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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16일 22시 42분 등록
한국에서 일본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반드시 나오는 말이 다테마에(建前)와 혼네(本音)라는 말로, 일본사람들은 이중성이 있다, 또는 절대 속을 털어놓지 않으니 애매하다, 겉 다르고 속 다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먼저 다테마에(建前)란 속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도 겉으론 안 그런 척하며 듣기 좋게 하는 말로 어떤 의미에서는 예의를 갖춘 말, 또 어떤 의미에서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배려가 포함된 간접적 화법이다. 이에 반해 혼네(本音)란 진짜 속마음으로 호불호(好不好)가 명확해 생각하는 그대로 표현하는 화법으로 친한 사람끼리 주로 쓰지만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초면의 사람에게도 속에 있는 그대로 말하는 직설적인 화법이다.

그럼 생각해보자.
과연 한국에는 이러한 다테마에(建前)와 혼네(本音)가 없는가?
어쩌다 이 말이 일본인의 고유특성이 되어 버렸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 한국에도 엄연히 다테마에와 혼네가 존재하고 있다. 아니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존재한다고 확신한다.
이 말에 대해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보겠다.

만약 당신이 여자라면 뚱뚱하고 못생긴 남자와 처음 만나 대화한다고 가정해보자.
여: 뚱뚱하시네요. 다이어트 하셔야 되겠어요..
남: 아 네~. 그대도 만만치 않으신데요. 사돈 남 말 하시는 듯..

이러면 서로 기분이 어떻겠는가?
산전수전 공중전에 시가전까지 겪은 이라면 껄껄 웃어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분명 그들은 집에 가서 깨진 자존심을 라면에 말아먹고 있으리라.
그런데 만약 이 때 여자가 “풍채가 있어 보기 좋으시네요, 남자분들이 너무 마르면 매력 없지요” 이렇게 말했다면 남자는 긴가 민가 하면서도 그렇게까지 상처 받는 일은 없을 거란 이야기다.

또 다른 예로 비즈니스 영업현장에서 멀리 바다 건너서 온 금발의 외국인이 자기회사의 최신제품을 가지고 판매회사에 근무하는 당신을 방문했다고 치자.
외국인: 저희가 정말 심혈을 기울여 만든 기계입니다. 이 기계로 말할 것 같으면…..(운운)…당신네 회사에서 이 제품을 꼭 판매해 주셨으면 합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꾸벅.
한국인: 아 우리는 그런 거 안 합니다. 필요없어요. 돌아가세요!.

이렇게 말하겠는가?
당신이 진정한 영업맨이라면 절대 그렇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아 그래요, 좋은 제품인 것 같군요, 타당성을 검토해보고 나중에 연락 드리겠습니다.”
당신 회사의 컨셉과 맞지 않더라도 당신이 진정한 영업맨이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바로 이런 것이 다테마에(建前)와 혼네(本音)다.
한국에도 엄연히 살아 숨쉬고 있으며 현재 우리 주변에도 즐비한 게 이런 표현방법이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거절하는 화술이다.

나는 일본사람들의 특성으로 이 다테마에(建前)와 혼네(本音)라는 레테르를 달게 된 이유가 이런데 있다고 본다.
그들이 거절하는 말투를 곧이곧대로 한국어로 번역한다면,
“ 좋은 제품인 것 같습니다. 저희끼리는 결정하기 어려우니 돌아가서 상부와 검토해서 연락 드리겠습니다.”, 또는 “여기까지 와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관계부서와 협의 해 보겠습니다. 이런 대답이다.
이 말의 숨은 의미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NO란 표현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언어를 문법적으로 해석해 듣고 판단하지만 그 언어의 뒤에 숨겨져 있는 진의를 파악하지 못하고 달랑 한국어 해석에만 의존한다.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긍정적인 내용일수도 있지만 그들의 어법을 안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다.
해석하는 이가 문화적 배경을 모른 채 그저 문자만 해석하는 대표적인 경우로 만약 상대의 문화를 이해한다면 그런 선입관은 가지지 않으리라 본다.
역사도 그래왔지만 비극의 시작은 늘 서로의 오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사람도 마찬가지이지만 일본사람들도 서로 친해지면 다테마에(建前)와 혼네(本音)의 구별이 없어진다.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 할 때는 한국사람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스트레이트다.
오히려 이 쪽이 민망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간의 희로애락이 어느 나라 사람이라고 특별히 다르겠는가.

나는 다테마에(建前)와 혼네(本音)가 섞여있는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이며 배려이다.

