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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26일 09시 53분 등록
‘ㄷ’자 인생-35

나는 스스로를 ‘ㄷ’자 인생이라 부른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예감을 갖고 산다. 이를 운명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운명은 개척할 수 있기에 더 좋은 ‘ㄷ’자 인생을 가꿀 것이라는 꿈을 품고 있다. 그럼 내가 왜 ‘ㄷ’자 인생인지 과거를 더듬어 이 글을 적어 본다.

나는 도씨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 많은 성(姓)중에서 도씨, 도가는 썩 좋은 성 같지는 않았다. 어릴 적 이 성으로 인해 좋지 않은 별명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나쁜 별명으로는 도망자, 도둑놈, 도깨비 등, 조금 괜찮다 싶은 별명은 도토리 정도다. 어쨌든 운명의 여신은 나를 도씨라는 바꿀 수 없는 가문의 자식으로 세상에 내보냈다. 아마 연예인이라면 예명을 써서라도 바꾸고 싶은 성이었건만 평범한 사회인의 하나가 되다 보니 여기까지 달고 다니게 되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 할 수 있다. 지난번 서 대원 선생님은 사람에게는 숙명과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말씀하셨는데 아마 성은 숙명에 해당될 것이다. 성은 감출 수는 있어도 바꿀 수는 없겠기 때문이다. 이토록 숙명적 만남인 ‘ㄷ’자 인생은 대학교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많은 대학 중에 어렵사리 입학한 것이 ‘동국대학교’였으니 참 재미있었다. 학과는 더욱 가관이었다. 당시 타 대학 법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도시행정학과’를 지원하게 되었다. 다소 어처구니없기는 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학과를 선택해서 제법 세부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의 발로였다. 그러나 이 초년생 학과는 나중에 정권의 칼날 앞에 폐과되는 비운을 맛본다. 아 그때 이토록 ‘ㄷ’자가 힘이 없던가하는 쓰라린 아픔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책읽기를 좋아했던 나에게 실력의 일천에도 불구하고 직장 운은 제법 쏠쏠했다. 우연히 치른 입사시험에 합격해 삼성에 다닐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접한 첫 직장이 아니 그 많은 계열사 중에 ‘동방생명’(현 삼성생명)이 아니던가. 운명도 기구하기 그지없다. 원하지 않았고 가고 싶지 않은 회사였건만(당시 나는 호텔신라, 에버랜드를 지원했다) ‘ㄷ’자가 나를 부른 것이다.

운명은 얄궂어 3년 반을 거친 후 이 직장을 떠났다. 사기업의 냉혹한 현실이 나를 등 돌리게 만들었다. 사기업에서의 나의 시험은 끝났기에 공기업을 기웃거렸다. 세 번에 거친 시험 끝에 합격의 영광(?)을 누린 곳이 바로 오늘날 내가 다니는 ‘대한주택공사’이다. 아니 이것도 ‘ㄷ’자로 시작되지 않는가. 참 이상하기도 했다. ‘ㄷ’자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내가 입사하면서 자기소개 때 일성이 너희들의 ‘도움의 명수’가 되겠다고 외쳤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이 마음을 간직하고 산다.

글자를 좋아하는 나는 ‘도’로 시작하는 단어의 이미지가 그다지 좋지 않음을 알면서도 미리 사람들에게 인생 ‘도우미’가 되겠다고 발 벗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이 좋은 의미를 품은 도우미가 오늘날 너무나 왜곡되어 안타깝다. 이를 뒤바꾸는 일도 내 과제의 하나가 될 것이다.

직장생활 20여년이 지난 지금 나는 ‘ㄷ’자가 끝없이 따라다님을 알게 되었다. 저 멀리 광주에 도착하여 내가 처음 맡은 업무가 놀랍게도 ‘도시정비팀’이다. 이 팀을 맡은 순간 나는 시골보다는 도시에 적합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어차피 ‘ㄷ’자 인생이라 생각하니 크게 마음을 먹기로 했다. ‘동방’의 기린아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대한민국’의 건아로 남자고 다짐했다.

