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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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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5일 12시 09분 등록
느낌속에 흐르는 시간 4

‘만 가지를 보고 하나를 깨닫는 거나
하나를 보고 만 가지를 깨닫는 거나 같은 것이다.’

1.

반복의 지루함

‘너무 지겨워요...’
‘왜?’
‘매일 똑 같잖아요’
‘그건 생각이 단순해져서이다.’
‘ 아닌가요?’
‘감각, 그 ’느낌‘이란 문자나 말로는 완전하게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다.’
‘... ’
‘우리는 결코 동일한 동작을 수행할 수가 없다.
다만 우리가 유사성으로 인해서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
‘그래서 생각에 갖혀서는 안되는 것이다.’

생각은 감각을 규정지어 오래 기억하게 하고 되살릴 수 있지만 그것은 그 감각 그 자체를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지식에 의해 얻어지는 근사한 값에 불과한 것이다.
느낌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하지만 의식으로 되살리기에는 곤란한 점이 많다. 왜냐면 의식이란 항상 언어로서 사고하고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각을 통해 익히되 지적인 이해로서 보강하고 강화해야 한다. 감각적인 민감함이 없는 지적인 이해란 허상이며 수행에 장애가 된다.
‘몸으로 익히며 깨달은 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수행이 가능하지만 상상한 것들은 그것을 행동으로 대신해 줄 몸이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왜곡되기 쉽다.
사실들은 언어로서 상징적으로 대체되지만 후에는 언어가 행동이나 사실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빨간 색이 하나라면 실제로 빨간색은 여럿이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빨간 색은 하나고 하늘은 파랗고 산은 뽀족하거나 둥글다. 마찬가지로 네가 하는 동작도 하나로 보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
그러나 그러한 행동들은 언어에 갖혀 있기 때문에 동일한 것을 취급되어지고 지루함을 낳게 된다.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생각을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보라고 하는 것처럼 항상 현상적으로 실재하는 사실로부터 새로운 감각으로 사고하고 음미해야만 한다.
매일 아침에 우리가 보는 해가 같은 것일까? 아니면 같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매일 하는 세수가 그 물을 퍼 올리는 손의 힘이나 비누칠하는 강도나 횟수가 같을까?
물론 살아가면서 이런 것까지 새롭게 지각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런 사고 형태가 훈련이나 생활을 지루하게 만드는 것이다.
네가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면 그렇게 지루한 것 같은 반복들 속에서 섬세한 차이와 변화를 지각할 수 있어야 한다.

2.

자기 감각적 인식에 의한 지적이해

현상학과 인지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인본주의 심리학은 의식을 주체로 하는 개인을 초월한 영역 즉 초개인심리학을 태동하게 했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욕구의 5단계 이론을 제사한 머슬로우와 같은 사람이 이에 속한다. 초개인 심리학회의 편집장을 지냈던 존 웰버는 마음에 관한 여러 논문을 편집하여 ‘The Meeting of the ways’ 책을 펴냈다.
동양적 명상과 의식에 관한 심오함을 알고 있는 그는 서양의 심리학의 연구 태도를 보완할 동양심리학의 독특한 시각을 기술하면서 동양적 심리학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동양심리학은 근본적으로 직접 체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동양은 일반적으로 사변적인 철학화나 순수한 이론적인 토론을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다. ...(중략)지적 이해 그 자체가 무가치한 것은 아니나 자기인식 과정과의 관련 내에서만 중요한 것으로 간주된다. 개념들이란 생생한 체험의 미묘한 복잡성에 대한 감수성을 개발하자는 것이다. ...(중략)동양의 사상은 직관적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이것은 이론 체계 속에 들어 있는 다른 개념들이 아니라 실제 체험을 가리키는 것이다.‘

3.
습관영역 (habitual domain)

일반적으로 백수십억의 뇌세포의 10% 미만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 아인슈타인은 16% 정도를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생리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의 천재적인 수학적 재능이 뇌의 어느곳에 있는지 찾아내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밝혀진 사실은 뇌가 추상적인 신경망 구조를 형성 한다는 것이었다.
낮설고 새로운 과제를 수행할 때 뇌는 그 기능을 수행하기위해서 뇌의 많은 영역을 동원한다. 그리고 그러한 과제 수행이 반복될 때 뇌는 수행에 동원되는 기능들을 조직화하여 한 영역을 구성하고 그 영역만 작용하게 된다 그러한 영역을 구성하는 신경세포의 기능적인 요소들은 고유의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통합적으로 하나의 틀 안에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를 습관영역 (habitual domain)이라고 부른다.
습관영역은 에너지의 사용의 효율성과 기능수행의 효율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반면에 역기능으로서 유사하게 관주되는 것들은 모두 동일하게 취급함으로서 자극의 유사성 내의 차이나 변화를 지각하지 못한다.

