를 이끌어가는 차세대 일꾼이다. 그 친구에게 그간의 나의 일을 이야기 했더니 그 친구 하는 말이,
"아- 형 그랬구나. 그래도 참 부럽다. 글을 쓰겠다는 열정도 부럽고, 순수하게 공모전에 내보내서 정정당당하게 겨뤄보겠다는 것도 그렇고, 평론가로 데뷔하겠다는 점도 그렇고. 참 대단하다 대단해.”
라며 누그러진 나를 조금 추켜 세워주었다.
“그런데, 어쨌거나 결과를 알았지만 너무 허무하고, 배신감도 느끼고, 무엇보다도 내가 이제껏 보냈던 시간이 너무 아까운걸 어떻하지?”
라며 내 마음에 담아두었던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되었다. 그랬더니 대뜸 후배 하는 말이,
“그래? 영화로 받은 스트레스는 영화로 풀어야지.” 하면서,
“좋은 영화 한편 봐봐.” 라며 최근 본 몇 가지 영화를 추천해 주었다.
아는 사람은 다 알테지만, 내가 요즘 영화를 볼 만한 상황이 되질 않는다. 고3 수험생을 방불케 하는 ‘어른 수험생’을 모시고 계시니 집에서 한가하게 비디오를 본다는 것도 그렇고, 더군다나 극장은 꿈도 못꾸는 소리이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최근 컨텐츠를 제공하는 각 신문사 사이트에서 무료 온라인 영화를 상영하는 사이트를 찾아 갔다. 다행히 내가 구독하는 신문 사이트에도 그런 서비스가 가능해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내가 본 영화는 사실 책으로 먼저 읽었기 때문에 스토리는 미리 알고 있었다. 또 남녀 주인공들도 연기력 보다는 광고를 통해서 유명해진 아이돌 스타들여서 그들의 연기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남들이 다 퇴근한 연말의 텅 빈 사무실에서, 30이 넘은 남자가 모니터 앞에서 영화를 보면서 질질 짠다- 정말 가관이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이야기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내가 딱 그랬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영화에서 신파에 멜로를 적당히 버무린 금요일 저녁때 TV에서 했던 ‘베스트셀러 극장’ 같은 영화가, 적어도 나에게는, 감동과 감동, 순수와 순수를 더해 주는 조그마한 기폭제가 된 것이다.
한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몇 번인지 셀 수도 없이 많이 코를 팽- 팽- 하고 풀어댔다. 적어도 두루마리 휴지 한 통은 다 썼을 것이다. 그 영화가 슬퍼서라기 보다는, 보이지 않은 무의식에서부터 어딘가에 기대어 펑펑 울고싶은 감정이 나를 조정했는지도 모른다. 사실 영화 자체는 좀 싱겁고 맹맹했다. 그러나 다 그런 것이 아닌가. 어짜피 영화라는 매체가 모두 다에게 같은 식의 감동을 요구할 수는 없다. 비슷한 경험과 상황을 지닌 사람에게는 다가가는 감동의 울림도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다. 비록 영화 자체는 나와는 먼 이야기 일수 있었으나, 어딘가에 기대어 울고 싶었던 나에게, 누군가에게 하소연 해도 풀리지 않은 응어리 진 나의 마음이 시와 때를 만나 펑펑 울게 만든 것이다. 그렇게 한동안 모니터앞에서 울고나니 정말 나도 모르는 새 푹 풀어진 느낌이었다. 그 느낌은 마치 식은땀을 흘리며 끙끙 앓다가 일어났을 때 정신은 아직 몽롱하지만, 몸은 가뿐하게 풀린 것과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이제 자리를 수습하고 집으로 향하려 하는 길에 핸드폰의 벨이 울렸다. 집사람이었다. 지금 어디냐는 집사람의 질문에 채 아직도 잠겨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 아직 지금 회사야. 중요한 회의가 있었거든. 지금 출발해. 금방 갈 께.”
나는 타고난 거짓말쟁이인가 보다.