변화경영연구소 소장님이신 구 본형 선생님도 은연중에 ‘ㄷ’자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 그 분의 비전에도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습니다.’에서 ‘돕습니다’가 이 비전의 압권이기 때문이다. 도와주는 일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아니 타인을 도와주는 일은 자신의 삶을 넓혀주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이나 지혜 같은 정신적인 것은 물론 금전 등 물질적인 모든 것을 남을 도우는 데 쓸 때 보람을 갖게 된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인간의 존재가치가 확연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나는 오늘 ‘ㄷ’자 인생을 마감하면서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을 도와주는 데 명수가 될 것’임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또 ‘다짐한다.’ 영원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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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1.26 10:26:55 *.70.72.121
아름다운 u턴이 생각나네요. 엄마 뱃속에서처럼.. 자신의 역량을 모두 모아 하나의 길로 들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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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7.01.26 13:26:25 *.81.62.246
명수님의 글자사랑은 정말 탄복할만 하군요. ^^
새 부임지에서 닷새를 보낸 소감이 어떠세요?
낯선 도시와 새 사무실과, 새로운 숙소에서 느끼는 것은,
친근감이 더 큰지 거부감이 더 큰지,
해방감도 있는지,
혹시 그 안에 가벼운 일탈에 대한 기대감을 끼워넣으셨는지,
지방근무 중에 지켜야 할 특별수칙은 있는지요.

아, 제가 명수님이 부러운가 봐요.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한다는 긴장감에 빠져있으니까,
기반을 갖춘 상황에서 적당한 도전을 주는 전근이라는
상황이 굉장히 부럽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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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수
2007.01.26 14:55:15 *.57.36.18
한선생님 잘들어가셨지요.

오늘 본사에 올라와 이 글을 올렸어요.
지방에 내려간지 겨우 나흘 흘렀내요.
사람사는 분위기는 모두 똑 같아요.

일탈의 미학을 즐기는 편이라
서먹서먹하지만 견딜만해요.
한선생님도 시골을 떠나 서울에서의
낯설은 생활을 시작하잖아요.

좋은 결실있기를 빕니다.

써니님은 늘 제글에 댓글을 달아주어 고맙게 생각합니다.
아직 역량이 축적되지 못해 아쉽지만
최선을 다해보려합니다. 앞으로도 끊임없는 지원을 바랍니다.

좋은 시간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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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1.26 19:29:52 *.166.1.111
광주! 谷元께서 남도로 가셨다. 남쪽에서는 제일 힘세고 강맹한 기운을 가진 고도로... 그속에서 여유를 찾고 아름다운 필설의 모양을 서울을 향해 쏘아 올 것이다.
"ㄷ"은 만상을 모우거나 가두어두는 "방"이라는 자다. 그래서 그 는 "字"를 모운다. 글짜의 사전이요, 최고의 글모음집이다. 그를 더욱 빛나게 경험하겠끔 빛의 도시로 그를 데려간 모양이다.

"由豫 大有德 勿疑 朋 합簪"
<그는 연하면서도 강한 계획을 가지고 대덕의 경지로 나아간다. 아무도 그가 성공함을 의심치 않는다. 마치 누예가 시간이 가면 비단을 만들어 아름다움을 보이는 것과 같이>

좋은 글과 멋진책을 만들어 휘둘려 보이세요! 그리고 작가로써 꼭 성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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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2007.01.26 21:38:55 *.56.43.185
'도우미'가 저 본연의 아름다운 '도움이'로 바뀌는 그날까지 도명수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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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원
2007.01.27 01:22:53 *.18.196.15
초아 선생님 안녕하셨어요

이제 광주에 간지 일주일 되었습니다.
아직 생소한 도시라 감이 잘 오지 않지만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경험과 사고의 깊이가 없어
모자라지만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남들에게 보일 좋은 책을 내고 싶습니다.

벌써 저의 스승이신 구본형 선생님은
14번째 책을 내셨어요. 정말 대단한 분이십니다.
아직 따라가려면 멀었지만 조급하지 않고
차근히 준비하렵니다.

어느 정도 안정되면 그곳 부산도
들리려 합니다.

그럼 다시 뵐날 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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