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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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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21일 08시 52분 등록
신문에서 내가 빼놓지 않고 반드시 읽는 섹션은 바로 ‘북섹션’이다. 최근의 출판 동향도 알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간략한 소개까지 되어있어 굳이 책을 사지 않더라도 대략의 내용을 훓을 수 있고, 혹 읽은 책이 소개 될 경우에는 다시 한번 내용을 ‘복습’할 수 있는 효과도 주기 때문이다.

이번 주 조선일보 북 섹션에는 내가 아는 두 분의 책이 나란히 커버를 장식하고 있어서 기분이 묘했다.

먼저, 우리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 1기로 활동한 문요한 님의 신간 ‘굿바이 게으름’ 이라는 책이다. 사실 나는 문 연구원을 작년 연구원 송년회 때 처음 보았다. 변화경영연구소 웹사이트에서야 자주 보았지만, 그간 오프라인에서는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간 오프라인 모임에서 선생님을 통해서 문 연구원이 출판을 위한 책을 저술 하고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몰랐다. 만나본 문 연구원은 상당히 조용하고 과묵한 성격인 듯 했다. 송년에 했던 팟럭 (pot luck) 파티가 열린 시간과 출판이 된 시간을 역추적해 계산해 보면, 분명히 저자와 내가 만났던 시간에 이미 출판을 위한 탈고는 끝난 시간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의 책에 대해서 일절 어떤 힌트도 주지 않았다. 만약에 나라면 ‘제가요, 이번에 책을 썼는데요..’라며 자랑 반, 의견 수렴 반으로 한참을 떠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과묵함도 나의 수다를 이겨내지 못한 듯 했다. 정재엽의 장점이라면 어느 누구에게 놓아도 말을 걸 수 있는 뻔뻔스러움일 것이다. 그날 역시 나의 뻔뻔함으로 문 연구원에게 다가갔다. 나만의 착각이었을지 모르지만, 몇 마디 나누지 않았지만, 같은 연구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금새 친해 질 수 있었다. 나는 그와의 몇마디 사담만으로 금새 그의 책에 대한 진실성을 감지할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도, 책이 언제 출판될 지 몰랐지만, 조심스레 말을 아끼는 그의 모습에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의 책을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입했을 때, 무엇보다도 연구원 중 첫 번째로 책을 냈다는 사실이 한없이 부러웠다. 게다가 추천의 글에 애정 어린 구본형 선생님의 글까지 담겨있었으니 부러움은 두 배로 커졌다. 그 주 신문의 북섹션에 헤드라인으로 그의 책이 소개 된 것을 보았을 때, 나의 부러움은 세 배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었을 때, 나의 부러움은 하늘을 찔렀다.

북 섹션의 또 다른 면을 장식하고 있었던 한 명의 작가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한차현. 소개된 책은 ‘여관’이라는 책이다. 아직 그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 많이 않을 수도 있겠다. 사실 그와 나의 만남은 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처음으로 써 본 단편소설로 대학생 소설 응모전에서 ‘기적 같이’ 가작에 당선되었고, 그는 그 응모전에 응모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그에게 일종의 우월함 마저 가지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그는 이미 대학문학상의 수준을 넘어서서 그런 ‘시시한’ 응모전에는 응모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학 연합 문학 동아리를 통해서 그와 몇 번 자리를 함께 했고, 그는 의외로 나의 글을 높이 평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학 졸업 후, 그는 모 잡지사에 취직했다는 소식을 친구를 통해서 전해 들었고, 나는 한국어를 쓰는 것을 ‘불결한 것으로’ 간주하는 유학의 길을 떠났다. 그 후 그가 문예 동인지를 통해 등단했다는 말을 아는 선배를 통해 들었고, 한동안 그의 존재를 잊었다. 귀국한 나는 오히려 ‘교수님'들이 좋아할 만한 리포트 쓰기에 더 익숙해져 있었다.

내가 글쓰기를 그저 ‘당선’되기 위한 도구로서 활용했던 것에 비해, 그는 원고지 한 장, 한 장에 급여가 책정되는 힘든 길을 지속적으로 걸어가면서 결국엔 몇 편의 소설집을 내게 된 것이다. 나는 우리의 만남이 있은 후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서야 책 한권을 내려고 끙끙대며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그는 그간 그 나름의 소신을 지키며 한 우물을 파왔던 것이다.

아직 그의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신문에 난 기사를 보니 정말 ‘군침’이 뚝뚝 떨어질 듯 재미있을 것 같은 소설임에 틀림없다. 글쓰기의 길을 말없이 정진한 소설가 한차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제 3월이 되면 전체 연구원 모임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문요한 연구원에게 다가가 그가 저술한 책에 싸인을 부탁할 것이다. 그리고 내일은 동네 서점으로 달려가 한차현의 책 ‘여관’을 당장 구매해 읽어 볼 생각이다.

또 아는가.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그들’과 언젠가 같은 ‘저술가’로 어디선가 만나게 될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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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2.21 07:51:11 *.166.80.68
"아름다운 경쟁"

"比 吉 元筮 元永貞 无咎 不寧方來 後 夫 凶"
<경쟁이란 아름다운 것이다. 경쟁은 인간이 살아 있는 동안 영원히 계속되며 어떤 경우에도 허물이 없다. 그러나 경쟁자가 정정당당하지 않으면 아무리 높은 세력을 가진자라도 흉할 것이다.>
주역에서 비(比)라는 경쟁의 장의 서두의 구문입니다.

저술에는 두가지의 흐름이 있으니 하나는 쓰토리 전개와 글을 쓰는 기법일 것입니다. 글쓰기 기법은 학교에서 배우고 공부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두번째가 문제입니다. 그건 작가의 사상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의 사상이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을 때 작가로써 성공하는 것입니다. 글쓰는 기법은 선생님이 가르치지만 사상은 스스로 개척해야 합니다. 연구원의 필독서는 이런점을 중시하지 않았나 하는 저의 생각입니다.

인생은 길지도 않지만 그렇게 짧지도 않습니다. 많은 명상을 하시고 지금까지 배웠던 그리고 읽었던 지식을 모두 지워 버리십시요. 그러면 고정관념이라는 틀을 깨트리게 되면 새로운 자신의 길이 열릴 것입니다.

~버립시다. 그리고 다시 찾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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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엽
2007.02.22 17:56:32 *.153.212.81

언젠가 법정스님께서 '버리고 떠나기' 라는 책을 내셨지요.

그 제목에서 느껴지는 향기를 직감적으로 감지했습니다. 그러나 버리는 것도, 더군다나 떠나는 것도 쉽지 않은듯 합니다.

언젠가 버리고 떠날 수 있을지. 또 그런 날은 올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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