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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2일 13시 09분 등록
리더로 가는 길-36

머나먼 고향 길을 등지고 내려온 지 열흘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광주는 저에게 처음으로 접하는 외지입니다. 가족과 헤어지는 아픔도 있지만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맛보는 일탈의 기쁨도 없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새로움과 경이감을 품으며 변화의 세월을 구가해 볼 까합니다.

가지 않은 길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걸어온 조직생활이 어느덧 20년이 흐르면서 중간관리자라는 또 다른 세계를 접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미 관리자의 생활을 안 해 본 것은 아닙니다. 지난날 보험사에서 20여명의 주부를 거느려 보기도 했습니다. 10여 년 전 자회사에 발령받아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직장인으로서 조직에 걸 맞는 중간관리자로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오늘날 조직은 급격한 대외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개인뿐 만아니라 조직에게도 변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민간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공기업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미 과․부제를 팀제로 바꾼 지 오래입니다. 과거의 수직적 조직에서 오는 폐해를 없애고 신축적이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이루면서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수평적 조직이 팀제입니다. 이런 팀제의 수장을 맡게 된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제 제가 이끌 팀원이 12명에 이릅니다. 조직상 이 인원이 많은 것은 아닙니다. 어떤 팀은 40명에 이르는 곳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팀보다는 단출한 인원으로 팀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중간관리자로서 그리고 팀의 리더로서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지난날 리더에 대한 역할에 대해 수많은 학자나 경영자들이 언급하곤 했습니다. 권위적 리더에서부터 민주적 리더 그리고 오늘날 감성적 리더 혹은 서번트(섬김) 리더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지난 주 선생님의 14번째 저서인 ‘사람에게서 구하라’를 구입해 읽었습니다. 이 책의 주제도 동서양에 살았던 수많은 리더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과거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의 영웅호걸의 삶을 통해 오늘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발췌하여 선생님이 미래조직을 이끌 하이브리드 리더십과 인재경영 모델을 만들려는 시도였습니다.

여기서 하이브리드 리더십이란 과거와 현재의 리더십을 합친 제3의 리더십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리더가 가져야할 훌륭한 기질만을 모은 다른 차원의 리더십이라는 생각입니다. 어쨌든 리더가 되기 위한 자질은 수없이 많기에 자기를 표상하고 가치를 발휘할 자질함양은 매우 중요하며, 이를 토대로 세상에 실천하는 일은 더욱 중요합니다.

저는 리더의 자질을 리더(Leader)라는 글자 자체에서 구하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가 Leader는 Reader입니다. 책을 멀리하는 리더는 이미 리더로서의 자질을 갖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저자의 혼을 담은 것이기에 충분히 만나볼 가치가 있으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들며 오늘날 트렌드인 지식을 전달하는 훌륭한 반려자입니다. 리더는 스스로 발전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알고 있는 지식은 이제 더 이상 지식으로 머무르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그래서 리더는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하여야 하며 이를 충전해주는 가장 큰 지우(知友)는 바로 책이기에 늘 그들을 가까이 해야 합니다.

둘째는 철자에서 찾았습니다.

L : Listen 리더의 제1조건은 듣는 일입니다. 남의 말을 들을 줄 아는 사람만이 사람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말을 많이 했습니다. 이제부터 듣는 데 열중할 것입니다. 들어줄 줄 아는 사람만이 남을 포용할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E : Explain 설명할 수 있는 자질을 구비해야 합니다. 이를 깊게 풀이하면 자신의 영역에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데 필요한 기본지식 없이는 자신의 가치를 발휘할 수 없기에 맡은 바 업무나 자신을 나타낼 전문영역을 가꾸어야 합니다.

A : Assist 도와줄 줄 알아야 합니다.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도와주는 데 있음을 밝힌 바 있습니다. 저는 이름도 도와주는 데 명수로 되어있기에 리더와 결부되어 있지 않다하더라도 도와주는 데 신명을 다하려 합니다. 아름다운 삶은 도와주는 데 있으며 자신의 가치도 누군가의 도움을 통해 발현됨을 역사는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리더의 본질은 바로 도움에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D : Discuss 토론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서로의 지식을 교환하고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에 필요한 토론 능력이 필요합니다. 조직에서 우리는 토론하는 법을 잊기 쉽습니다. 막연하게 펼쳐진 회의시간의 낭비가 하루를 점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를 경계할 토론능력을 리더는 갖고 있어야 합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에 보다 효율적인 시간활용을 위해서도 리더는 토론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E : Evaluate 타인을 평가하는 능력을 소지해야 합니다. 리더는 보는 눈이 남달라야 합니다. 사람을 끌어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타인을 평가하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위대한 인물들의 용인술(用人術)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업적평가를 통한 차별적 대우가 동기부여의 핵심이기에 리더는 평가능력을 배양하는 데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R : Response 책임을 다하는 것입니다. 리더의 최후의 덕목은 자신이 이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책임질 수 있는 강한 소명의식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지난날 ‘돌격하라’는 외침이 난무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나를 따르라’입니다. 스스로 솔선수범하는 리더만이 많은 사람들이 따를 수 있는 리더입니다. 이런 리더의 본바탕에는 책임감이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끝까지 부하를 책임지는 리더는 앞으로 21세기 리더의 가장 핵심적인 자질이 될 것입니다.

