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백산
  • 조회 수 1598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07년 2월 17일 01시 32분 등록
1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어느 화가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미인의 초상을 그리기위해 고심하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는 가장 아름다운 눈, 최고로 아름다운 귀, 더없이 아름다운 코 등, 이렇게 얼굴을 구성하는 각각의 부분들을 모으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 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과연 그럴까?

선수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지만 때로 그 당시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많은 지시나 정보로 인해 혼란스럽다.

이것은 내가 인터뷰한 두 명의 실업팀 선수의 대화내용 중의 일부이다.

‘ 선생님도 ... 저는 펜싱을 잘 모른다고 생각을 하기때문에... 저는 항상 선생님 말도 다 맞으시고...(고민하는 표정) 그런데 렛슨을 하다보면 ..아 이게 막 안되고 그래요.. 힘들잖아요. 다 따라하기가... 솔직히 너무 힘들어요 똑같이 똑같이 할려면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거기서 아니라고 아니라고 계속 이렇게 말하면... 거기서 막 조절이 안되요 .. 아 .. (탄식) 이러면 안되는데 .. 계속 그렇게 되고 ...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지만...너무 힘들어요.’

‘ 정말 그랬어요 뛰다가 드미 팡(펜싱의 짧은 공격동작)을 한 번 하는데 그거 아니잖아! 하시면 놀래서 또 이렇게 뛰고 풋드웍 뛰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틀렸다고 하니까... 정말... 게임,... 전국체전에,... 혼란스러운 거예요 상대방의 실력이 (별 것도) 아닌데도... 너무 혼란스러워서 머리가 멍하면서 너무 단순해지는 거예요 사람이....’

나를 포함해서 가르치는 사람은 가끔씩 그런 우를 범한다.

2.
수퍼맨은 완벽하다 다만 영화 속에서 .... ..

책들이 가르쳐주고 있는 완전한 코치는 마치 화가의 잘못된 추리처럼 있을 수 없는 슈퍼맨을 그려 놓고 있는지 모른다.

훌륭한 코칭을 위해서 많은 책을 보고 강의를 듣고 자격증을 받았다.
리더쉽, 코칭, 교수모형, 교수방법론, 컨설팅, 사례연구, 상담기법들까지...
내 머리 속에는 온갖 장점으로 뭉쳐진 전지전능한 코치가 존재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어설프게 무언가를 주워듣고 실천하려고 했을 때,
이것은 이 법칙에 어긋나고 저것은 저래서 안 되고 ....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이 잘못되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나의 행동은, 나의 설명은 그렇게 수없이 많은 원리와 매카니즘에 의해서
부정되었다.

흔히들 그런 경험이 있다. 노력하면 할수록 외로워지고, 무언가에 대해 좀 더 알려고 배웠는데 결론은 더 모르겠다. 라는 생각만 남기는 경우가 있다. 잘하고 쉽게 하려고 배우는데 하면 할수록 더 일들은 복잡해지고 어려워진다.

적절하지 않은 학습은 할수록 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을 부정적으로 만들고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게 할 수 있다.

선수들도 그랬으리라...

3.
‘절대’라고 말하지 말라 우리는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하지 못하다.

우리가 단상위에 세우고 벽에 부쳐 놓거나 그리고 컴퓨터에 깔아 놓고 모시는 원리나 법칙들은 태생 자체가 완벽 하지 않다.
이론 물리학자들은 실험실로 부터의 깔끔한 데이터를 기대한다. 엄격하게 변수를 제한하고 객관적인 관찰을 요구하지만 결과들은 충분히 ‘그랬다’라고 답하지 못한다.
우리는 원리나 법칙이 ‘절대’라고 대답할 수 없는 ‘거의 대부분’이라는 유의성 (의미가 있을 만큼 유효한)이나 상관관계의 효과크기 수준에서 만들어진 결과들을 근거로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간행동에 관한 원리와 법칙 방법들로 이루어진 시스템이나 메카니즘은 완전하지도 않으며 완전 할 수도 없고 완전해서도 안 된다. 불완전하면서도 균형을 이루고 있는 그 ‘있는 그대로’의 상태, 그렇게 인간은 본질적으로 모순이며 그래서 창조적이다.
그것이 생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이끌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가 입는 청바지를 자신도 입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자신이 입은 청바지는 다른 사람이 입은 청바지와 다른 것이기를 또한 기대한다.