IP *.153.215.61
일상. 일상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반갑게 들리는 날이 다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차례 커다란 폭풍우가 몰아치고 난 후 술을 마셔보기도 하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어 보기도 하고, 또 침묵을 지켜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딱히 내 마음을 다스릴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대학 후배와 메신저로 채팅을 하게 되었다. 그 후배는 대학 때부터 줄곧 방송부에 있었고, 방송이나 영화 쪽 일을 희망헀었고, 아니나다를까 지금 유명 영화사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충무로를 이끌어가는 차세대 일꾼이다. 그 친구에게 그간의 나의 일을 이야기 했더니 그 친구 하는 말이,
"아- 형 그랬구나. 그래도 참 부럽다. 글을 쓰겠다는 열정도 부럽고, 순수하게 공모전에 내보내서 정정당당하게 겨뤄보겠다는 것도 그렇고, 평론가로 데뷔하겠다는 점도 그렇고. 참 대단하다 대단해.”
라며 누그러진 나를 조금 추켜 세워주었다.
“그런데, 어쨌거나 결과를 알았지만 너무 허무하고, 배신감도 느끼고, 무엇보다도 내가 이제껏 보냈던 시간이 너무 아까운걸 어떻하지?”
라며 내 마음에 담아두었던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되었다. 그랬더니 대뜸 후배 하는 말이,
“그래? 영화로 받은 스트레스는 영화로 풀어야지.” 하면서,
“좋은 영화 한편 봐봐.” 라며 최근 본 몇 가지 영화를 추천해 주었다.
아는 사람은 다 알테지만, 내가 요즘 영화를 볼 만한 상황이 되질 않는다. 고3 수험생을 방불케 하는 ‘어른 수험생’을 모시고 계시니 집에서 한가하게 비디오를 본다는 것도 그렇고, 더군다나 극장은 꿈도 못꾸는 소리이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최근 컨텐츠를 제공하는 각 신문사 사이트에서 무료 온라인 영화를 상영하는 사이트를 찾아 갔다. 다행히 내가 구독하는 신문 사이트에도 그런 서비스가 가능해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내가 본 영화는 사실 책으로 먼저 읽었기 때문에 스토리는 미리 알고 있었다. 또 남녀 주인공들도 연기력 보다는 광고를 통해서 유명해진 아이돌 스타들여서 그들의 연기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남들이 다 퇴근한 연말의 텅 빈 사무실에서, 30이 넘은 남자가 모니터 앞에서 영화를 보면서 질질 짠다- 정말 가관이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이야기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내가 딱 그랬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영화에서 신파에 멜로를 적당히 버무린 금요일 저녁때 TV에서 했던 ‘베스트셀러 극장’ 같은 영화가, 적어도 나에게는, 감동과 감동, 순수와 순수를 더해 주는 조그마한 기폭제가 된 것이다.
한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몇 번인지 셀 수도 없이 많이 코를 팽- 팽- 하고 풀어댔다. 적어도 두루마리 휴지 한 통은 다 썼을 것이다. 그 영화가 슬퍼서라기 보다는, 보이지 않은 무의식에서부터 어딘가에 기대어 펑펑 울고싶은 감정이 나를 조정했는지도 모른다. 사실 영화 자체는 좀 싱겁고 맹맹했다. 그러나 다 그런 것이 아닌가. 어짜피 영화라는 매체가 모두 다에게 같은 식의 감동을 요구할 수는 없다. 비슷한 경험과 상황을 지닌 사람에게는 다가가는 감동의 울림도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다. 비록 영화 자체는 나와는 먼 이야기 일수 있었으나, 어딘가에 기대어 울고 싶었던 나에게, 누군가에게 하소연 해도 풀리지 않은 응어리 진 나의 마음이 시와 때를 만나 펑펑 울게 만든 것이다. 그렇게 한동안 모니터앞에서 울고나니 정말 나도 모르는 새 푹 풀어진 느낌이었다. 그 느낌은 마치 식은땀을 흘리며 끙끙 앓다가 일어났을 때 정신은 아직 몽롱하지만, 몸은 가뿐하게 풀린 것과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이제 자리를 수습하고 집으로 향하려 하는 길에 핸드폰의 벨이 울렸다. 집사람이었다. 지금 어디냐는 집사람의 질문에 채 아직도 잠겨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 아직 지금 회사야. 중요한 회의가 있었거든. 지금 출발해. 금방 갈 께.”
나는 타고난 거짓말쟁이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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