철자를 통한 리더십이 전부일 수 없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 변하는 오늘의 급변하는 세태에서 리더십에 대한 이론도 고착될 수는 없습니다. 리더는 스스로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자신만의 리더십을 표상할 수 있는 자질을 끊임없이 체화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런 뜻에서 리더십의 하이브리드를 느낄 수 있는 선생님의 ‘사람에게서 구하라’를 적극 추천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21세기를 창조할 위대한 리더들이 이 한반도에 즐비하여 먼 훗날 많은 제현(諸賢)들이 책의 소재로 삼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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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2.02 13:44:00 *.145.79.74
곡원 선생!
이재 리더로써 나아가심을 진심으로 축하 합니다. 정말 훌륭한 리더쉽의 정리입니다. 그러면 동양적인 아니 주역에서의 리더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自上下下 - 내가 위에 있더라도 항상 아래 아래를 살펴라.
2. 木道乃行 - 모든이에게 곧고 굳센 신념을 보여라.
3. 日進无疆 - 일함에 신바람 나도록, 즐겁게 일에 임하도록 해야한다.
4. 中正有慶 - 중용의 덕을 쌓아야 경사가 있다.
5. 損上益下 - 위에서 조금 손해를 보고 아래가 이익을 얻어야한다.
6. 天施之生 其益无方 - 하늘과 땅이 그댈 도와야 만사가 吉하다.
7. 凡益之道 與時偕行 - 무릇 만상을 다 알아도 시기를 얻어야 한다.
8. 利涉大川 - 모험할 줄아는 용기가 성공을 이끈다.
9. 益 動而巽 ㅡ 매사의 이익은 바람이 불어야 한다
10. 利有攸往 _ 성취할수 있는 장소를 찾아라.
위의 가르침이 주역의 십익중 익의 장에 나오는 설명입니다.

그런 잡다한 문장보다 곡원선생의 천성적이 경영의 도가 더욱 빛을 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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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2.02 23:34:29 *.70.72.121
한 글자의 향연을 펼치시더니 낱자의 향연을 펼치시는 군요. 많은 공부와 사색하는 모습이 절로 느껴집니다. 저도 올해는 책을 많이 읽어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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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2007.02.02 23:52:27 *.116.34.157
나이들어 가족 두고 멀리 있으니 편치 않을 것이네. 부인 또한 걱정이 될 것이네. 그러나 매사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라네. 조용히 자신과 마주할 시간이 많을 것이니, 마흔 살 중후반에 그럴 수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라네. 정조가 승하한 것이 1800년이었으니. 그때 다산 선생의 나이가 아마 꼭 마흔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네. 귀양살이 18년 동안 500 여권의 책을 썼으니 그대 또한 강진과 멀지 않은 곳에서 가벼운 귀양생활 한다 여기시게. 마침 쓰고자 하는 책이 있으니 공을 드려 좋은 아이를 순산하기 바라네. 술은 너무 즐기지 말고, 가벼운 운동을 하여 건강을 잘 챙기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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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원
2007.02.03 05:21:51 *.18.196.30
초아 선생님 격려 감사드립니다.
내려간지 열흘이 흘렀건만
인사가 늦었습니다.

주역에서도 그토록 좋은 리더십내용이 있는줄
몰랐습니다. 반드시 참고하여 실천토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다시 집에 올라와 글로 답변하고 있지만
내려가면 전화드리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날들로 가득하길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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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수
2007.02.03 05:31:44 *.18.196.30
선생님 지금 제주도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옥동자를 순산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듯합니다.

광주에 와보니 의리파들이 즐비합니다.
또한 맛과 멋이 저를 반기고 있습니다.
주변에 좋은 풍광들도 저의 벗이 될 것입니다.

이 세 가지를 가지고 귀양을 즐기려 합니다.
선생님과 같은 옥동자가 될 수 없지만
첫아이를 갖는 기쁨으로 글을 써보려 합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술은 가급적 줄이면서 건강을
챙기겠습니다.

사모님을 비롯한 가정에 항상 화목과 행복이 가득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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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수
2007.02.03 05:38:23 *.18.196.30
보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는 그러나 감정의 끈이 연결되는
써니님은 누구일까?

항상 댓글로 인사하는 고운자세가 사람의 심금을 울린다.
언젠가 만날 날이 있을거라는 기대감을 부풀리며
고마움을 잊지 않으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날만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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