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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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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19일 11시 46분 등록
보편성과 특수성

대학 1학때 전공과목인 형법 교수님은 아주 꼬장꼬장한 분이셨다. 그래서 강의 후 질문을 하라고 하면 질문을 하는 학생이 거의 없었다. 그런 교수님께 내가 단 한번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형법교과서에 나온 ‘온정주의’라는 표현 때문이었다. 그것은 법에서 단호히 배제되어야 할 것으로 설명되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온정주의’ 그 얼마나 아름다운 말이냐! 그런데 왜 법에서는 이런 온정주의라는 말을 쓰레기 보듯 해야 하는가 하는 심정이었던 것 같다. 교수님은 나의 질문에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이 답변하셨다.

이번에 읽은 ‘코리아니티’란 책에서 “특수주의의 전통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버린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아직도 중국의 판사들은 법을 추상적인 실체가 아니라, 각 개인에 따라 달리 적용해야 할 융통성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각 개인의 상황과 사연에 맞게 적용될 수 없는 법은 비인간적이며, 질서 유지의 훌륭한 수단이 절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법이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라는 부분을 읽었을 때 충격적이었다. 우리보다 훨씬 후진적인 사회라고 생각했던 중국의 법제 아래, 또한 공산주의 체제 아래 인간을 유물론적으로 파악하여 마구 총살시킨다는 중국에서 이런 표현이 나오다니.......
책을 읽으며 무릎을 쳤다. ‘그때 내가 생각했던 것이 틀린 생각만은 아니었구나’

법이 각 개인의 상황과 사연에 맞게 적용될 수 있어야 인간적이며 질서유지의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동양적 특수성에서 나온 발상이다. 우리 동양인들에게는 이러한 특수성이 마땅해 보인다. 이는 대륙법과 영미법이라는 서양의 법체계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생각이다. 각각 ‘법’이란 것이 나온 역사적 배경과 발전과정, 적용과정이 틀리기 때문이다.

반면에 중국에서는 사형이 매우 빈번히 행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국무부에서 발간하는 인권보고서에 인권탄압국으로 매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사형과 같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부분에 있어서는 특수성이 존중되어야 할까? ‘사람의 생명’이라는 천부인권은 개별 국가들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결코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없는 보편성을 지녀야 할 것이다. 인도의 영아살해, 과부 생매장 풍습 등 전통적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여성 억압도 마찬가지이다.
요컨대, 특수성은 존중되어져야 하지만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될 보편성도 존재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직장생활, 인간관계에서도 이런 것이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각각 개인의 특수성은 존중되어져야 한다. 하지만, 절대로 넘어가서는 안될 선은 있다. 코리아니티는 이 경계의 모순과 긴장감을 승화시켜 나가는 모습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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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7.03.20 14:29:17 *.140.145.63
법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처음 듣지만 음미하고 싶은 얘기로군요.
저는 이런 생각을 평소에 많이 한답니다.

가진자와 힘있는 자에게 법은 엄정하게 적용되어야 하고, 힘없고
가난한 약자들에게 법은 유연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논리가
횡행하고 서민들에게 법은 가장 강력한 기득권 보호장치라는 자괴감
을 심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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