옷에 몸을 맞출 수 없듯이 우리는 단지 그것에 맞추어 행동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통해서 우리 자신의 개별적인 시스템과 메카니즘을 이해하자는 것이다. 자신에 맞는 옷을 찾자는 것이다. 아니면 맞추든지...

리더의 유형이나 특성들은 절대적인 기준으로 좋고 나쁨을 구분지어지지 않는다. 그럴 수 없다. 인간행동에 있어서 특성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인간 행동의 특성들은 기계적인 속성처럼 단지 기능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의 가치나 의미는 대상 또는 목적 그리고 다른 특성들과 협응하며 상호보완하는 성격, 개성, 취향과 같은 더 큰 구조의 요소로서 나타난다.
이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배우게 되면 망설이고 혼란스럽게 되고 배우지 않으면 알 수 없고 할 수 없게 된다.

4.

‘탁월함 은 완벽을 추구하지만 성실함은 가진 것들의 온전함을 균형 있게 개선한다.’


‘선생님, 이럴 땐 어떻게 해야되죠.. 아무리 해도 해도 안되는 데요... ’
‘ 그러면 하지 마, 아무리 해도 안되는 걸 왜 할려고 하니? ’
‘... 그러면 어떻게 해요? 선생님이 가르쳐 주셨는데... ’
‘ 그래도 안 돼잖아 ? ’
‘ 예’
‘그런데 왜... 안되는 건 안되는거야 ...’
‘그러면 어떻게 해요?’
‘ 놀아,,, 아니면 다른 거 하든지...’
‘다른거 ... 어떤거요..?’
‘니가 잘 할 수 있는 거. 아니면 하고 싶은거..’
‘전 이거 하고 싶어요! ’
‘안 된다면서... ’
‘하고 싶어요...잘 하고 싶어요 이거...’

‘... 그렇다면 안 되는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구나... ’

힘들어 하는 선수와 그렇게 이야기 나누었다.

5.

안 되는 이유


‘군사부 일체’ 라는 한국의 문화와 전통적인 관습은 코치들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 했다.
그러한 권한이 탁월한 결과를 낳기도 하지만 때때로 부당한, 무성의한, 그리고 태만한 행동을 조장하기도 한다.
관계중심의 한국문화에서 리더나 코치들은 조직원이나 선수들이 결코 동등한 입장에서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즉 아무도 자신에게 진실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있으며 자신에 대해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자칫 잘못하면 가식과 허구로 가득 차기 쉬운 관계중심 문화의 치명적인 결함이다. 맹목적인 위계, 예의로 위장한 형식적인 겸손, 억지춘향이 식의 조화, 그런 것들은 리더나 코치를 눈 뜬 장님으로 만들게 한다.

한국의 코치나 지도자는 선수에게 기술적인 것을 가르치는 것 이외에도 생활을 관리해야 하며 팀 들간의 복잡한 갈등과 이해관계와 소속팀의 상사들과의 인간 관계에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거기다가 경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올림픽 이후 정보가 개방되고 세계화된 사회에서 기술과 전략들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변화해 왔다. 그에 반해 대부분의 지도자들의 삶의 조건이나 학습여건은 이런 변화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 변화였을 뿐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조건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용납해 주지도 않는다.
사정을 이해주는 것과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6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절대’ 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래 동안 선수들을 가르치는 중에 문제가 생길 때 생각하는 원칙이 있다.
내가 무언가를 잘못 알고 있든지 아니면 잘못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하나는 문제 해결방법 즉 가르치고자 하는 기술의 메카니즘 자체가 잘 못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목표설정이 잘못된 것이다. 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과 학습자의 학습능력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적절하지 못한 것이다.

