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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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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7일 17시 16분 등록

먼저 원잭은 하얀거탑의 열혈팬이자 주인공 장준혁에게 논리적 이유없이 감정이입이 되어 첫회부터 최종회를 앞둔 지금까지 모든 영광과 고난을 함께 해왔던 열성지지자임을 밝힌다. (원잭외에도 비슷한 형태로 장준혁을 심정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음을 여러가지 정황으로 느끼고 있음)

위와 같은 정체성(하얀거탑 시청자로서만 유효한)을 가진 원잭이 난데없이 장준혁의 아우라에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인기없는 '최도영'에 대한 변명에 나선건 '유부'님의 최근 관련글에서 이 캐릭터가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질타를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맥락으로 보자면 '유부'님의 글은 공감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최도영'을 포함해서 그쪽 사람들로 분류되는 캐릭터들의 행동과 속내에 대한 이해와 평가는 불충분하다는 것이 원잭의 생각이고, 이제부터 이들을 위한 역시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변명에 나서보려 한다. (이는 '최도영'에 대한 변명을 넘어 연출가와 작가에 대한 변명이 될 수도 있겠다)


'최도영식 상식'에 대한 이해

'최도영'은 용기있는 내부고발자이거나 휴머니즘을 온몸으로 불사르는 대단한 인도주의자라기보다는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최소한의 상식과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어하는 캐릭터로 보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하지 않을까.

그에게 장준혁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있는 외과의사이자 친구일 뿐이다. 그래서 일련의 불행한 사건속에서도 그가 줄기차게 그의 친구에게 기대하고 호소하는 것은 진실이나 정의와 같은 거창한 무엇이기 보다는 인간이라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상식을 깨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장준혁을 포함해서 '최도영'의 눈에 보이는 모든 이들은 인간적으로 안쓰러운 사람들이다. 그의 모든 행동은 이런 관점에서 보면 대단히 상식적인 것이 된다.

유가족이 안쓰러워 증언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스스로가 설정한 거짓의 늪에 빠져 진실을 부정하는 친구 장준혁의 모습에 안타깝고 괴롭다.

염동일이 거짓증언을 해도 안타깝고, 양심에 대한 가책으로 증언을 번복해도 역시 다른 이유로 안쓰럽고 스스로의 일처럼 아파하는 것이 '최도영'인 것이다.

자신의 현실적이지 못한 선택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결국 양보하는 아내에게 미안함과 안쓰러움에 흔들리기도 하고 할 말을 잃기도 하고, 증언문제로 자신을 찾아와 의견을 구하는 유미라 선생에게도 유가족과 친구 장준혁의 안쓰러운 모습이 동시에 떠올라 공허한 대답을 할 수 밖에 없는게 인간 '최도영'인 것이다.

'최도영'에게 자신이 감수해야 할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영향받는 지인들이 중요하며 걱정될 뿐이다. 그의 이 이타적인 특성에 장준혁과 같은 자신감과 열정까지 담겨져 있었다면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가 탄생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설정이야말로 앞서 이야기한 더 중요한 '최도영'의 정체성을 흔들리게 만들지 않았을까.


그들을 움직이게 한 것은?

유가족측 대리인을 맡은 김훈이라는 캐릭터는 일반적인 인권변호사로서의 특징과 더불어 최도영 그룹에서 가장 전략적이며 실용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또한 비장함이나 딱딱함보다는 가슴속의 진정성을 품고 있으면서도 여유있는 미소와 차분함을 가지고 있다.그를 움직이는 것은 아마도 돈이 아니라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이 아닐까. 그건 인간적인 보람일 수도 있고 의미있는 승소를 거두었을 때의 개인적인 성취감일 수도 있다.

장준혁 사건에 누구보다도 열성적인 이윤진의 동인에 대한 묘사가 다소 불충분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녀가 갑자기 시민운동가가 된 것이 아님은 충분히 알 수가 있으며, 김훈의 조력자 탐색 안테나에 그녀가 포착된 이후에 외롭게 투쟁하는 유가족, 인권변호사, 최도영 등에 대한 안타까움과 거대한 권력을 등에 업은 장준혁측에 대한 인간적 분노가 그녀 내부의 시민운동가적 DNA를 최대한 각성시킨 것은 아닐까.

유미라 선생의 증언이 실현되기까지의 과정은 '유부'님의 평가와는 달리, 대단히 설득력이 높다. 간호사이기 이전에 인간적으로 판결결과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기도 하고, 한때 몸담았던 조직원으로서 장준혁과의 개인적인 인간관계때문에 증언을 포기하거나,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장준혁 대리인들의 비정상적인 행태에 분노하는 모습에서 나라도 그럴 수 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장준혁을 응원하고 싶어도 최도영을 외면하지는 말자

이 드라마를 지켜보고 있는 원잭을 비롯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보다는 다른 이들의 마음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이 우직하긴 하지만 답답해 보이는 '최도영'보다 잘난 구석도 많아 보이고, 세련되고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자신의 야심과 욕망을 위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장준혁'에게 마음이 더 가는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장준혁을 심정적으로 응원하고 싶다고 해서, 최도영의 더 인간적이고 상식적인 행동에서 기인되는 자신감과 쿨함의 부족이나 전략과는 담쌓은 것처럼 보이는 우직한 접근방식에 지나칠 정도의 비난을 퍼붓거나 그를 외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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