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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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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3일 06시 50분 등록
그동안 하던 일을 정리하면서 나와 함께 했던 아이들과 하나 둘씩 헤어지고 있다.
헤어지는 일은 늘 힘들다.
나는 이미 마음을 충분히 준비하고 말을 건네는데 콧끝이 찡하다.
아이들은 그저 무덤덤하다.

나는 내가 하던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학교 교사도 1년동안 아이를 지켜 보는 것이 전부이고
학원을 다녀도 한 아이를 몇 년씩 지속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우리일은 회원이 그만두거나, 교사가 그만두지 않는 한
한 아이와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다.
물론 5~6년씩 함께 하는 아이가 드문 건 사실이다.

내가 학습지일을 처음 시작하면서 만난 아이가 그때 7살이었는데 이제 5학년이 된다.
날마다 아침이면 그 녀석과 전화 통화를 하고
일주일에 한번 5년을 그집 방문을 하고...
집안의 사소한 일들까지 알게 되기도 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영어를 아주 잘 하는 아이들 - 혹은 영어에 큰 투자를 하는 부모들의 아이들은 삼사년이면 떠난다.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육년째 나랑 함께 하고 있고, 또 내가 그만두지 않는 한 절대로 그만두지 않을 아이들.
지난 겨울 방학 동안 괜시리 마음이 바빴던 건 조금이라도 이 아이들의 영어실력을 더 올려놓아야 한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지나서 생각하니 그럴 일도 아니었다.

또 한 녀석 때문에 마음이 짠하다.
겨우 일년여를 만난 녀석이다. 처음 무척 나를 힘들게 하더니, 지난 일년동안 내가 무척 마음을 다해 ( 교사로서의 보람을 느끼게 하는)정성을 기울였더니 이제 겨우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여전히 짖궂고 자신의 상처를 공격적으로 드러내긴 하지만 그간의 변화 또 내게 보이는 신뢰가 투명하다. 아직 내가 그만둔다는 말을 못했는데 그 녀석이 어떻게 느낄까 걱정이 된다. 이것도 내 괜한 걱정이려니 하면서도 또 괜한 걱정이지 않고 싶은 맘도 있다^^

그저 도구화된 영어를 가르치러 한주일에 한번 집을 방문하는 사람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일곱 살 녀석이 한해 한해 성장하는 모습을 곁에서 함께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사람이었기를 바란다.
이제 처음 시작하는 일을 통해 만날 아이들.
그 아이들 역시 새로운 출발지점에 서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떠나 학교에 입학을 한다.
나도 같은 지점에 서 있다.

방금 찾았다.
소장님의 책 “그대 스스로를 경영하라”에 -길을 떠날 때는 무릇 사무치는 바가 있어야 한다- 대목에 문학평론가 박명욱이 떠남에 대해 써 놓은 글 인용이 있다.
“무릇 사람이 날(出) 때는 마음에 사무치는 바가 있어야 한다. 맹랑하게 길 떠나는 사람이 많은 줄 알지만, 사무치지 않으면 그 떠남이 한낱 유람에 지나지 않을뿐더러, 남아 있는 사람들이 죄없이 모욕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장님의 글“우리는 잘 떠나야 한다. 절실할 때 매운 마음으로 떠나야 한다”가 그 다음 글귀이다.

떠남은 이미 진행되었다
이제 길을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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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2.04 08:56:27 *.72.153.164
사무치는 바가 있어야...
왠지 가슴이 짜~안 하네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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