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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옹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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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18일 23시 50분 등록

귀자야,
넌 너무 제멋대로야.

약속시간에 20분 늦는 것쯤 미안해 하지도 않고,
바쁜데 전화해서는 뜬금없이 ‘기천문 배우러 가자’ ‘등산하러 가자’고 하고 말이야.
책을 보면서 갑자기 요가를 하질 않나,
같이 글 쓰다가도 몸을 베베꼬면서 다가와서는 잘 하고 있는 사람 방해하고,
이걸 하다가도 저걸 하고, 그러다가 어느새 또 다른 걸 하고..
옆에서 보면 산만하고 정신없어. 불안해서 집중이 안돼.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감정표현도 안하고,
전화할 때 자주 아무말 안해서 답답하게 하고.
뭘 어쩌라는 거야.

너 때문에 내가 어떻게 변했는 줄 아니?
겨우 20분 늦었다고 짜증내는 내가 한심스럽고, 유치하고
어디 가자고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내가
좋은 남자친구가 아니라는 자책감에 괴로워하고,
나는 하나 시작하면 그 일만 해야하는데 옆에서 자꾸 치근덕거리니까 속상하잖아.
너 때문에 내가 속좁은 남자가 되어버렸잖아.


그런데.. 아니야. 그런게 아니었구나.
그런줄로 알았지. 너는 산만하고 나는 속좁은줄 알았지.
귀자는 하나 제대로 집중을 못하는 사람이고 나는 마음 넓게 가질 수없는 사람인줄 알았어.

사부의 책을 읽다가 알았다.
한국도, 미국도, 그리고 일본도. 다 다르구나.

우리는 다르구나. 오직 다를 뿐이구나.
머릿속으로 알고 있던 것을 왜 이 책을 읽고서야 깨달았는지?

세상이 온통 개새끼 투성인 택시 기사 아저씨처럼
나도 서툴렀구나. 아주 조금 서툴렀구나.

나는 모르고 있었구나.
너는 내가 40분을 늦어도 여유있게 기다려 줄 사람이란 걸.
산만해 보이는 다양성이 너를 풍부하게 한다는 걸.
이것저것 관심을 두어 네가 진짜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탐색하고 있다는 걸.
감정 표현이 서툰게 아니라 내 마음 다칠까봐 조심스러워 한다는 것을.
너는 나와 다르고, 내가 조금 서툴렀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던 거구나.
그래서 누군가를 비난하고 있었지.
그것이 안으로 쏟아지면 자책이었고, 밖으로 넘어지면 비난이었지

나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구나.
너를 만난 후로 책을 다양하게 읽게 되었다는 걸.
삶을 풍부하게 즐기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는 걸.
다양한 문화와 생각들에 마음을 열고 다가갈 용기가 생겼다는 걸.
내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계획이 있을 때 잘하고, 너는 즉흥적으로 할 때 잘하는구나.
나는 급하고 가볍게 표현하고, 너는 천천히 깊게 하는구나.
나는 여행을 맛깔나게 기획할 수 있고, 너는 우리 여행에 빛나는 추억들을 많이 데려 올 수 있겠다.
나는 네 책의 목차를 깔끔하게 잡아줄 수 있고, 너는 내 글에 생명력을 줄 수 있겠다.

너로 더불어 내가 살고, 나로 더불어 네가 살고 있구나.
우리는 서로에게 줄 것이 충분한 사람들이구나.

앞으로는 네가 다르다는 것 인정할께..
마음 아파하거나, 짜증내지 않을께.
홈페이지에 들어오는 사람들 앞에서 공약해도 좋아.


