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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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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22일 16시 52분 등록
며칠...병원에 입원했엇습니다.
병실 창문 너머 풍경으로 하루 해가 뜨고
그 풍경으로 해가 지기를 거듭한 며칠이었습니다.

회사, 일, 사람들로 부터 벗어나 낯선 공간에 머물며
그동안의 머릿속과 가슴속 복잡한 이야기들도 잠잠해지기를 욕심내었습니다.
링거줄을 타고 수액이 몸속 혈관을 흐르는 동안 두가지빛 사랑을 만낫습니다.
사랑의 대상과 본질은 같을테지만 ,,,그들의 사랑법은 달라 보였습니다.

같은 병실 옆 침대에 84세의 할머니가 입원해 계셧습니다.
할머니는 노환 이셨습니다.
노환으로 복수가 차오르고 평생을 사용한 몸은 뼈와 거죽만 남아 있었습니다.
혼자의 힘으로는 화장실을 오가는 것도 아니 앉거나 일어서는것 조차 버거우신 듯 했습니다.
할머니는 말 그대로 꺼져가는 불꽃 같아 보였습니다.

할머니는 이북이 고향이셨습니다.
지금도 말씀 속에 이북사투리가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남편도 없이 홀로 두딸을 키웠는데 큰딸은 할머니의 든든한 분신으로 ,
작은딸은 사랑스런 막내둥이로 키우셨던듯 합니다.

밤에는 큰딸이 병간호를 하고 낮에는 작은딸이 병간호를 했습니다.

한 눈에도 큰 딸은 장녀 였습니다.
큰 딸은 할머니의 분신과도 같아 보엿습니다.
할머니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내내 눈을 마주하고 뼈와 거죽만이 남은 할머니의 손을 쓰다듬고 또 쓸어 내립니다.
말로 사랑한다 표현하지 않지만 눈물로 사랑을 짐작케 합니다.
할머니께서 기운 없어 스르르 스르르 잠이 들면 그녀는 그때마다 눈물을 흘립니다.
이제 곧 떠나실것을 알기에...
남편도 없이 이북에서 넘어와 홀로 자신을 키우신 그 사랑에
그 힘든 세월을 홀로,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외로움과 싸우고 이겨야 했던 그 세월에
다 소진되어 이제 남아 있는 것은 검은 거죽과 앙상한 뼈, 그리고 병밖에 없는 여인이 불쌍하여 눈물로 하루를 보내고 눈물로 밤을 보냅니다.


작은 딸은 큰딸과 다른 사랑을 합니다.
매일 할머니를 위해 만난 음식을 손수 해오고 오늘은 뭐가 먹고 싶냐며 물어보고...또 열심히 사다나릅니다.
할머니와 있는 시간동안 그녀는 연신 뽀뽀를 해댑니다.
너무도 앙상하게 말라 너무도 작은 할머니의 뺨이 곧 닳아 없어지지 않을까 염려스럽기까지 합니다.
또 그녀는 종일토록 할머니를 안아드립니다.
그리고 참새처럼 쫑알 쫑알 재잘거립니다.
쉬운 여섯이란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만큼 사랑스럽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야 다 같겠지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른가 봅니다.

할머니께선 두 자매를 키우시면서 큰 딸은 늘 든든한 분신으로,
언제든 자신의 빈 자리를 대신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시고
작은 딸은 자신이 힘겹거나 외로울때 달래어 주는 재롱으로 키우셔서
그녀들의 사랑도 그렇게 자라나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들에게 사랑은 그렇게 받은대로 각인되었나 봅니다.

아마도 큰 딸의 사랑은 아주 동양적인 사랑으로 보입니다.
사랑하지만 사랑한다 말하지 않고
표현하지 않지만 사랑임이 분명한
안으로 안으로 삭이는 사랑.

그런가 하면 작은 딸의 사랑은 다소 서구적으로 보입니다.
사랑을 표현하는데 주저함이나 거침이 없는
누가 보아도 드러나는, 누구나 사랑임을 읽어 내는 사랑.

당신은 어떤 사랑을 하시는지요?
IP *.128.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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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3.22 17:02:53 *.70.72.121
저런! 과로하셨군요. 당찬 은미님 빨리 일어나실 거죠? 대단해요.
어쩌면 사람이 저리도 꽉 들어찼을까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사람.
어서 어서 일어나요, 화이팅! 화살기도 해줄 게요. 슉 ->피웅 콱 꽂혔죠? 다 나은 거에요? 알았죠. 으샤! 으샤! 으랏차차!!! 파바박!!!!

난 두 번째 사랑. 언제나 하나밖에 없는 막내, 고명딸 딸 딸순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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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3.22 17:04:57 *.167.128.183
그댄 아름다운 사랑을 보았고
사랑을 너무 쉽게 쉽게 표현하여 마치 내가 병원에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글을 읽으면서 단숨에 읽기는 오랜 만입니다.
작가는 스토리의 전달자입니다. 이야기 꾼 이지요.
저가 어릴 때 형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잠을 청했습니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형 또하나 해줘"하며 졸라대고 형은 신이나서 또 새로운 이야기를 펼침니다.
그러나 재미없으면 그냥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은미양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 또 해달라고 졸라야 겠습니다.

당신은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좋은 작가입니다.
또다른 애길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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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2007.03.23 06:47:48 *.210.111.168
입원한 동안 아름다운 사랑을 만난 맘이 참 예뻐요.
힘들었을텐데 어느새 글도 올렸구요.
'성실'이란 멋진 재능을 가진 은미씨,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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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7.03.23 10:50:51 *.99.241.60
병원에 갔다 오면 늘 두 가지가 걸리더군요.
부모님과 비슷한 연세분들이 많은 것을 보고 제 부모님 걱정을 하고
다른 하나는 건강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는 것 입니다.
빨리 퇴원하시어 황홀한 일상으로 복귀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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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2007.03.24 19:27:39 *.103.132.133
급하게 글만올려놓고 은미님 글을 이제서야 봤어요.
병원에 입원하셨다니.. 정말 놀랬어요.
지금은 건강이 어떠세요?
건강함 모습으로 미소지으며 만나길 기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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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2007.03.25 07:48:48 *.250.74.174
제가 걱정을 하게 해 드렸나 보니다.
저는 이미 퇴원하였구요,,,건강하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또 응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평안한 휴일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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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7.03.25 19:37:06 *.140.145.63
비슷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것들에 시선이 가는군요.
어떤 사람은 병원에만 가면 세상이 그렇게 절망적으로 보인다고도
하는데 은미님은 그곳에서 아름다운 모녀간의 사랑에 눈을 뗄 수가
없었던 모양이군요. 그런 모습에서 자신이 얼마나 불효자인지 먼저
떠오르는 저같은 사람들도 있을텐 말입니다.

저도 주로 사랑을 표현하는 쪽입니다만 더욱 가까운 가족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그런 표현을 아끼거나 괜히 쑥쓰러워 하는 모습을 발견
하고는 흠칫 놀라기도 합니다. 참 이상한 일이지요. 이제는 아끼지
말아야겠어요. 사랑은 대표적인 화수분이니 바닥을 드러낼까봐 걱정
하지 않으렵니다.

지난번에 인용한 시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더군요. 덕분에 인기 좀
얻었습니다. 좋은 글을 발견하고 옮기는 것도 그래서 의미가 있나 봅
니다. 고생하셨고 앞으로는 병원하고 절교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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