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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19일 10시 22분 등록
무르팍 도사를 아시나요? MBC 개그프로중에 ‘무릎팍도사’라는 코너가 있다. 그 프로는 스타 연예인이 출연하여 끊임없는 갈굼과 핍박을 당하는 코너이다. 시청자들은 아무 이유 없이,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웃고 즐기면 된다. ‘뭐 이런 소비적인 프로가 다있어’ 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 이유도, 생각도 없이 박장대소하는 소비적 인간에 나 또한 포함된다. 어제는 현재 미국에서 작곡가로 활동을 하고 있는 박진영이 나왔다. 그는 3일간의 한국여행을 엉뚱한 개그프로에서 갈굼을 당하는데 바쳤다. 하지만 소비적 웃음 안에는 박진영의 글로벌 경영의 알갱이들이 살아숨쉬고 있었다.

박진영의 미국도전기는 이렇다. 가수 비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 23번째 1위를 차지하던 어느 날, 그는 더 이상 한국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게 된다. 더 넓은 세계와 낯선 인연에 대한 갈증, 성실하게 꿈꾸어온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가슴에 품고, 안전지대를 벗어나 비안전지대로의 항해를 시작한다. 그는 기획사 사장으로 남부럽지 않은 부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회사 돈을 개인 활동에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아는 선배의 집에 얹혀살며 지하 음악실에서 작업을 하기 시작한다. 한국최고의 가수 혹은 작곡가가 아닌, 새로운 음악 세계를 꿈꾸는 순수한 청년으로 역행한 것이다. 그의 거꾸로 선 꿈은 한국인 ‘힙합’ 작곡가로 빌보드차트 10위권 진입이라는 성공을 이루어냈다.

그는 회사직원들과 한 가지 약속을 하고 항해를 떠났다. 성공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장기 목표가 아닌, 1년 안에 빌보드차트 10위안에 들겠다는 단기 목표를 약속으로 내걸었다. 시간과 물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 미국에서, 그들과의 약속은 그에게 몇 배의 노력과 실천을 이끌어내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그는 1년을 10년같이 살아내기 위하여 단기 전략 3가지를 짠다.

제일먼저 그는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JYP로 다시 태어난다. 그는 한국 최고의 작곡가라는 타이틀을 벗어버리고, 맨몸의 상태로 새로운 출발을 한다. 데모시디를 돌리면서 그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JYP라는 무명 작곡가의 연락처만 남겼다. 미국문화를 흉내 내는 어리숙한 아시아인이라는 언덕을, 아무 편견 없이 넘어서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힙합의 오리지널리티를 넘어 세계를 향해 가기 위한 실천의 시작이었다. JYP는 그가 세계적 기준과 그의 문화적 뿌리가 만나는 비밀의 숲이 되어 주었다.

두 번째는 데모시디를 들고 유명기획사를 두발로 직접 뛰며 찾아다닌 것이다. 몸이 고생하는 아주 단순하고 명료한 전략이었다. 기획사의 문턱은 높았다. 문턱을 넘기 위해 그가 선택한 아이디어는 안내데스크 직원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이었다. 그들에게 제일먼저 마음을 열었고, 음악을 선물 했다. 그들을 통해서 그의 음악이 자연스럽게 기획사의 심장 속으로 들어가 태풍의 눈이 되기를 원했다. 이것은 ‘관계’의 코리아니티를 이용하여 그가 창조해낸 새로운 파트너 쉽 이었다. 또한 데모시디를 들고 직접 기획사를 찾아다니는 민족은 한국 사람밖에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이동성’이라는 코리아니티로 차별화 마케팅에 성공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뿌리에서 흘러나오는 수액으로 그들의 동의를 얻어냈다. 사라질지도 모르는 낯선 다리를 건너 빛의 나무에 올라섰고, 달고 시원한 열매를 맺었다.

