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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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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19일 14시 54분 등록
세상속으로...

1.

구멍난 여권을 바라보다
겉장을 열었을 때.

지난 날의 얼굴이 보이고

한 장을 더 넘겼을 때
‘이 여권은 유효기간 연장 불가’ 라는
도장이 기우뚱하게 찍혀 있다.

또 한 장을 더 넘기자
색깔 바래가는 커다란 네모 도장 안에는
‘기재여백 부족으로 재 발급’

그리고...
차르르 넘겨지는 구겨진 갈피 속에
빼곡히 들어 찬 도장들과 사증(visa)들은
지나버린 시간들처럼 여러 색깔을 하고
기억 속을 스치고 갔다.

틱!..
호치켓으로 찍힌 겹쳐진 더 지난 여권이 열리고
거기 또 하나 길쭉한 네모진 도장 안에
그렇게 쓰여 있다.

'VOID'

그렇게
취소되어버린 여권 마냥
‘무효’ 라는 도장 위로

나도 취소시켜버린 시간들 위에
도장을 찍었다.

‘FINISH'


2

빳빳한 여권을 바라보다
겉장을 열었을 때.

허옇게 세어버린 머리카락이
유난히 눈에 띄는 사진이 보이고

한 장을 넘겼을 때
돈 냄새나는 남대문과 다보탑이
음영으로 깔린 사증난 위에
깨끗한 공백이 열렸다.

또 한 장을 더 넘겼을 때
더욱 새 돈 냄새나는
중국비자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그리고
새 여권에 보딩패스와 줄국카드를 끼어
테이블위로 내밀었다.


‘삑,’ 하는 스캐너의 소리가 나자
출입국 관리소의 직원은
자판을 두들기고
흘끗 나를 쳐다보더니
‘쿵, 쿵!’ 도장을 찍고 나서
높다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끼워진 보딩패스 옆
텅 비어 있던 여백에 찍힌
타원의 파란 도장 안에
그렇게 새겨져 있다.

대한민국 IMMIGRATION
2007. JAN. 12

' DEPARTED'

나도 거기,
'출발'이라는 도장곁에
보이진 않지만 아주 확실한...
도장을 찍었다.

'REBIRTH'


그렇게 세상속으로
미제(未濟)의 삶을 열기위해
글로벌 명패를 걸었다.

' 백산 HanaHan '

***
새로 일을 시작하기 위해 한 족 6조의 도읍지
난징을 다녀 왔습니다.
IP *.75.16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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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2007.01.18 13:31:46 *.240.191.100
백산선생님의 섬세한 삶을 보게됩니다.
시처럼 써놓으니 우와하고 아름다운 걸요.
모이고 모이면 시집한권 되겠습니다.
세상속으로 세속으로 오심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속세의 많은 문제들을 쉽게 시처럼 풀어서 보여주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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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7.01.26 15:32:57 *.75.166.55
그냥 짤막한 이야기로.. 쓰다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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