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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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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18일 19시 37분 등록
<코리아니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2부의 2장 ‘직원을 기업가로 만들어라’였습니다. 구본형은 ‘1인 기업가’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1인 기업가’는 자신의 비즈니스를 경영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저자의 표현처럼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업을 경영하듯 스스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새로운 실험을 감행”합니다.

‘1인 기업가’는 업무보다 고객에 초점을 맞춥니다. 여기서 말하는 ‘고객’은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하고 사용하는 고객(외부 고객)과 회사 내부에서 자신의 서비스와 지원에 의존하는 구성원(내부 고객)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1인 기업가의 존재 이유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입니다. 훌륭한 1인 기업가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 현장에 적용하고 그 방법을 끊임없이 개선합니다.

저는 현재 제조 및 판매를 모두 수행하는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있습니다. 약 4년간 중국과 일본 고객을 상대로 하는 영업부서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다른 부서에 있지만 여전히 현지인들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고객을 만족시키는 방법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고민 해봤습니다. 우선, 고객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을테니까요. 저는 그 동안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고객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여 고객을 그룹핑하고, 각 그룹의 특성을 파악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그룹을 기억하기 쉽게 이미지화해보면 어떨까하고 생각했습니다. 한 그룹으로 묶인 고객들을 관통하는 특성을 이미지로 잡아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상대했던 고객, 그리고 현재 상대하고 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잡았습니다.

저의 외부 고객은 크게 중국과 일본 고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두 그룹의 특성을 간단히 스케치해보겠습니다.

중국 고객 : 중국 사람들은 명분보다 실리를 앞세우는 경향이 강합니다. <코리아니티>에서도 나온 내용이지만 실리 앞에서 ‘만만디’는 자취를 감춥니다. 겉으로는 ‘우리는 좋은 친구’ 같은 친화적 표현을 남발하지만 막상 이해관계에 얽히면 태도가 달라집니다. 주의할 점입니다. 그들은 화려하고 스케일이 크지만 세심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사소한 것을 크게 따지지 않습니다. 이는 여유와 융통성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그들은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편입니다. 한국인이 느끼는 자부심과는 다릅니다. 광대한 땅덩어리와 13억의 인구,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화교의 힘, 외교적 영향력에서 오는 여유이자 자부심입니다. 때로는 자만심에 가까운 호기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중국 내에서 여성의 지위는 대체로 한국보다 높습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비교적 높은 지위에 있는 중국 여성을 많이 만났습니다. 중국 사람들은‘여성은 하늘의 반쪽’이란 말을 종종 합니다.

저는 중국 사람들에게서 ‘여유로움’과 ‘조악함’을 동시에 느낍니다. 그리고 좀 유머스럽게 표현하면 ‘돈 세는 늑대’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일본 고객 : 일본인들은 절차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들의 절차는 세세하고 복잡하고 정형화되어 있습니다. 저 같은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까다롭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신규 고객을 발굴하거나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됩니다. 그들은 항상 웃습니다. 친절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곧 호의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면전에서는 친절하지만 뒤에서는 종종 다른 입장을 취합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요청이나 협조를 구할 때 ‘고객과의 장기적 협력관계’같은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지금의 일이 앞으로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암시입니다. 일본 기업의 조직 구조는은 계층적입니다. 상하관계가 엄격합니다. 제 경험을 보면 팀장급은 사원에게 마치 ‘아버지’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듯합니다.

저는 그들을 보며 ‘웃는 가면’과 ‘섬세함’, ‘딱 맞는 옷만 고집하는 사람’을 떠올립니다.

이제 저의 사내 고객을 살펴보겠습니다. 사내 고객을 그룹핑하는 것은 별로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제가 상대하는 부서들을 그룹이즈면 되니까요.

공장 : 저희 회사의 공장에서는 일부 사무직을 제외하고는 여성인력이 거의 없습니다. 상명 하달, 복종의 분위기가 다른 부문보다 강합니다. 장치 산업 특성상 중장비를 다루기 때문에 작은 부주의가 사고로 연결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공장 내의 직원들은 모두 같은 옷을 입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을 ‘작업복을 입은 군인’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연구 개발 부문 : 그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영업현장에서 느껴지는 긴박감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복장도 캐주얼하며 사용하는 언어도 공장이나 영업 부문과는 달라 보입니다. 저는 그들과 있으면 학교 안에 있는 듯 한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때때로 그들에게서 세상과의 거리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는 그들에게서 ‘교외의 유유자적함’을 느낍니다.

영업 : 영업부서는 외부 고객과 만나는 최접점입니다. 그들은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하는 동시에 자사의 이익을 지켜내야 합니다. 그들의 업무는 때를 놓치지 않는 타이밍이 요구됩니다. 대내외적으로 크고 작은 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빠른 판단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외모는 언제나 말끔해야 하고 뛰어난 언변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들에게서 ‘눈과 몸이 마음과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여우’의 이미지를 느낍니다.

이상이 저의 주요 고객에 대한 스케치이자 단상입니다. 외부 고객을 중국과 일본 고객으로 간단히 나눴는데, 사실 이런 분류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같은 중국 고객이라도 동일한 특징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앞으로 더 파고 다듬어야 할 부분입니다.

주요 고객을 분류하고 그들을 상징적인 표현으로 이미지화하는 것이 제게 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요? 우선, 저는 앞으로 고객을 대응할 때 해당 그룹에 대한 복잡한 정보들을 몇 가지 이미지로 간추릴 수 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방안 중 어떤 것이 고객의 선호에 맞는지 알기 쉬울 것이고 보다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입니다.

둘째로 신규 고객을 발굴할 때 고객 그룹핑과 이미지화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타겟으로 잡고 있는 고객이 어느 그룹에 속해 있다면, 그 그룹의 특성을 기반으로 고객 발굴 방안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미지화의 내용이 선입견으로 작용하여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경계할 부분입니다. 그룹핑과 이미지화는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수정하고 보완해야 합니다. 더 탄탄하고 정교해져야 합니다.

저는 <코리아니티>를 읽으면서 제 자신을 ‘피고용인’이 아닌 ‘1인 기업가’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제 상황에서 1인 기업가로 가는 첫 걸음으로 고객을 분류하고 이미지화하는 작업을 해봤습니다. 저의 이런 작업은 초보적이고 기본적인 것입니다. 제 생각만큼 글로 표현하기 어려웠고 결과 역시 미흡합니다. 다듬고 개선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사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올리기도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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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3.18 22:39:39 *.112.72.159
누나, 간절함이 전해져요.
'잘쓴글'과 '좋은글'은 다르죠.
고민한 흔적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좋은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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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7.03.19 00:38:35 *.102.142.177
와~호정언니, 글멋져요.
언니의 고민흔적이 잘 느껴지네요.
돈세는 늑대, 작업복 입은 군인...
언니가 이미지화 한 것들이 재밌네요. ^^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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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7.03.19 16:30:25 *.5.23.40
스스로에게 먼저 실험해 보라는 것을 실천하셨군요. 좋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고객그룹의 특징을 간결하면서도 명쾌하고 재미있게 표현
한 부분이 인상적이군요. 앞으로 늑대,군인,여우 고객들과 어떻게 관계
를 펼쳐 나갈지 궁금해지네요..

물리거나 군화발에 차이거나 사기당하는 일은 결단코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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