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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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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20일 01시 42분 등록
술과 당구.

두 가지 모두 대학에 진학한 이후 접했다. 그 이전에는 순진했던 탓도 있고 어르신들께서 좋지 않다고 하는 것에는 일절 눈길 한번 두지 않았기에 가끔 친구들이 유혹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대학에 진학해서도 술이나 당구를 배울 생각은 없었다. 그와 관련해서 별로 좋은 얘기를 듣지 못했기에.

술에 대한 거부는 학교 분위기상 오래가지 못했다. 억지로 먹이지는 않았지만 그런 분위기에 혼자 멀쩡한 정신으로 있으니 좀체 친구들과 교감이 되지 않았으니 마시지 않고 배길 수가 없었다.

사람들 틈에서 조용히 지내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평소에 생각을 많이 담아두고 있었던 것인지, 술 좀 마시니 나도 모르게 입에서 말이 술술술 나왔고 그 바람에 내 진심을 온전하게 친구들에게 전하는 방법을 하나 찾은 셈이 되었다. 물론 너무 술의 힘에 의존하는 것이 좋지 않아 보여 나중에는 술을 마시고도 왠만하면 입을 봉했지만 말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술을 못마시는 편이 아니라는 점, 뒤끝이 별로 없다는 점 등이다. 새로운 사람들에게 나를 각인시키는 많은 계기가 술자리에서 일어났던 것을 감안하면 그 두가지 요소가 참으로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당구는 대학 입학 후에도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배우기 시작했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수업 빼먹고 가는 곳이 당구장이었다. 준법정신 하나는 투철했던 내게 그곳은 당연히 갈곳이 뭇되었고 가면 안되는 곳이었다. 덕분에 수업에 빠진 친구들의 대출을 자주 해주게 되었고 가끔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 듣기도 했다.

하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다보면 어쩔 수 없이 당구장에 함께 가야하는 상황이 부지기수였고 인간적으로 겜돌이는 할짓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때가 되면 적당히 타협을 하는 성격인지 결국 당구도 배우게 되었다.

지난 12월부터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곳에 오니 사람들이 유난히 당구를 자주 친다.
이곳에서도 너무 조용하다고 불평아닌 불평을 자주 듣곤 했는데 요사이 당구장에 몇 번 같이 가 어울리다보니 이제 나의 스타일을 조금 이해해주는 듯 싶다.

한때 내성적인 성격으로 무척 맘고생이 심했었다. 말을 안하거나 못하다 보니 자의든 타의든 혼자 고립당하는 기분을 맛보아야 했다. 그러다가 술자리 몇 번 같이 하고, 조금씩 마음 터놓고, 가끔은 당구 함께 치면서 서로 공통된 취미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사람들과 교감을 갖게 되는 단점이 아직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술 좀 마시고 당구 조금 칠줄 아는 덕분에 과정이 훨씬 수월해진다.
IP *.142.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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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3.20 05:24:57 *.115.32.18
지금부터 약 사십년 전 부산 남포동에 향촌 당구장이 있엇습니다. 그곳에 김정환 씨라는 분이 계셨는데 당구점수가 1000이였습니다. 나는 그 분의 멋진 당구의 자세에 반하여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뒤에는 그 분에게서 공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남동생이 한 놈있느데 어려운 형편에 서울공대를 진학 시켰습니다. 머리는 좋은데 지기 싫어하는 성품이 영 맘에 들지 않는 놈입니다. 한해에는 방학인데도 아르바이트한다고 부산엘 오지 않했습니다. 다음해 방학에 내려와서 "형님 당구한번 침시다" 하는 당구 도전장의 싸인을 보냈습니다. 나는 동생을 이기는 것이라고는 당구 하나 뿐이 였습니다. 둘이는 당구장엘 갔는데 옛날 처럼 동생에게 점수 200이나 물었습니다. 그러니 동생은 다이 다이 하자는 것입니다. 그 판에서 연이여 세번이나 지고 말았습니다. 동생은 지난번 방학을 공을 배우기 위해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당구을 배웠고 현재에도 500정도 치는 모양입니다. 지기 싫어하는 표본이지요. 회사에서 영국에 파견 되었을 ?? 당구 실력을 맘것 발휘해서 그 지방에서 도전 할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 후에 골프를 같이 칠 기회가 있었는데 나에게 패하고 난후에는 공치자는 소식이 없습니다. 언젠가 다시 도전의 때가 올 것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즐거운 경쟁이지요.
주역에서 "比 吉 原筮 元永貞 无咎 不寧方來 後 夫 凶"
라는 구절과 같이 경쟁은 영원하며 아름다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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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7.03.20 07:34:22 *.152.82.31
샘!
저랑 한판 붙어 볼까요?
six-ball은 한 볼 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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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3.20 13:57:10 *.218.205.173
와.. 이 글 너무 맘에 든다.
앙 다문 형의 입술이 머리에 스쳐지나가면서
'아.. 형도 참 외로웠겠구나'하는 생각이.. 그런데 형 참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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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찬
2007.03.20 14:49:08 *.140.145.63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수업 빼먹고 가는 곳이 당구장이었다." 이 한마디가 왜이리 폐부를 찌르는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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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2007.03.20 20:30:12 *.103.178.169
함께 어울려 즐겁게 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행복한 것 입니다.
개인적 기량이 높고 낮음은 큰의미가 없지요. 그런 사람은 그만큼 많은 시간과 수업료를 지불했을 테니까요. 저는 당구를 15분 동안 15점 칩니다. 기회가 있으면 꿈벗끼리 한 당구 즐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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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돌이
2007.03.20 23:56:18 *.147.17.20
겜돌이는 누구 시킬까? 아무래도 그 녀석이 낫겠지? 누구?

홍승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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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3.22 08:07:33 *.180.48.240
술 못 먹는 데 술과 같이 이야기 자리가 벌어지는 자리에서는 뻘쭘!!!! 같이 어울리는 것은 좋아하는데, 술이 쥐약이라서. 술판에서도 겜돌이가 있어요.^^*
그땐 술 없이 어떻게 이야기하나 그랬는데, 지금 술 없어도 이야기할 수 있고....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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