세 번째는 작곡가 JYP의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적극적으로 당당하고 뻔뻔하기로 결심한다. 미국의 대중문화는 영웅을 원한다. 타인이나 공동체에 대한 개인의 배려나 충성심은 중요하지 않다. 그가 경험한 관계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겸손함이라는 옷을 벗어던지고 당당함과 뻔뻔함이라는 외투를 걸쳤다. 외투를 걸치고 낯선 햇빛 아래를 걸어갈 때, 그를 가로막는 문화의 벽은 낮아졌다. 인간의 이기심은 훌륭한 자원이라는 아메리카리티를 수용하여 자신의 성장 엔진으로 활용하였다. 이것은 그의 내면에 이중적 가치의 공존과 상생의 힘, 코리아니티가 있기에 가능했다.

그의 전략과 코리아니티는 삶 속에, 일상 속에, 언제나 그의 골수 속에 출렁이고 있다. 세계인과 한국인의 경계에서, 오리지날리티와 모방의 경계에서, 낯설음과 익숙함의 경계에서, 전략과 실천의 경계에서, 내일의 불확실한 희망과 오늘의 확실한 절망 사이에서, 모순의 공존을 그대로 끌어안는다. JYP. 그는 모든 경계에서 살아 숨쉬는 개인 퓨젼 경영가다. 꿈의 지도위에 자신의 길을 만드는자. 그는 무한을 향해 스스로 열리는 꽃봉오리이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당신에게도 꿈이 남아 있습니까?’. 그는 작은 두 눈에 생이 담긴 눈물을 살짝 담아냈다. 앞으로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을 무대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살것이라며. 이제는 자신을 위해 작사 작곡을 하고, 자신을 위해 노래를 부르고, 자신을 위해 춤을 추고 싶다고 했다. 그의 몸은 땀구멍으로부터 꿈이란 꿈은 모두 새어나와 빛나는 밤하늘 같다. 밤하늘은 지상의 우리들에게 쇼를 선물한다. 나의 배고픈 감수성을 채워줄 그의 장미 빛 쇼를 기대한다. 우주의 모든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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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간디
2007.03.17 04:23:58 *.49.123.91
좋은 성공담 감사합니다. 제 홈피에도 담아 놓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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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3.17 06:42:37 *.145.80.50
"良馬逐 利艱貞 日閑輿衛 利有攸往"
<훌륭한 인재가 어려움을 헤치고 매일 매일 자기수련을 한다. 항상 그의 곁에는 글 쓸 준비가 되어 있으니...>

예리한 작가의 눈이다. 그리고 설득력이 충만하다. 글도 간결하면서 감동적이다. 아쉬운 점은 박진영의 팬 같은 느킴을 주는 글이라는 점이다. 작가는 냉정하여 그가 좋으면서도 좋은 것은 내심속에 숨겨두고 더욱 날카로운 붓을 휘둘러야 하는데...

점진적으로 혜안이 생기고 어름같은 냉정함을 갖출 것이다. 그댄 주역에서 이야기하는 良馬(훌륭한 인재)이니까. 오랜만에 속이 확 터지는 좋을 글을 읽었다.

언젠가 힘을 빼고 자연스런 글을 읽을수 있음을 기대하면서 행복한 아침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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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2007.03.18 12:11:41 *.103.132.133
마지막 단락은 제가 팬임을 밝히기 위해서 일부러 넣은것이에요.
솔직히 밝히고 싶었다고 해야할까요.
아직은 제가 냉정함을 가지는게 뭔가 아쉬운가봐요.
서서히 힘이 빠지고 자연스런 글을 쓰게 되겠죠.
감사해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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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찬
2007.03.19 01:15:20 *.140.145.63
멋진 코리아니티 사례를 건져 올리셨군요. 박진영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글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다른 이들은
몰라도 신해철에 대해서는 이런 느낌으로 글을 쓸 수 있을듯..

우리 탐미도 이 남자를 좋아하지요.. 섹시한 남자로 말입니다..ㅜㅜ

자신의 뿌리에서 흘러나오는 수액으로 그들의 동의를 얻어냈다.
이 문장 좋네요.. 소라님 팬 될 것 같은 예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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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7.03.19 03:07:39 *.102.142.177
흐흐
언니는 글을 몸으로 쓰네.
멋져. 멋진 표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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