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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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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12일 03시 10분 등록
- 역사와 사회 속의 개인 -

역사의 대상은 과거와 현재입니다. 어느 시대의 일면을 재해석하기도 하고 몇 세대의 흐름을 조망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경제나 문화 혹은 정치일 수도 있습니다. 사회를 크게 잘 보기 위해 돋보기를 가져가는 것일 수도 있고, 시대를 관통한 이념들의 흐름을 정리해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역사와 사회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그 무엇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몸담고 있는 큰 덩어리이자 거대한 조류입니다.

개인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역사나 사회는 어떤 의미일까요? 연구자나 학자들에게는 연구하고 성과를 내는 학문적 대상이며 지속적인 관심사이겠지만 아마도 일반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겁니다. 그들에게는 당장 오늘의 먹거리와 내일의 일거리가 걱정거리입니다. 어느 시대가 어떻게 재조명되던 그저 나와는 상관없는 먼 이야기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도 역사의 흐름과 사회와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습니다. 단지 보지 못하거나 보지 않을 뿐입니다.

우리가 매일 몸담고 있는 현재라는 시대를 잠깐 살펴봅시다. 실업률은 계속 올라가 떨어질 줄 모르고, 높은 실업률은 이제 언론의 기사거리도 못 됩니다. 물가는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으며, 집값은 끝을 모르고 오르고 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적정한 집값이 어느 정도인지 감도 잡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이입니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은 세계 증시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왜 일어나며,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저는 이것이 그저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세상에 ‘원래 그런 것’과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하게 설명할 수는 없어도 우연처럼 나타나는 것도 알고 보면 어떤 연결고리에 의해 나타난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한 계단 높이 올라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이는 것들도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살펴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저 ‘그런가보다’하는 태도를 접어두고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높은 물가와 실업률을 한탄하기 전에 그 이면에 무엇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찬찬히 뜯어보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수출 몇 억불 달성했다고 자축하기 전에 그것이 일시적인 성과는 아닌지를 가늠해봐야 합니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기 전에 독도 소유에 있어 우리가 어느 정도의 정당성을 획득하고 있는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대북지원 정책을 포함하여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해 찬반을 부르짖기 전에 세계와 시대의 흐름 속에서 해당 이슈를 다시 짚어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세계 패권주의가 얼마나 갈 지 예상해보고, 중국의 자신만만한 중화(中華)주의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정리해보는 것이 어떤 주장을 하기 전에 해야 할 일입니다.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요? 앞으로는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요? 어제 벌어진 그 일과 오늘 벌어지고 있는 이 일은 역사와 사회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요? 이 일들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제가 너무 거창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글을 읽는 이들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역사와 사회라는 거대한 담론으로 확대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질문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큰 질문을 품고 조금 확장된 시각으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 보는 것은 개인의 정신과 사고를 넓고 깊게 하는 데 분명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의 조류를 읽고,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치 있는 시도일 것입니다.

에릭 홉스봄은「미완의 시대」에서 20세기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습니다.
“20세기를 80년이 넘게 살다 보면 정치 권력과 제국, 제도가 얼마나 가변적인가를 저절로 배운다. 나는 식민지를 거느린 유럽의 제국들이, 특히......그 막강한 대영제국이 졸지에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세계의 강대국들이 마이너 리그로 강등당하는 것을, 천년은 갈 것처럼 보였던 독일 제국이 무너지고 영원할 것처럼 보였던 혁명 정권이 허물어지는 것을 보았다. ‘미국의 세기’가 끝나는 것을 내 눈으로 보게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 중에는 그것을 볼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도 과히 빗나간 예상은 아니리라.”

홉스봄은 90평생의 긴 시간동안 역사라는 조류를 통해 사회를 면면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수많은 변화의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저는 역사학자도 아니고 살아온 시간도 짧지만, 이제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있는 자리만 보지 말자. 내 주변만 보지 말자.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보자. 나는 일상을 걱정하는 개인이지만, 한편 역사의 한 페이지이고 사회의 한 얼굴이다. 하루에 한 발짝씩 떼어보자. 그렇게 넓어지고 깊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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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3.12 03:52:44 *.112.72.159
우리 민선이 고생 많았쪄?
ㅎㅎ 누나 강의 하는 것 처럼 글쓰네. 친근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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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7.03.12 21:17:22 *.99.84.60
같이 경쟁(?)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저도 미완의 시대를 읽으면서 지식인들의 사회와 역사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느껴졌습니다. 우리나라의 역사도 일본의 제국주의, 분단과 냉전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폭넓게 연구를 하신 분들이 드물어서 좀 속이 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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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정
2007.03.12 23:31:09 *.142.243.157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니,,,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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