4.

변화시킬 수 있는가? 조절할 수 있는가?

사람이 학습한 모든 패턴 (그것이 운동기술이든, 생활습관이든 신경생리학적으로는 동일한 것이다.)은 습관이다.
문화, 사회의 변화 속도와 다양성이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습관영역의 기능은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이 부각된다.
마치 초보적인 선수들이 수준 높은 상대의 기술적인 속임수에 속는 것과 같다. 초보자들은 유사한 기술의 차이를 감지하지 못한다.
때때로 인지적으로 충분히 이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듭 거듭 속거나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이러한 신체적이고 기능적인 수행능력과 사고와 판단과의 일치성이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행동들은 훨씬 더 다양하게 이러한 실천 과 사고 사이의 갈등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기능에 대한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은 생존에 대한 위협감, 감동적인 충격, 승리에 대한 절실함 등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외적인 동기 요인들이 사라지면 반응지속성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알콜 중독, 흡연, 폭력적인 공격성에서부터 언어적인 습관적 어투와 취미나 정서반응들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행동들은 일상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로 삶 전체에 지배적으로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병리적 상태에서부터 일상에 소소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작심삼일이나 건망증, 습관적으로 출근시간에 지각하는 것과 같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본질적으로 동일한 의미로 해석되어 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운동기술의 자동화는 3만 번 정도를 규준으로 보고 있다. 고도로 숙련된 선수들은 훨씬 더 강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무의식화된 기술적 패턴을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어렵다.
언어적 사고에 의한 행동의 수정은 행동의 실천 즉 습관화라는 뒷받침이 없을 경우에는 그 강도로 인하여 요요현상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습관의 수정은 사고의 교정보다는 행동의 수정이 더 효과적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할 많은 이유를 생각하는 것보다 알람이 울리면 무조건 일어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습관영역 또는 자동화(무의식)된 패턴은 의식의 지배밖에 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지각했을 때는 이미 늦는 경우가 많다
이성적 판단 혹은 의식적 사고가 정서적 감정들에게 항상 끌려 다니게 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화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는 이성적 판단은 항상 뒷전에 있다.

이러한 습관 행동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변화의 통로는 반복을 통한 자동화 즉 무의식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사람이 실패하는 이유는 새로운 습관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외부적인 자극의 강도가 높아 과거의 습관으로 회귀하는 즉 재발하는 성향 때문이다.

숙련된 선수나 경험이 풍부한 리더들은 이러한 습관들을 일시적으로 통제하고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 정치인이나 감독들의 자극적인 격려와 언변들처럼 훌륭한 리더들의 선동적인 웅변들이 그렇다.
고도의 전술들은 이러한 상황과 조건에 대한 습관의 강도를 선별적으로 그리고 임의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도 있다. 더 본질적이고 잠재적인 정서적 반응들을 상황이 주는 에너지와 일치시켜서 강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환경, 또는 상황이 주는 에너지가 사라지면 행동도 사라진다. 거리로 뛰쳐나온 열광하는 군중들이 시합이 주는 기대나 대리 만족이 사라지면 원상으로 복귀되는 것과 같다.


5.

전통적으로 무가(武家)에서는 의식과 신체를 일치시키는 훈련으로 궁극적인 목적과 상관없이 명상, 심법과 같은 정신영상화기법이나 기공, 만련 등을 통해 기능의 의식적 집중훈련 기법을 사용하여 왔다. 최근의 기법으로는 NLP(Neuro-linguistic programming)기법과 같은 루틴(routine)화 된 심리기술훈련과 같은 것이다.