“한국인은 길을 가다가 좀 부딪혀도 미안하다는 말을 잘하지 않는다. 그것은 무례한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 만난 그 수많은 사람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기 때문에 지켜야 할 예의도 없는 것이다. 그냥 그렇게 조금씩 부딪히며 섞이고 걷는 장소가 길인 것이다.” (코리아니티 경영.91p) 물론 저자는 관계중심의 한국인을 설명하고 있다.

당신이 명동 한 복판을 걷고 있는데 어떤 남자와 어깨를 세게 부딪혔다. 그것도 핸드백이 저만치 날라가고 몸이 넘어질 만큼의 충격이었는데 그 남자가 뒤도 안 돌아보고 그냥 가버린다.
기분이 어떻겠는가? 깨진 콤팩트를 주워 담는 여자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부디 저자의 인용글을 잘못 오해하지 말고 상대와 몸을 부딪혔을 때는 반드시 “아 미안합니다, 괜찮아요? 라고 물어 주길 바란다.
다른 각도(?)에서의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다.

IP *.48.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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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3.16 19:53:03 *.115.24.171
내가 사랑하고 마음에 담고 있는 사람에게 말이든 글이든 무척이나 조심한다. 혹시 나의 글이 마음에 상처나 입지나 않을 것인지, 그가 싫어하지나, 싫망하지나... 하면서 신경쓰인다. 나역시 덧글을 달면서도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다.

주역에서도 이런 부분의 장이 있으니...
"中孚 豚魚 吉"
<중부의 도리는 복어라야 길하다.>

믿음에는 좌부,중부,우부가 있다. 이념에도 우익과 좌익이 있듯이, 믿음도 좌(左) 중(中) 우(右)있지만 제일 원만한 것이 중의 도리이니 동양에서는 "중용의 도"라 한다. 중부란 중용의 도리와 사람을 뜻하니 제일 믿음으로 같이 살아가는 사람에게 주는 믿음의 도리 일 것이다.
이런 중부는 복어에 길하다 함은, 복어(豚魚)는 맹독성이 있는 물고기이다. 모든 이는 복어를 요리 할 때에는 무척이나 조심한다. 철저하게 내장을 없애고, 물고기의 몸속에 있는 핏줄하나 하나 섬세하게 씻는다. 그리고 먹고 난 후에도 혹시 중독이나 되질 않했는지 걱정한다. 그렇게 먹은 고기가 몸에는 무척 이롭다.
"정녕 깊은 믿음이 있는 사람에게(사물도 포함)는 복어를 요리 하듯이 조심하고 또 조심하여야 길하다"는 교훈이다.

당신은 아내에게, 자녀들에게, 스승님께, 친구들에게, 부모님께 매사를 조심하여 행동합니까? 믿는 사람에게 별로 생각 없는 말을하여 상처주지는 않는지요. 이를 경계하라는 것이 "중부 돈어 길"입니다.

향인씨가 아야기하는 <建前 本音>을 읽으면서 주역을 공부하여 2,30년이 지나 깨달은 구절이 생각나 덧글을 달아 본다.

* 향인씨! 홍대앞에서의 같이 마시던 맥주를 남해에서 연한 소주로 연이여, 꼭 연구원이 되어 욕지의 후속타를 사량도에서 입이 큰 아구와 함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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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2007.03.17 13:48:08 *.103.178.74
다테마에(建前)와 혼네(本音)의 의미를 잘 알겠습니다. 대인관계에 꼭 필요한 처세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걱정하는 그들의 이중성이라는 것은 결국 상대방에 대한 불신이 아닐까요?
'상호신뢰'가 인간관계에 있어서 수준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말을 전하는 사람은 만났던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를 잃지 않으면 되고, 또 신제품의 구매건은 상사와 의논하면 될 것 입니다.

외국인회사에서 비지니스 하는 香仁님은 우리나라의 문화를 그들에게 올바르게 전달하는 중요한 일을 하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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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03.18 05:03:27 *.74.127.219
초아샘, 드뎌 리뷰 올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밤을 꼴딱 새우고 말았네요. 격려 감사드리고 저에게는 혼네로 말씀하셔도 삐지지 않을테니 따끔한 말씀도 부탁드려요.

거인님 답글 감사해요. 잘 지내지시요?
언제 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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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찬
2007.03.19 01:03:48 *.140.145.63
글을 읽는내내 최근에 읽었던 컬처코드의 내용이 아른거렸는데..

어떤 의미에서건 부정적 해석이나 성급하고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는
피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사적 감정의 앙금이 아직도 우리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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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03.20 01:24:23 *.48.44.248
기찬님의 답글 정성이 감동스러워요.
격려 고맙고 그 마음도 고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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