이선수의 문제는 지도자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 혹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관계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일 수 있다. 다른 한 편으로 설정된 목표에 대한 적절한 학습과정을 부여받지 못하거나 학습자가 찾아내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는 대부분 학습자가 스스로 개선하기 어렵다. 그리고 학습자가 잘 알아서 할 수 있다면 코치나 지도자가 필요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모두 지도자의 문제로만 귀결되어서도 안된다. 지도자는 전지전능하지 않다.
다만 지도자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왜냐면 문제를 진단하고 방법을 마련하는 것은 지도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문제해결을 위해 선수가 전력투구하여 최선을 다해도 할 수 없다면 그것은 선수가 바보 멍청이고 소질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도자가 방법과 목표를 잘못 설정한 것이다.

7

옳은 방법론

‘얼마나 합리적이고 체계적인가? 완벽하지 않은가?
그러니 나의 문제는 아니다. ’

‘완벽하다고?..너의 문제가 아니라고...’

“그럼, 문제가 있는가? ”

“있다.‘

‘뭐냐?’

‘당신은 완벽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 ’

“그런데 당신은 완벽을 논할 수 있는가?‘

예수께서 그러셨다.

‘맹세하지 말라’

8.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대학들이나 사교육 단체들을 보면서 왜 대원군이 600개가 넘은 서원들을 철폐시키며 ‘공자님이 와도 안 된다’고 했는지 이해 할만하다.

대부분의 원리나 법칙들은 완벽하게 정립되어 있다. 자연의 물리적인 현상이라면 그 변수나 확률에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에 관한한 아닐 것이다.

정보화시대 지식 경제의 최악은 너무 많이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것 하나도 실천할 만큼 깊이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보의 부재를 겪고 있는 것이다.
온갖 기술과 전술들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데 어느 것 하나도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행동이란 행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코치의 설명이나 조언과 같은 간접 정보들은 자기 감각적으로 경험하고 인식되어 질 때만 의미가 발생한다.
정보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선수다 그가
아무리해도 안되는데 ... 어떻하라고...

생각해 보라 !

누구든지 잘하는 것이 있고 어떤 사람이라도 안 되는게 있는 법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는 것을 강요하는 것은 가장 큰 죄악이다.
할 수 있는 것을 가르치든지 아니면 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어야 한다.




IP *.75.166.55

프로필 이미지
초아
2007.02.17 09:12:52 *.166.32.42
백산선생!
나는 운동이든, 글쓰기 이든, 무었이든 간에 많이 익히고 철저하게 잊어버려라 하는 것이 모든 것의 진리라 생각합니다. 잊어버리고 자신의 몸과 정신속에서 새로이 표출되는 것이 자신이 가질수 있는 최고의 능력이라고 고집합니다.

골프의 역사를 봅시다. 아놀드 파머(점의 스윙)-짹 니크라우스(선의스윙)-닉 팔도(스윙머신)-타이거 우즈(강력한 내적의힘의 표출). 이렇게 언제나 최고는 옛것을 버리고 자신의 내부에서 나오는 천부적인 힘과 코치의 가르침이 새로운 영역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련지요.

최소한 펜싱에서는 최고이신 분한테 실례를 범한 건 아닌지 모르갰습니다. 항상 꾸준한 자기 영역에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이 정말 좋습니다. 건투를....

프로필 이미지
백산
2007.02.17 18:28:17 *.75.166.55
초아선생님 말씀이 옳습니다.
요즈음 스포츠 과학에서는 그것은 직접지각(direct perception)이라고 합니다.의식은 사고과정을 필요로 하고 기억을 동원하고 시간을 필요로 하거든요,,, 몸은 감각기억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어서 성실하게 훈련한 사람은 의식이 방해하지 않는한 충분히 잘 수행할 수가 있습니다.

'철저하게 잊어버리는 것,,,' 일반적으로 생각을 멈추는 것이죠. 어렵고 간단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심리기술중에 '사고정지'라는 기법들이 많이 있습니다.

세상엔 스승님과 초아선생님 처럼 훌륭한 분이 계신 것처럼
검의 세계에도 위대한 지도자와 선수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저 그분들은 잘 흉내내거나 생각들을 빌려서
조금은 새롭게 해보기위해 성실해야 한다고 생각할 따름입니다.
항상 격려하고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