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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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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24일 15시 14분 등록
내가 요즈음에 하는 일

열세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마을 나들이를 갑니다.
가까운 시장과 대학교 교정과 초등학교 운동장과 우리 텃밭.... 금정산과
온천천, 동네 놀이터까지 구석구석 누비고 다닙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서면 모두 놀란 얼굴로 바라봅니다.
유치원 아이들이라기에는 애들이 좀 크니까, 어느 학원에서 날마다
쉴새없이 종알거리는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다니는지 ... 궁금해 합니다.

오늘이 놀토라 어제는 한달에 한번 가는 “긴산책” 가는 날이었습니다.
금정산에 갔다 왔습니다.
대학 교정을 지나 산으로 접어들기 직전에 우리는 신발을 벗고 들었습니다.
어제는 처음이라 양말은 신고 걸었습니다.
몇몇 아이들은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뭐라하실까봐^^
하지만 산길은 너무 부드럽고 흙은 흙대로, 마른 나뭇잎은 마른 잎대로 폭신했습니다.
남쪽에는 진달래가 제법 피었습니다.
아이들은 진달래 따먹기도 곧잘합니다.

멀지 않은 약수터에서 아이들은 낙엽을 모아 놓고 신나게 놉니다.
한참을 놀다가 고구마 간식을 하나씩 먹고 돌아 올 차비를 합니다.
약수터 옆에 운동하러 산에 오신 어르신들께서 우리 아이들을 신기하게 바라보십니다.

아이들 옆에서 내가 하는 일은 고작 “돌아가자~”
“오분 있다가 출발!” 같이 아이들의 흐름을 끊는 일을 하는 겁니다.
“지금 우리가 얼마나 중요한 순간인데요!!!”
아이들은 놀아도 놀아도 끝이 없습니다.
우리 어린 시절에 해가 어둑해지도록 바깥에서 놀다보면 엄마가 저녁 먹으러 오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날마다 어두워질때까지 놀았는데도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헤어지는 건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열세명의 아이들도 날마다 그렇게 산책길에서 돌아옵니다.

방과후교실의 문을 연지 한달이 되었습니다.
이 공간을 많이 만족하고 더 많이 행복해하는 아이들도 있고, 덜 한 아이도 있습니다.
나는 어떤가를 계속 물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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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7.03.24 15:54:20 *.198.108.171
나는 '일'을 관두고 나서야 '일'이 무엇인지를 알았답니다.
그것은 '정체성'이고 '소속감'이었어요.
어떤 프리에이전트들이 소속감 때문에 조직으로 돌아가기도 한다는 것을 이해할만해요.

나경씨, 대단한 일을 하네요. 나경씨에게 아이들을 맡긴 부모도 대단하구요. 이제 시작은 했으니, 성공할 때까지 버티는 일만 남아있네요.
새롭게 '일'을 찾는 사람이 부러워하고 있으니, 맘껏 즐기면서 기록하면서 일상의 황홀을 누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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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경
2007.03.25 16:08:14 *.255.151.237
네, 선생님.
그제 저녁에 우리 "아이들의 숲" 학부모 간담회를 열었는데 저보다 다들 훌륭한 부모님들이세요^^ 그 가운데 제가 가장 부족한 사람이지요....바로 위에 쓴 글 "말리지 않은 책임에 대하여" 라는 제목의 메일 가운데 이런 대목이 있었답니다. 최선을 다해 실패하라고... 잘한 실패는 잘못한 성공보다 낫다... 그 말이 저는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성공이나 실패가 두렵지 않다고 마음 먹는 순간 저는 아주 용감해져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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