IP *.112.7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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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윤
2007.03.18 23:32:20 *.254.151.8
아~ 너무 멋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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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자
2007.03.19 00:44:46 *.102.142.177
멋짐...감동...
오빠, 많이 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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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
2007.03.19 00:45:15 *.142.241.69
넘치는 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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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7.03.19 00:52:45 *.211.233.112
아마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배려해주고 가끔 상대방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하여 치루는 약간의 전투와 휴전, 그리고 다시 찾는 평화, 다시 전투..이 과정은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서 죽을때 까지 풀어나가야하는 즐거운 숙명인것 같은데, 지금도 아주 잘하고 있는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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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7.03.19 01:17:47 *.75.166.69
'아는 만큼 보인다' '보고 싶은 만큼 보인다.'
그리고 '믿는 만큼 보인다.'
그러나 믿음은 본능이 아니다.
훈련과 수양을 통해서 얻어지는 인간 최고의 산물이다.
이런 말들이 딱들어 맞는 예가 여기 있군....

생각 한 번 만 바꾸면 되는데...
그렇지만 그것이 죽는 만큼 힘들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르거든 ...
또 한 번 멋지다라고 말 할 수 밖에 ... ^^
아울러 멋진 사람을 알고 있다는 것으로 나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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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3.19 07:29:03 *.166.16.38
자넨!
이제 참사랑을 하는구나. 그건 다좋은데, 귀자에게 풍기는 매력이 적은 모양이다.
정말 남자가 멋 있으면, 여자가 먼저 와 기다리고, 사랑한다 앙탈을 내고, 같이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조금만 잘 해주면 감동하여 어쩔줄 모르고, 이런 상황이 되도록 향기를 만들고 멋진 남자가 되어야지...

그렇다고 억지로 그렇게 강요하거나 인위적인 방법은 서로를 괴롭게하고 뒤에는 사랑을 해친다. 너는 성숙한 남자의 멋을 만들고 귀자는 그런 너의 변화를 보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나는 원한다.

"乘馬班如 求婚구 往 吉 无不利"
<연애를 하고, 이를 성취하고, 둘이서 일생을 가니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있으랴.>

옹박아!
서둘지 마라. 여유를 가져라. 그리고 작은 일에 집착하지 마라.(귀자가 어쩌다 한번 늦는 일로 글까지 쓰는 것.) 그리고 여인의 잘못은 평상의 일로 담대해지는 남자의 멋, 그걸 키우거라...

*서툰 연애 부산에 있는 내가 걱정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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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동
2007.03.19 09:50:04 *.219.66.78
그저 웃을따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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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2007.03.19 10:16:27 *.111.247.32
ㅋㅋ... 나두 왜이리 계속 웃음이 나오니..^^
그리고 이곳에 이런글을 올리다니 정말 대단한 용기다.
난 못했을꺼야. 크크..
용기있는자. 옹박아.. 성찰의 끈을 놓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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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3.19 10:26:17 *.180.48.239
옹박, 귀자는 초아 선생님 말씀대로 목의 기운이 강한 사람이야.
나는 그말이 이렇게 들리더라. '사랑하면 사랑할 수록 날씬해지는 사람' 널 더욱 사랑할 수록 더욱 멋진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껄. 그리고 옹박 네가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으나 멋진 사람이 되어가겠지만.... 귀자는 너무 열심히 치열하게 세상을 살아서 그래서 아마 조금 더 마를것 같아. 그런 귀자를 네가 지켜줘야해. 귀자가 네게로 가서 쉴 쉬 있게 만들어줘야해.
귀자, 내가 이런말 했다고 삐지마. 내맘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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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7.03.19 16:44:04 *.5.23.40
세상에는 여러가지 형태의 사랑이 있는데.. 그 사랑마다 나름대로의
미학이 있는 것 같아. 이렇게 말하고 싶군. 옹박과 귀자가 보여주고 있
는 사랑은 신선하게 느껴지고 그 에너지로 다른 사람을 흐뭇하게 만들
고 있다고 말이야.. 고마우이.. 이 특별한 커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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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3.20 10:49:40 *.218.205.173
아.. 민망합니다.
댓글이 많아 일일이 답변을 못하겠네요. 다들 걱정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귀자의 '오빠, 많이 컸구나'에 충격을 금치 못하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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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7.03.22 00:42:56 *.152.82.31
이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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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3.22 10:43:48 *.218.205.173
에?
(일본영화 어리버리男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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