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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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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13일 09시 59분 등록
위인전이나 자서전을 읽을 때마다 주인공의 여러 가지 면을 주의 깊게 관찰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늘 나를 사로잡는 것은 그들의 독서 편력이다. 지금까지 읽어본 모든 위인전과 자서전의 주인공들은 일평생 책을 열심히 읽었다. 일평생이 아닌 경우에는 수년 간 열렬히 독서했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탁월한 지성이 되기 위하여 독서 대학에 입학하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라고 믿는다. 사람들은 한국리더십센터(KLC)에서 배운 것이 꽤 많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의 스승은 KLC라기보다는 나의 집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이다. 물론, 회사로부터 배운 것도 많다. 하지만, 책에서 얻은 지식과 지혜의 크기에는 미치지 못한다.

나 같은 신출내기의 사례만으로는 주장에 힘이 실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한 언론으로부터 생존하고 있는 지식인 순위 1위로 선정된 노암 촘스키, 그리고 저명한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 마지막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자였던 마틴 루터 킹 목사님의 자서전을 통하여 독서의 힘을 한껏 주장하고자 한다. 이 독서의 힘은 다름 아닌 독학의 힘이다.

로버트 바스키가 쓴 노암 촘스키의 전기가 있다. 『촘스키, 끝없는 도전』이라는 제목의 책인데, 촘스키의 독서 생활에 관련된 구절을 인용해 본다.

"촘스키는 다른 무정부주의 서적들도 섭렵했다. (중략) 이 시기에 촘스키는 칼 리프크네히트, 로자 룩셈부르크, 카알 콜쉬 등을 비롯한 좌파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저서도 독파했다."(p.48)

“오크 레인 컨트리 데이 스쿨의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어느 특정한 교육기관이 촘스키 교육의 주요 원천이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어려서부터 그는 열정적으로 책을 읽었고 다양한 분야에 몰두했다. 그는 오스틴, 디킨즈, 도스토예프스키, 엘리어트, 하디, 위고, 톨스토이, 투르게네프, 트웨인, 졸라 등 (이하 생략)” (p.40)

노암 촘스키는 히브리어 성경과 19세기 히브리 르네상스기의 작품들까지 독파했다. 세계 최고의 지성이 연마되는 과정은 특별하지 않았다. 그저 책을 열심히 읽는 것이었다. 책에 푹 젖는 정도가 일반인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는 것이 남다른 점이다. 분명, 그의 지성은 정규 교육보다는 독서를 통한 독학에 더 큰 빚을 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기 작가도 주요 원천을 특정한 교육 기관으로 보지 않았다. 촘스키 자신도 학교의 주입식 교육이 독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를 막는다고 자신의 책에서 주장한다.

에릭 홉스봄은 더욱 선명하게 학교 교육의 유익과 독학의 힘을 저울질한다.

"내가 강의보다는 독학으로 배웠다는 것은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튼 배우기는 배웠다." (p.102)

"자연과학은 사정이 달랐지만 케임브리지 교육의 핵심은 매주 써내면 지도교수가 꼼꼼히 평가해 주던 에세이였고, 1학년 말과 3학년 말에 보는 두 번의 졸업 자격시험이었다. 강의는 덜 중요했다." (p.187)

"실력이 있는 학생은 한 시간 동안 따분한 강의를 듣는 것보다 근사한 칼리지 도서관, 학과 도서관, 중앙 도서관에서 한 시간 동안 책을 읽을 때 더 얻을 것이 많다는 사실을 금세 깨달았다. (중략) 우리는 다른 실력 있는 학생들과 토론을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p.187)

분명, 지성의 배움은 학교 교육에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다. 물론 학교 교육이 불필요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홉스봄도 “(학교는 그저 나 혼자 책을 읽는 서재와 다름없지만) 세일트메릴레본 그래머스쿨에 나는 큰 빚을 졌다”고 말하며 학교에서의 배움에 고마움을 표한다. 하지만, 그는 “확실히 나는 학교에서만 배운 것이 아니었다”고 언급했다. 이렇게 독학을 통하여 지적 거인이 될 사람들의 사례는 수없이 많다. 독학의 핵심은 독서의 기술이다.

책상에서 연구하는 학자들만 독서를 즐겨했던 것은 아니다. 귀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명장 강감찬 장군은 무인이기 전에 장원급제를 했던 문신이었다. 위대한 영혼 간디도 비폭력 운동을 하기 전에 영국에서 법학을 죽어라고 공부하였다. 이 사실은 간디가 인도에 계신 어머니께 썼던 편지들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위대한 인권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이 죽음을 무릅쓰고 자신의 할 일을 위하여 끝까지 투쟁할 수 있었던 것은 확고한 신념 때문이었고, 그 신념은 독서가 가져다 준 것이었다.

마틴 루터 킹 자서전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에는 그의 신념이 독서를 통하여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때부터 나는 사회악을 일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지적인 탐구를 시작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루소, 홉스, 벤담, 밀, 로크에 이르기까지 대사상가들의 사회학 이론과 윤리학 이론은 진지하게 공부했다.” (p.30)

결론으로 맺고 싶은 주장은 이렇다. Reader는 책벌레가 아니라, Leader가 된다. 세계를 구하는 혁신가가 된다. 시대의 양심을 지키는 지식인이 된다. 그러니, 세상을 해석하는 철학자가 되고 싶어도, 세상을 바꿔가는 혁신가가 되고 싶어도 책을 읽자! 지식인이 되고 싶어도, 리더가 되고 싶어도 책을 읽자! 식상한 주제이고 진부한 표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에는 놀라운 힘이 있다!
IP *.134.13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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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2007.03.13 09:10:01 *.133.120.2
저도 그 말을 제일 좋아하는데요...readers are leaders. 정말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덕분에 다시 한번 상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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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3.13 10:30:01 *.54.31.44
희석씨, 글 잘 읽었어요.
꼭 함께 붙어야 할 텐데. 우리 둘 중 한명이라도 탈락하면 합격한 사람이 자진해서 연구원 '연기'하는건 어때요? (우리 맘대로?) ㅋㅋ

희석씨가 워낙 다독가라 이미 읽어보셨으리라 생각되지만
혹시 '그리스인 조르바' 안읽어보셨으면 한 번 보세요. 생각할 거리들이 많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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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엽
2007.03.13 16:38:13 *.76.81.52
희석님-

한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구술문화가 만연한 우리나라의 경우에 희석님께서 주장하신 것처럼 책만 읽는다고 과연 leader가 될까 조금은 의문스럽습니다.

책에 대한 중요성은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도, 독서가 leader가 갖추어야 할 조건중에 하나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두가지가 서로 필요충분 관계인지는 아직 의문스럽습니다.

특히 이제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무언가를 알고 싶을때, 알고싶은 지식을 책에서 찾는것이 아니라, '지식검색창'을 통해서 얼마든지 서치해 낼 수 있으니깐요. 그런 비정상적인 복합문화가 형성되어있는 우리나라에서 과연 희석님의 논리가 가능할지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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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2007.03.14 21:16:33 *.67.52.204
<질문 있습니다.>
1.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할까요? 독서에 있어 양과 질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까요?
2. 읽으면 모든게 해결 되나요?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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