전략이나 기술의 패턴 속에서 결함이 발생하면 개선책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새로운 형태를 구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의 패턴을 분리해서 취약점을 보강하는 것이다. 자동화 된 강도가 높을수록 후자는 더 많은 지식과 치밀하고 정교한 훈련을 요구한다. 그래서 때로는 습관을 개선하는 것 보다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을 배우거나 환경을 바꾸고 직장을 바꾸고 이혼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대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변화란 엄청난 충격과 대가를 요구하게 된다. 대다수의 선수에게 그것은 선수 생명을 건 모험이다.
다른 하나는 개선이다. 습관화된 기술패턴을 수정하는 것은 기술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높은 수준의 분석 능력과 정확하고 충분한 빈도의 반복이 요구된다. 개선에 대한 확신과 인내심 그리고 효과를 확인할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 때때로 감각적으로 민감하고 기본이 잘 되어 있을 경우에는 언어적 통찰 즉 인지적인 이해 만으로도 수정이 가능하기도 하다. 말 한마디에 모든 느낌이 새롭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들은 자기 감각적 기반위에서 가능하다. 체험의 느낌이 없는 음식의 맛을 상상해보라, 그 맛은 느끼고자하는 음식의 맛이 아니라 자신이 경험한 음식의 맛과 지식을 동원한 가상의 맛이다. 그것은 그 음식의 맛이 아니다. 행동은 거기다 보태어 추상적인 타이밍, 간격, 템포에 따른 감각적인 체험까지 요구한다. 그래서 신체훈련이 되어있지 않은 사람의 정신훈련(외공이 없는 내공)은 막연하고 모호한 것이다. .

6.
‘江山已改 本性難移’

재능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아주 아주 어려운 일이다.

‘ 재능을 바꿀 수 있습니까?’
‘ 검을 들고 있는 오랜 세월동안 가장 하기 싫어 했던 것은 뛰는 것이었다.
그러나 검을 들고 있는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 한 것도 뛰는 것이었다.‘
‘무의식의 변화, 감성의 변화란 너무 엄청난 대가를 요구합니다.’
‘당연하지, 운명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종이 한 장, 혹은 몇 장은 쉽게 찢기지만 책 한권이 되면 찢을 수 없다.
훈련일지 한 페이지는 별 것이 아니지만 30년을 쓰면 결코 별것이 아닌 것이 아니다’
탁월한 감각이란 그렇게 인내심을 갖고 일관되게 노력할 때 이루어진다.
‘습관을 바꿀려면은요? ’
‘그것의 방법은 같은 것이다.’
‘ 책 한 권을 한 번에 찢을 수는 없지만 한 장 한 장 찢다보면 모두 찢을 수 있다.’
‘ 머리 속의 분한 감정을 털어내는 것은 한 번에 끝나지 않지만 비우고 또 비우면 사라진다.’

‘할 수 있을까요?’
‘愚公移山’
어리석은 자가 산을 옮긴다고 했다
‘미련한 자가 산을 넘지만 넘으면 우둔함은 사라지고 어떻게 넘을 수 있었는지 (大道無門)을 알게 될 것이다.‘

많은 지식과 함께 깊은 사유를 하시는 스승님께서 중요하게 생각하신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다. 그러한 지식을 통해서 얻어지는 실천과 변함없는
일관된 삶을 위한깨달음이셨다.

열정은 되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행동을 되살리는 것이 열정을 되살리는 것이다.

열정을 지속시키는 것은 그 순간의 느낌이 아니라
그 느낌을 수행한 행동들의 반복이 주는 효과적인 결과의 지속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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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2.05 07:43:33 *.70.72.121
오늘 아침 행동치료 책 한 권 읽은 기분입니다. 늘 2번 읽어야 하는데, 어떨 때엔 그래도 어렵지만^^ 행동하지 않아서 열정이 살아나지 않았나 봅니다.

훈련하는 이들 잠깐 그려보게 되었는데 그들에게도 우리처럼 적어보게 하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적자생존!
적으면서 자신의 계획과 신념과 열정을 다듬어 갈 수 있다고요. 몸과 마음이 일체되어 하나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검을 든 선수나 일상의 우리나 모두 노력해야 하는 부분들 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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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7.02.05 23:55:18 *.75.166.55
써니님 열심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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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2.06 01:01:22 *.70.72.121
미련을 떨고 있습니다. 잘라 내기도 싫고 혹여 방치 했다가 더 악화될까 걱정도 되고요. 사실 달려있어도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지만 여전히 게으른 변명을 합니다. 언제나 이런 것들이 더 문제인 것 같아요. 꼴깍 숨넘어가게 아프던가 까무러치지 않고 스멀스멀 좀먹듯이 시나브로 잠식해 드는 게릴라 전법처럼 조금씩 죽여 주는 것. 진검의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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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7.02.06 04:57:04 *.75.166.55
마음이 몸을 아프게 하죠 저는 가끔 아침에 뭘 먹었는지도 기억을 못합니다. 어제는 까마득하죠... 생각나면 혼자 토하고 정리되면 (제 생각에 )글 쓰고 비워버리고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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