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정선이
  • 조회 수 4195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07년 3월 12일 10시 06분 등록
어렸을 적 내가 무심히 따라 불렀던 노래 중에 ‘빨간마후라’와 ‘맹호부대 용사들’이란 것이 있다. 나는 단지 그 노래가 밝고 힘차고 멋있다고 생각했다. 동요보다도 먼저 그 노래를 배웠지 싶다. 나는 단지 너 댓살 정도의 어린 소녀에 불과했다. 새삼스런 마음에 장난삼아 불러보니 아직도 가사며 음정 박자 거의 정확하다. 엄마 아버지의 이름도 잘 몰랐을 내가 그때 배운 노래 제목이며 가사를 또렷하게 그리고 지금도 힘찬 리듬으로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기의 역사가 한 개인의 곁에 그렇게 사소하게 어쩌면 강렬하게 맞물려 붙어있을 수 있다 것을 나는 그때 전혀 몰랐다.

너 댓 살 정도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데 나는 항상 우리 집의 주인집 본체 3층 건물에서 별채인 우리 집을 내려다보며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노래 부르던 생각이 난다. 박정희 군사정부가 들어서고 얼마 안 있어 월남에 파병지원이 있었을 그 즈음 지금처럼 TV 하나 없던 그 시절에 그나마 네모나게 생긴 라디오가 있어 누가 부쳐놓았는지 모를 벽면의 영화배우 사진 밑에서, 오빠들이 방바닥에 배를 깔고 웅크리다시피 한 자세로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추던 생각이 간간히 나기는 하지만 내가 그 노래를 열창하게 된 이유가 어디 있을까? 그것은 순전히 나의 선택이라기보다 무심히 내 귀에 들려진 그래서 단순히 따라 부르게 되고 그러면서 익숙해지며 그냥 좋은 노래인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아무것도 거칠 것이 없는 오직 너 댓 살 소녀가 부르는 노래에 무슨 이유와 목적이 있었겠는가. 그냥 따라 부른 것이 전부였으리라. 그리고 그 사소함이 당연하게 기억의 한 부분을 점령하여 즐겁게 꽂힌, 그러나 한편 역사적으로는 시대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노래. 지구 한편에서 벌어지는 전쟁에서 기쁘게 살아 돌아 올 수만은 없었던 그러나 그렇더라도 개인으로서 피할 수도 없는.......

그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우리의 군인들에게 당위성을 주기위해 불리어 진 노래 “맹호부대용사들” (자유통일 위해서 조국을 지킵시다/ 조국의 이름으로 님들은 뽑혔으니/ 그 이름 맹호부대, 맹호부대 용사들아!/ 가시는 곳 월남 땅에 하늘은 멀더라도/ 한결같은 겨레의 마음은 님의 뒤를 따르리라)을 나는 그때 그 군인들이 부르는 소리를 접하면서 따라 부르게 되었으리라. 아직도 단지 철부지 소녀 적 기억에 힘입어 흥겹게(?)부르게 되는 이 노래의 이면에 지구촌 한편에서는 10년에 걸친 전쟁이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다시금 떠올리며 개인은 미처 인식조차 하지 못한 채 이념적 체제 속에서 무방비하게 혹은 무자비하게 노출되고 유린될 수도 있음을 생각게 보게 된다.

월남전의 그 긴박하고 치열한 상황을 알 수 있었다면 일반적 신나는 유행가를 부르듯 그렇게 즐겁게 따라 부르지만은 못했을 것이요, 내 가족의 참전이었다면 얼마나 두려울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만약 월남전에 파병되지 않았더라면 죽어가지 않았을 수 있었을 수많은 귀한 희생자들에 대해서도 연민이 간다. 미완의 시대 역사가 홉스봄의 공산당시절 당의 행동 강령을 따라 ‘우리는 당이 시키는 대로 했다. 당이 애인이자 배우자와 헤어지라고 하면 당원은 군말 없이 헤어졌다.’p227라는 부분과 ‘운명은 그처럼 무심코 내린 집안의 판단으로 결정된다.’p95에서의 경우처럼 무심코 내린 결정 하나가 역사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운명까지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이념적 갈등과 그로인해 유발되는 전쟁의 참혹한 여러 장면들이 이 노래의 이면을 들춰보게 된다. 이념과 사상이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그것을 표방하기 위해 무고한 선량한 시민이 무자비하게 희생이 되거나 한 개인의 무심한 결정이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개인으로서의 가치나 자기인식과 무관하게 유린되어서는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더욱 안 된다는 자각을 역사적 인식을 통해 다시금 새기게 된다.
IP *.70.72.121

프로필 이미지
이기찬
2007.03.14 02:46:11 *.140.145.63
아마도 그 시절을 떠올려 보면 많은 이들이 써니님과 비슷한 기억
들이 한 두개쯤은 있지 않을까 싶네요. 우리들이 인식하건 그렇지
못하건간에 역사는 우리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렇겠지요.. 그래도 우리가 새로운 눈을 뜬 상태에서 느끼는 역사의
반향은 다른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써니
2007.03.14 05:24:06 *.70.72.121
참.. 잠도 안 주무시고 .. 불면의 불멸의 밤을 지세우게 한 것은..
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어요. 저도 기원님께 도움이 ?瑛만
프로필 이미지
도명수
2007.03.18 10:02:59 *.18.196.32
연구원으로서 첫 출발을 축하드립니다. 이제 제가 댓글을 달기
시작하네요. 기부엔 테이크의 첫단추입니다.

맹호부대하니까 익숙한 이름이예요. 당시 부대이름들이
모두 용맹무쌍한 동물을 원용한 것이 많았어요.

군은 삶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지요. 그들이 없다면
늘 우리는 적에게 노출되어 먹이감으로 전락하곤하죠.

써니님의 첫글이 군의 노래부터 시작하는 것은 남성으로
살고픈 강한 욕망과 남을 돌보고 보호하겠다는 본능의
발로가 아닌가 합니다. 그 마음 산이 되어 세상을 밝히십시오.

늘 정진하시어 좋은 결실 맺기를 바랍니다.
써니님 화이팅!!!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