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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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절하지 않는 법에 대하여
‘누구누구가 변했어’라고 하는 말은 보통 이중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첫째로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그렇지만 누군가 긍정적으로 변화되었다는 표현은 일상에서는 잘 듣기 어렵다. 사람들이 남들의 험담하기를 좋아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만큼 긍정적인 변화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반증한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부정적인 의미로는 매우 빈번하게 사용된다. ‘승진하더니만 변했네. 돈 좀 벌더니만 변했네. 결혼하더니만 변했네. ...... 기타등등 등등등’
이번에 읽은 에릭 홉스봄의 “미완의 시대”를 통해서 건져 올린 것을 한가지만 말하라면 에릭 홉스봄이라는 사람이라고 하겠다. 그가 가장 끔찍하고 별스러운 한 세기라고 명명한 20세기를 온몸으로 부대끼며 살아오면서 교조주의적 공산주의자가 아닌 객관성을 지닌 공산주의자로 일관되게 살아왔다는 것 그 자체가 참으로 놀랍게 여겨졌다.
책을 읽으며 생각난 것은 북송 장기수들을 다큐멘터리로 엮은 “선택”이라는 영화이다. 박정희 등 독재정권 시대에 행해진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는 그 끔찍한 고문들 그리고 끈질긴 회유와 협박 등등에도 거의 반세기를 버텨낸 그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생각나는 사람은 2005년 8.15 민족대축전에서 만난 한 조총련계 할머니이다. 17살에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80세가 다된 2005년에야 다시 남조선땅을 밟아봤다고 하였다. 거의 한 세기의 3/4만에 왔다는 것이다. 경상남도 남해가 고향이라고 하는데 죽기 전까지 가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번에 통일대축전에 온 김에 고향으로 가는 여행을 신청하였는데 국가정보원에서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분은 매일 한국 조간신문 3종과 아침뉴스, 9시뉴스를 빠지지 않고 본다는 했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 빨갱이 할머니는 조국에 대한 지조와 사랑을 이야기 하면서 장기수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그런 무지비한 고문과 회유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던 힘이 어디에서 왔을까를 자신이 평양에서 장기수를 만났을 때 직접 질문했다고 했다. 답이 걸작이었다. “감옥의 조그만 창틀로 밤에는 별을 보며, 낮에는 꽃을 보며 장군님을 생각했다.”라는 답이었다. 나는 속으로 웃음이 났으나 할머니의 말은 엄청나게 진지했다. 나도 진지해 지지 않을 수 없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생각했다. 그리스도인이라고 자부하고 다니는 내가 그 할머니와 같은 그 장기수 할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그리스도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과연 그런 상황을 겪었을 때 목숨을 걸고 신앙을 지킬 수 있을까?
21세기를 살아가면서 내가 추구하는 자그마한 가치들을 지켜 나갈 수 있을까? 앞으로 본격적으로 펼쳐질 21세기는 에릭 홉스봄이 명명했던 “가장 별스럽고 끔찍한 한 세기”를 가볍게 뛰어넘는 힌 세기가 될 것으로 예견된다. 국지전쟁, 환경파괴, 양극화 등등으로 인한 고통이 개개인의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그것에 대응할 공동체 또는 조직은 20세기만도 못한 상태이다.
나는, 우리는 어떻게 21세기를 살아내야 할까? 정신 없는 직장일 가운데 잠시 뜬금 없는 고민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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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누구가 변했어’라고 하는 말은 보통 이중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첫째로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그렇지만 누군가 긍정적으로 변화되었다는 표현은 일상에서는 잘 듣기 어렵다. 사람들이 남들의 험담하기를 좋아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만큼 긍정적인 변화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반증한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부정적인 의미로는 매우 빈번하게 사용된다. ‘승진하더니만 변했네. 돈 좀 벌더니만 변했네. 결혼하더니만 변했네. ...... 기타등등 등등등’
이번에 읽은 에릭 홉스봄의 “미완의 시대”를 통해서 건져 올린 것을 한가지만 말하라면 에릭 홉스봄이라는 사람이라고 하겠다. 그가 가장 끔찍하고 별스러운 한 세기라고 명명한 20세기를 온몸으로 부대끼며 살아오면서 교조주의적 공산주의자가 아닌 객관성을 지닌 공산주의자로 일관되게 살아왔다는 것 그 자체가 참으로 놀랍게 여겨졌다.
책을 읽으며 생각난 것은 북송 장기수들을 다큐멘터리로 엮은 “선택”이라는 영화이다. 박정희 등 독재정권 시대에 행해진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는 그 끔찍한 고문들 그리고 끈질긴 회유와 협박 등등에도 거의 반세기를 버텨낸 그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생각나는 사람은 2005년 8.15 민족대축전에서 만난 한 조총련계 할머니이다. 17살에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80세가 다된 2005년에야 다시 남조선땅을 밟아봤다고 하였다. 거의 한 세기의 3/4만에 왔다는 것이다. 경상남도 남해가 고향이라고 하는데 죽기 전까지 가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번에 통일대축전에 온 김에 고향으로 가는 여행을 신청하였는데 국가정보원에서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분은 매일 한국 조간신문 3종과 아침뉴스, 9시뉴스를 빠지지 않고 본다는 했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 빨갱이 할머니는 조국에 대한 지조와 사랑을 이야기 하면서 장기수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그런 무지비한 고문과 회유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던 힘이 어디에서 왔을까를 자신이 평양에서 장기수를 만났을 때 직접 질문했다고 했다. 답이 걸작이었다. “감옥의 조그만 창틀로 밤에는 별을 보며, 낮에는 꽃을 보며 장군님을 생각했다.”라는 답이었다. 나는 속으로 웃음이 났으나 할머니의 말은 엄청나게 진지했다. 나도 진지해 지지 않을 수 없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생각했다. 그리스도인이라고 자부하고 다니는 내가 그 할머니와 같은 그 장기수 할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그리스도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과연 그런 상황을 겪었을 때 목숨을 걸고 신앙을 지킬 수 있을까?
21세기를 살아가면서 내가 추구하는 자그마한 가치들을 지켜 나갈 수 있을까? 앞으로 본격적으로 펼쳐질 21세기는 에릭 홉스봄이 명명했던 “가장 별스럽고 끔찍한 한 세기”를 가볍게 뛰어넘는 힌 세기가 될 것으로 예견된다. 국지전쟁, 환경파괴, 양극화 등등으로 인한 고통이 개개인의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그것에 대응할 공동체 또는 조직은 20세기만도 못한 상태이다.
나는, 우리는 어떻게 21세기를 살아내야 할까? 정신 없는 직장일 가운데 잠시 뜬금 없는 고민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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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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