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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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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21일 21시 00분 등록

가위 바위 보

며칠 전 어떤 장소에 볼일이 있어 둘째 아이를 데리고 갔다. 둘째 아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8살 된 아들 녀석이다. 누구를 만나기 위해 1시간가량을 그 장소에서 기다리게 되었다. 심심해하는 아이와 놀아 줄 생각으로 가위, 바위, 보 게임을 제안하였다. 가위, 바위, 보를 내어 이기면 계단을 한 칸씩 올라가 맨 꼭대기에 도달하면 이기는 게임이다. 승부욕이 강한 아이의 기분을 맞추어 주려고, 실은 게임을 일찍 끝내고 연구원 과제물인 <일의 발견> 책을 읽을 요량으로 어떻게 하면 질 수 있을까 고민하였다.

첫 번째 판은 우연히 내가 이겼다. 역시나 아이가 비장한 각오로 한 번 더 하자고 한다. 다시 머리를 굴렸다. 두 번째 판은 다행히 아이가 이겼다. 이제 삼세판 룰에 의해 승부를 가릴 차례이다. 이번에 지면 게임은 끝나겠지. 그런데 지려고 하면 할수록 내가 계속 이기는 것이다. 물론 확률로 따지면 이기려고 하나 지려고 하나 결과는 같겠지만 말이다.

그렇구나. 지려고 마음 비우면 이기게 되고 이기려고 욕심을 부리면 지게 되는 것이로구나.

아이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진다. 아이가 이길 때까지 해야 할 것 같다. 책은 언제 읽지? 정해진 시간 내에 과제물을 내려면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데.

이제는 거꾸로 이기려고 게임을 시작했다. 그러니 정말 내가 지고 있는 것이다. 그거 참 요상하네. 머리로 계산하면 이기는 것이나 지는 것이나 가능성은 똑 같은데. 그거 참 희한하다. 세상에는 머리로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다. 아직도 세상을 가슴이 아닌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니 고수가 되기는 한참 멀었나보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고 글로 표현하고 싶은데 그 즐거움을 아직은 못 느끼겠구나. 이중적이면서 모순적인 깨달음을 체화할 수 있을 때까지 <열자>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을 되새겨봐야겠다.

“자공아, 네가 그것을 알았구나.
사람들은 모두 삶이 즐거워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삶 가운데 고통도 있어야 한다는 것은 모른다.
늙으면 힘들게 된다는 것은 알지만,
늙으면 또한 편안함이 온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죽음에 대한 무서움만 알지,
죽음이 휴식을 준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IP *.211.6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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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3.22 08:20:13 *.166.96.86
세상의 모든일에는 "음과 양"의 조화속에서 진행되고 마감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원래 음이 어디에 있으며 양 또한 어디에 있으랴!
모든 것이 空하며 공 또한 色이니 만상을 초월해야 나의 내면을 보일수 있느것입니다.
그댄!
연구원 레이스를 하면서 비움의 아름다움을 알기 시작하니 性의 진솔을 깨달아 가는 모습이 보임니다.
실례됨을 용서 한다면,
그대의 글속에 약동하는 젊음을 가미시켰으면 합니다.
자신의 문장의 힘을 가하는 자신감이, 보는 이에게 젊음의 힘속애서 품어나오는 향내음을 발했으면 하는 아쉬움입니다.

비움의 아름다움도 좋지만 힘차고 정력적인 젊음의 기운을 느끼는 것도 모두들의 바람일 것입니다.

"有孚比之 无咎 有孚盈缶 終來有他 吉"
<경쟁함에 믿음이 있어야 허물이 없지만 믿음과 거침름(용기와 힘참)이 있어야 경쟁에서 지치지 않고 끝까지 도달한다. 그래야 원을 성취할 것이다.>

잘 알지도 않는 이에게 실례가 되지는 않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나는 과객이 글의 향기에 빠져 한소리 해보았습니다. 많은 발전 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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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용
2007.03.22 09:57:07 *.99.120.184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양의 기운을 얻고자 연구원에 참가하였습니다. 그동안 끌려왔던 삶을 끌고가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음과 양의 어울림을 조금씩 느껴갑니다. 앞으로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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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7.03.22 14:07:53 *.252.33.160
ㅋㅋ
할머니랑 자주 화토를 쳤는데
저는 늘 이기려 했고,
할머니는 늘 져주시려 했죠.
그래서 난도 팔고, 광도 팔고 다 파셨는데
결국엔 할머니가 이기시더라구요.
어린마음에도
저렇게 너그럽게 하면서도 이길수 있구나
할머니가 요술쟁이인가 신기했었습니다.

이기려고 하면 지고,
지려고 하면 이긴다.
아~그 화토판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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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7.03.25 19:16:31 *.140.145.63
추억의 가위 바위 보 게임.. 저도 많이 했었죠. 제 기억에는 무엇을
내서 이기느냐에 따라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의 수가 차이가 있었던거
같은데 그런 변수때문에 욕심이 많은 저는 한번에 많은 계단을 올라
설 수 있는걸로 주로 승부를 걸다가 승률이 매우 떨어지고는 했지요.
송교수님의 글을 보니 그때의 제 어리석음이 되살아나는군요.

고생하셨고 지난번에 제안하신 글쓰기 관련 아이디어는 꼭 살리
시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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